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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Jan 07. 2023

채권의 구조_살짝 알아보기

- 기본 개념은 생각보다 쉬워요...  

 안녕하세요. (정말 여러 번 반복해서 엄청 지겨우시겠지만) 2022년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자산시장은 차가운 겨울을 맞았습니다. 원금 보장이 되는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4%~5%를 찍고 있는 상황에서 손실 위험과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그리고 정기예금의 이자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조금 더 자산시장에 깊이 발을 담그고 싶은 분들이 채권 시장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1년의 주식 시장의 열풍이 마치 채권 시장으로 옮겨간 것 같기도 하네요.


 그래서 채권 투자를 위해 공부를 하려는데 (다른 재테크도 마찬가지지만) 채권 또한 처음부터 복잡한 말로 투자자들의 기를 죽이곤 합니다. 아래의 말은 채권을 다루면 굉장히 자주 접하게 되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채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채권의 원리라면서 대뜸 들이대곤 하는 말이지요.


"채권 금리가 올라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였습니다." 


 대체 왜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말로 겁부터 주고 시작하는지는 잘 모르습니다. 얼마든지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채권의 기본 개념인데 말이죠. 아래에서 간단히 풀어서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 또는 투자상품 추천에 관한 글이 아닙니다. 개별 투자는 언제나 이 글을 읽는 분 스스로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채권의 기본개념


(1) 채권은 나라나 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는 것

- 채권이 익숙하지 않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들은 일반적으로 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쪽이지,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쪽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이 다른 이에게 돈을 빌려주는 대부분의 경우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빌려주는 경우이기 때문에 그 결말이 그다지 좋게 끝나는 경우가 없지요. 


- 채권의 경우는 우리가 나라나 국가에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오오!) 나라에 빌려주는 돈을 '국채'라고 하고, 회사에 빌려주는 돈을 '회사채'라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접근이 꽤 쉬운 편이죠?


(2) 채권의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나요?

- 조금 더 들어가 보겠습니다. 채권은 나라나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돈을 빌려주면 이자를 받아야겠지요. 그럼 이 이자는 어떻게 결정이 될까요? 크게 1)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와 2) 돈을 빌려주는 기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우리가 은행에 대출을 받을 때를 생각해보면 신용등급이 높고, 짧은 기간을 빌릴수록 이자가 내려가는 것처럼, 우리가 돈을 빌려줄 때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 평소에 매일 놀러 다니고 술 먹고 (빌려간 돈도 은근슬쩍 때 먹는) 친구 A가 당신에게 10년 뒤에 갚을 것이니 돈을 좀 빌려달라고 한다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아마 저 같으면 친구의 범주에서 조용히 삭제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평소 굉장히 성실하고 직장도 잘 다니고 하는 친구 B가 소심하게 3일만 돈을 잠시 빌려달라고 한다면요? 부담되는 액수가 아니라면 빌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것 같군요.


-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국가겠지요. 국가가 휘청이면 그 아래 기업들은 어지간하면 더 휘청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채가 일반적인 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보다 통상 더 적은 이자를 줍니다. 같은 기업이라도 삼성전자 같은 아주 크고 돈도 많은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름도 생소한 기업의 회사채보다는 더 적은 이자를 주겠지요. 재무 상황이 좋지 않고 위험한 소문이 도는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회사채는 두 자릿수에 가까운 금리를 주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이 아저씨가 4% 이자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2. 채권의 기본적인 수익구조


- 채권의 기본적인 수익구조 역시 굉장히 쉽습니다. 나라나 우량한 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기간이 끝나면 원금을 돌려받으면 됩니다. 끝. 


- 와 이제 채권 투자 다 알았다. 투자하러 가자!라고 해도 될 것 같기도 합니다. 기본적인 이자 수익에 만족한다면 큰 틀에서는 진짜 이것이 끝입니다. (채권의 신용등급 정도 더 보면 되는데, 통상 AA ~ A로 적혀 있는 것 위주로만 보셔도 됩니다. ) 그런데 그럼 왜 채권 투자자들은 이렇게 쉬운 투자에서 고통을 받을까요? 


3. 왜 채권 투자자들이 고통받는가?

(요약 내용이 어려우면 아래의 Case를 참고하세요)

(1) 금리 변화에 따른 채권 가격의 변동

- 이제부터는 조금 어려워집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빠를 것 같으니 아래 예시를 보면서 계산기를 한번 두들겨 보시기 바랍니다. 

 甲은 A회사가 발행한 1년짜리 채권을 1억원에 구매하였습니다. 조건은 1년 후 A회사가 채권 원금 1억원과 이자 5%를 더한 1억 5백만원을 돌려주는 조건이지요. 그런데 얼마 후 시중금리가 오릅니다. B회사가 1년 짜리 채권을 이자 10%에 발행한다고 뉴스가 나옵니다.

 甲은 속이 부글거립니다.'아 며칠만 더 참았으면 500만원을 더 벌 수 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그렇다고 A 회사에 채권을 당장 갚으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며칠 뒤에 '갑자기 금리 올랐으니 돈 갚고 새로 빌리세요'라고 하면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위와 같은 상황에서, 甲에게 누가 말합니다."야 며칠 뒤에 C회사가 이자 15%에 채권 발행을 할 거 같아." 甲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것을 넘어, 안 되겠다 C회사 채권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돈이 없다면 결국 A회사 채권을 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甲은 "회사 채권을 사줍니다~ "라고 하는 乙을 찾아가게 됩니다.

甲 : 제가 지금 A회사 채권을 팔고 싶은데, 1억원에 사주세요.
乙 : 뭔 소리예요. 제가 A회사 채권을 왜 1억원에 사야 하죠? 같은 돈으로 B회사 채권을 사서 500만원을 더 벌겠죠. (편의상 乙은 과거 C회사와 좋지 않은 다툼이 있어 C회사 채권을 살 생각은 없다고 합시다.)
甲 : 그럼 제가 500만원에 100만원 더 손실을 붙여서 9,400만원에 팔면 사주시겠어요?
乙 : Ok. Call

 실제 시장에서의 채권 거래는 저것 보다 조금 더 복잡하지만 여하튼 이 경우에 乙은 이자 10%를 주는 B회사 채권을 살 수 있었습니다. (기간의 경과에 따른 할인율 등은 일단 제외하고) 1년 후 乙은 만기에 1억1천만원(원금1억+이자1천만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투자 원금은 1억원, 수익은 1천만원이 되겠지요.

 대신 乙이 甲으로부터 A회사 채권을 9,400만원에 샀습니다. 이 경우 1년 乙은 만기에 1억5백만원(원금1억+이자5백만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 투자 원금은 9,400만원, 수익은 500만원 (A회사 이자) + 600만원(1억짜리 채권을 9,400만원에 샀으니)으로 1,100만원이 되겠지요. 이렇게 되면 乙이 甲 채권을 사 줄 이유가 됩니다.

 甲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甲이 A회사 채권을 팔지 않을 경우는 같습니다. 甲은 만기에 A회사로부터 1억5백만원(원금1억+이자5백만원)을 받겠죠.

 하지만 여기서 甲이 乙에게 A회사 채권을 받고 곧 판매될 C회사 채권을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甲의 투자원금 : 9,400만원 甲의 손익 [손실 : - 600만원 (乙에게 채권을 싸게 팔았으니까) - 수익 : 1,410만원 (9,400만원의 15%)]

 이 경우 甲은 최종적으로 만기에 C회사로부터 1억810만원 (원금 9,400만원 + 이자 1,410만원)을 받게 됩니다. A회사 채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최종적으로 이익이 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채권 거래가 성립하는 이유입니다. 채권의 금리는 발행 시점부터 만기까지 고정되어 있지만, 시장 금리는 계속 변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시장의 금리가 채권을 살 때 보다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만기에 10%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이 있는데, 시장 금리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이제 신규 채권은 3% 이자만 준다고 봅시다. 예전에 어느 연예인이 IMF때 15% 대의 고정 예금을 들었다는 뉴스가 있었죠? 요즘 이런 상품이 있다고 하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가입하려고 하겠죠?


 채권도 같은 원리입니다. 현재 금리가 3%인데 10% 짜리 채권을 기존 가격에 팔 사람은 없겠죠. 당연히 프리미엄을 더 받아서 팔려고 할 것입니다. 그럼 채권의 가격도 당연히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자 간단하게 요약해 봅시다.


1) 시중 채권 금리가 떨어진다 = 기존 채권 가격은 오른다

2) 시중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 = 기존 채권의 가격이 떨어진다


 앞에서 본 "채권 금리가 올라서 채권 가격이 하락하였습니다."는 아리송한 말은 결국 아래와 같이 해석을 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신규 발행하는) 채권 금리가 올라서
(기존 발행된) 채권 가격이 하락하였습니다."


(2) 신용도에 따른 채권 가격의 변동

- 채권의 기본적인 구조 하나만 더 보고 가겠습니다.

 예를 들어 甲이 5년 뒤에 원금 +5%의 이자를 주는 D 기업의 채권 1억원을 구매했다고 봅시다. 그런데 1년 뒤 D 기업이 갑자기 어려워져 막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아무리 채권이라 할지라도 돈을 빌려간 기업이 망해버리면 때일 가능성이 있겠지요.) 甲은 또 불안해집니다. 이거 나중에 망하는 거 아냐? 그래서 다시 한번 乙을 찾아가게 됩니다.

甲 : 제가 지금 D회사 채권을 팔고 싶은데, 1억원에 사주세요.
乙 : (아 이 진상 또!) 뭔소리에요. 제가 D회사 채권을 왜 1억원에 사야 하죠? D회사 채권 사서 망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甲 : 그럼 제가 8,500만원에 팔면 사주시겠어요?
乙 : Ok. Call

 乙 입장에서는 D회사가 4년 내로 망하지 않고 돌려받으면 남는 장사입니다. 1억원짜리 채권을 무려 8,500만원에 사고 매년 5%의 이자까지 받아먹으니까요. 甲입장에서는 채권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만약 망하면 원금 손실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甲과 乙은 열심히 D기업을 공부하고 D기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D기업이 망할 확률이 낮으면 채권은 그럭저럭 비싼 가격에 팔릴 것이고, 반대로 D기업이 망할 확률이 매우 높으면 엄청나게 싼 가격에 거래가 되겠지요.

 개인 금융에서도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금융기관이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도가 급격히 낮아져서 돈을 제대로 받기 어렵겠다 싶으면, 엄청나게 헐값에 그 채권을 무서운 아재들에게 넘겨버립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받아낼 수 없는 대출을 조금이라도 받아 내는 거고, 그것을 구매한 무서운 아재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받아내려 하죠 ㄷㄷㄷ


돈을 빌려줬는데 그 빌려간 사람이 망하면 빌려준 돈을 때일 것입니다.

즉 채권의 가격은 채권 발행자의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2022년에 채권 시장에 무슨 일이? 100년에 한 번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


- 2020년에는 미국의 10년짜리 국채 금리 최저가 0.5%였습니다. 즉 10년간 미국에 돈을 빌려주면 매년 0.5%의 이자를 주겠다는 (날강도 같은) 상황이었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미국 채권을 사야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니 생략하고) 여하튼 이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 채권을 사들였지요. 


- 그런데 2022년 미국의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최고 4.2%까지 올랐습니다. 앞쪽에서 미국 아저씨가 10년간 4% 금리를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했었지요? 그래서 아래와 같이 와장창~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2022년 채권 투자자들의 심리상태)

A : 2020년에 미국 국채를 산 사람들은 거의 파산 위기에 몰렸을지도 모릅니다. 불과 2년만에 4% 금리를 주는 채권이 등장했는데, 누가 기존의 0.5%짜리 채권을 사주겠어요. 이자도 적게 받고, 급전이 필요할 때 팔 수도 없는 악성 자산이 되어 버렸습니다...


B : 다른 나라들도 눈물이 납니다. 미국이 4% 금리를 준다면 그보다 경제가 불안한 나라들은 6~7%는 줘야지 않을까요? 그런데 체력이 약하니 금리도 못 올립니다. 그래서 신흥국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을 정리하고 달러로 바꿔서 미국 국채를 샀지요. 신흥국 자산은 떨어지고, 다들 달러로 바꾸니 환율은 올라가고, 그럼 수입 인플레이션은 더 올라가고... 글로벌 자산 시장이 박살 난 이유가 있었죠.


C : 기업들도 눈물 납니다. 역시 국가가 4% 주는데, 기업이 배짱을 부릴 수 없지요. 더 높은 이자를 줘서 돈을 빌려야 하니 빌릴 돈이 많은 기업들은 당장 이자줄 돈도 간당간당합니다. 파산 위험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당연히 주가는 떨어지고... 특히 아직 수익은 적게 내고 들어갈 돈이 많은 성장주들은 더 크게 박살이 났습니다.


D : 그리고 미국 정부도 (속으로)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유는 이전에 한번 다룬 글이 있으니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48


- 소제목에서 100년에 한 번 일어난 일이라고 했는데... 과장이 아닙니다. 아래 표의 좌측 하단 쪽에 굵은 글씨로 2022라고 적힌 부분을 보시면... 1892년(고종 29년) 이후 S&P500 지수와 미국 10년물 국채 가격이 동시에 -10% 이상 떨어진 최초의 해라고 하네요. (별론이지만 아래 표를 보면 주식이든 채권이든 수익이 난 시점이 손실을 본 시점보다 월등하게 많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이 Long-Position을 유지하는 이유 :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한가?)


4. 채권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 분명히 간단히 풀어서 쓴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꽤나 길어졌네요. 그래도 가능한 가볍게(?) 써 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여하튼 이 정도면 기본적인 수준으로는 설명을 드린 것 같네요.


- 나는 채권투자 생각이 없는데요?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도 사실 아직은 채권 투자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채권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채권이 미친 영향을 보신다면, 채권이 다른 투자와 무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저는 투자를 공부할 때 '금리'에 대한 이해를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자산 시장에 미치는 여러 경제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유동성(즉 시장에 돈이 많은가? 적은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금리와 가장 밀접한 투자 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보니, 채권 시장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주식 투자 공부를 목표로 하는 경우에도 굉장히 유용합니다. 


- 그럼 이번 글도 이 정도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씩 밑천이 드러나는 것 같아 걱정은 되지만 2023년, 최선을 다해 많은 글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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