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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Nov 11. 2022

깜깜한 터널 속, 이 빛이 출구 일지, 폭포 일지(2)

- 그래도 긍정적인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글에 이어서 적어 보겠습니다. 


 지난 글에서는 글로벌 자산 시장이 약한 고리들을 건드리는 트리거가 (1) 미국의 강력한 긴축 및 (2) 달러 강세에 있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긴축 및 달러 강세는 미국에 유리한 점이 많고, 일정 부분 유도한 (최소한 묵인한) 측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긴축 및 달러 강세 추세의 전면적인 완화는 미국이 '우리도 감기에 그치지 않고 폐렴으로 가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시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시점이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를 알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단지 '폐렴의 조짐'이 약하게 보이는 정도니까요. 물론 작은 조짐을 침소봉대하는 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좋지 않은 뉴스와 걱정거리에 더 눈과 귀가 가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 조금은 다른 방향을 고민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이어가 보겠습니다. 



1. 인플레이션 - 긴축 - 경기침체의 연결고리

- 긴축 후 경기침체는 국룰이지!


 올해 주식 시장과 관련되어 제가 가장 고민했던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멈추면 주가가 떨어진다.' 당연히 자연법칙은 아닐 것이고 뭔가 중간에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 것 같아, 고민 끝에 나름 대로의 연결고리를 아래와 같이 만들어 보았습니다. (제 해석이 정확하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습니다^^)


1) [통상적인 경우]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하는 것은 경기가 좋고 과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 금리 인상을 하여도 초기에는 그동안 풀린 돈의 힘 + 기업들의 호실적이 주가를 지탱해준다.


3) 금리 인상이 계속되다 보면 점점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 처음에는 차입을 이용한 투자가 줄어들게 되며, 점차 기존의 차입이 부담이 되게 된다.  

      - 즉 경기침체의 씨앗이 인플레이션 - 금리 인상 시기에 뿌려진다.


4) 하지만 통계의 시차(이것이 중요!!!) 때문에 중앙은행이 씨앗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은 어렵다.

    중앙은행은 많은 경우 과거 지표 및 최종 결과 지표를 보고 정책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5) 즉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추는 순간은 경기 침체의 아슬아슬한 한계점일 가능성이 높고,

    그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면 (이 이론적인 한계점을 이른바 '중립금리' 라 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동성의 힘이 빠지면서 과거의 차입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6) 자산 가격은 떨어지게 되면 가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호황기에 늘렸던 기업의 과잉 생산품은

    재고 및 과잉 투자가 되면서, 기업의 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7) 하지만 역시 통계의 시차(역시 이것이 문제!)로 중앙은행이 적기에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기가 

     어려우며, 그 사이에 긴축에 따른 약한 고리가 문제가 되고, 체력이 약한 기업과 가계의 파산이 

     발생하는 등 경기를 끌어내리는 힘이 더욱 강해진다. 


 물론 경기 침체가 통계상 충분히 드러나고, 기업과 가계의 파산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 되면 중앙은행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다시 자산 시장이 회복되면서 살아남은 경제 주체들은 승자독식의 과실을 취하게 되겠지만 일단 그것은 위의 사이클이 한번 돈 다음이 될 것입니다. 주식 시장의 여러 격언 중 '진정한 바닥은 항복(투매) 물량이 나온 뒤다.' '부실한 기업들의 퇴출은 다음의 강세장을 위한 창조적 파괴다.'라는 등의 말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키가 큰 사람이 범... 아니 매파다! -_-)

 이때 (1) 편에서 말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문제가 됩니다. 즉 7)의 과정이 지나고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다시 공급해서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고 사이클을 다시 돌려놔야 하는데, 이때까지 인플레이션이 잔존해 있다면 중앙은행의 개입 타이밍을 상당히 애매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 지표만 봐서는 돈을 풀어야 하는데, 저 지표를 보면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더 큰 피해가 오게 되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각 중앙은행들은 일단은 인플레이션을 때려잡자고 결의를 하게 된 것이고,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경기 침체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의 느낌이 오면 기업들은 설비 투자를 축소하거나 재고를 쌓는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이것은 원재료와 중간재, 그리고 각종 물류비용 등 공급망 측면에서의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는데 기여를 하겠지요.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산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됩니다. 이것은 소비 인플레이션 부담을 줄이게 됩니다. 그리고 경기 침체가 불러올 실업률의 증가는 노동 공급을 늘리면서 임금의 상승을 억제하게 되지요.



2. America, are you ok? 

- 미국 경제는 강하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강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떻게든 미국 경제가 건재함을 어필하고 싶어 합니다. 물론 이렇게 긴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지표들은 신기할 정도로 강한 것은 맞습니다. 특히 연준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용과 실업 관련 지표들은 다른 지표들이 꺾이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도 지금의 형국을 조금씩 부담스러워할 이유는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붙어 있는 이상 계속 나올 구호)


 단순하게 채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이 싫을까요? 크게 나눠서 아래 상황들은 채무자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입니다.


1) 금리가 올라서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

2) 써야 하는 돈이 계속 늘어나서 돈을 더 빌려야 하는 것

3) 그런데 빌릴 수 있는 돈은 계속 줄어드는 것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채무자는 당연히 미국 정부입니다. 즉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1) ~ 3)의 상황을 보면 아래와 같은 고민이 들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1) 국채 구매자들에게 4% 이상의 금리를 10년? 30년?을 줘야 한다고? 이거 미래에 이자 낸다고 허리 휘는 거 아니야?


2) 노후된 인프라 보수도 해야 하고, 복지 정책을 통해 양극화도 완화해야 하고, 중국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신사업도 육성해야 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서 러시아 엿도 먹여야 하는데... 당장 금고에 돈은 간당간당하네


3) 그런데 나한테 누가 돈을 빌려주나? 그동안 든든한 친구(라고 쓰고 봉이라고 읽는다)였던 일본은 자기들 코가 석자고... 사이가 나쁜 중국이 적극적으로 사줄 것 같지도 않고... (물론 미국과 중국은 전쟁 중에 국채를 사고 이자를 지급해서 서로가 서로의 군자금을 지급하고 있지요)


 올해 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존에 미국의 국채(여타의 모든 채권)를 가지고 있었던 채권들의 가격은 박살이 났습니다. 평가 금액이 박살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급한 돈이 생겨서 팔려고 해도 시장에서 그 채권을 사줄 사람도 없지요. (이미 4% 이자를 주는 채권을 팍팍 찍어내는 판에, 1~2% 이자를 주는 채권을 팔려면 엄청 할인을 해줘야 하겠지요)


 기존에 샀던 채권을 돌려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금 상황에서 미국 국내에서 미국채를 살 여유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달러 강세로 인해 해외에서 미국채를 사려고 하면 환율 측면에서 엄청난 손실 위험을 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달러 강세가 갑자기 뒤집히면 4% 이자 받는다고 좋아할 상황이 아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옐런 장관이 조심스럽게 '혹시 우리 Buy-Back' 필요하니?라고 시장에 질문을 던진 것이지요. 당장 2020년, 2021년은 금리가 바닥이었으니 이때 발행한 국채는 똥값일 것입니다. 이런 국채들을 많이 들고 있는 쪽은 장부상 채권 자산은 달려있으되, 급할 때 쓸 수 없는 사이버머니를 들고 있는 격이지요. 즉 흑자도산이 발생하기 좋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과거에 발행했던 악성(?) 국채를 빠르게 갚아 주면서 (즉 10년 동안 갚지 않아도 되지만, 돈 빌려준 사람이 너무 불쌍하니까 돈 빌린 내가 2년 만에 갚을게... 채무자가 국가니까 가능한 것이겠죠) 시중에 유동성을 풀어야 하는지를 미국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슬슬 연말이 오고 있습니다. (뒤에서 또 설명하겠지만, 올해는 나이를 먹더라도 연말이 오는 것이 눈물 나게 반갑습니다) 올해 글로벌 자산 시장이 엉망이 되었지만, 미국 달러 자체에 투자한 사람들은 조용히 웃고 있었을 것입니다. 엄청난 수익이 났을 것 같은데, 슬슬 연말이 되면 수익을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로 심각할 일인가?)

 반면 달러가 강세니까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서 우량한 자산을 싸게 살 기회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해외의 자금들이 우량 자산을 매의 눈으로 노리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리는군요.


 위의 표는 원/$ 환율 자료입니다. (이 글을 올리는 11월 11일 기준으로 1,3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네요) 가장 높이 올랐던 시기는 당연히 IMF 시기, 그리고 2번째로 높았던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그리고 올해가 3번째로 높았던 시기가 되겠군요. 그래프만 보면 2008년부터 올해까지는 우리나라와 글로벌 경제가 매우 평온하고 양호한 해였구나라는 착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2011년에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충격도 있었지요.

2014년에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나라의 내수 경기가 크게 가라앉았습니다.

2016년에는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가,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있었습니다.

2017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이 되었고요.

2018년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었지요.

그리고 2020년에는 코로나가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물론 잊고 있었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부활했고, 채권 시장이 100년 만에 최악의 해를 기록하는 등 과거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볼 여지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또한 마냥 평온한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마냥 공포에 질리는 것보다는 조금 더 냉정하게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3. 작지만 보이는 변곡점

- 현상은 대응을 부른다.


 아직까지 주변에는 우울한 뉴스가 대부분이지만, 작지만 변곡점이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글이 희망고문, 긍정 회로를 돌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자본시장의 격언인  '부정론자는 명성을 얻고, 긍정론자는 부를 얻는다.'는 말처럼 투자자는 암울한 상황에서도 빛을 찾아가야 하는 존재겠지요. (미국의 한 전문가는 모든 투자자들이 루비니 교수화 되고 있다는 매우 재치 있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명성은 높으신 분이지요 ^^) 그럼 하나씩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Dr. Doom으로 명성이 자자한 분)


(1)  경기침체 : 이미 반영이 된 것인가? 아직 반영해야 하는가?


 앞에서 말했듯이 인플레이션 및 급격한 금리 인상의 결과가 경기침체라는 것은 긍정론자, 부정론자 모두가 인정하는 바입니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과연 현재의 자본 시장에 경기침체가 반영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아직 경기침체가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더 자본 시장에 큰 한파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경기침체의 결과, 즉 한계 기업의 도산 / 취약한 국가들의 디폴트 / 가계 부채의 급증과 실업자의 급증이라는 결과치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주장 또한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반대로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앞에서 본 통상적인 인플레 및 경기과열 & 긴축의 시기와 지금 시기는 약간 다르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미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회자가 되어왔지요. 경기침체 이야기 또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거의 1년간 시장에서 다뤄졌기 때문에 충분히 반영이 되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각종 지표가 좋게 나오면 인플레이션 우려로 빠지고, 지표가 나쁘게 나오면 경기 침체 우려로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이 또한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전설적인 투자자인 고 앙드레 코스톨라니 옹이 한 유명한 표현이 있습니다.  '페따 꼼쁠리(Fait acoompli : 기정사실화)'라는 표현인데, 호재든 악재든 그것이 시장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면 그것은 실제 발생하더러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 또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공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이미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경기침체가 온다면) 긴축을 하는 중 돈을 푼다? 모순인가, 묘수인가.


 지난 9월 영국의 트러스 내각이 발표한 감세안은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급진적인 감세안이 발표되면서 부족해지는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할 것이라는 예측에 금리가 급등하는 등 채권, 외환, 주식 시장이 난리가 났지요. 결국 트러스 총리는 불과 2달여 만에 사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영국 중앙은행의 포지션이 굉장히 애매한데, 이때 영국 중앙은행 또한 금리를 올리고, QT를 실시하는 등 긴축 정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시장이 극도로 혼란해지자, 일시적으로 양적 완화(QE)를 해버립니다. 19년 미국에서도 금융 시장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기니 연준이 채권을 샀는데, 분명 돈을 풀면서 이것은 양적 완화 (QE)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당시에 'Not QE'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었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말에 긴급하게 50조 원의 긴급 조치를 발표한데 이어, 5대 금융지주가 95조 원 (물론 기존 정책의 중복도 있어서 신규 대책은 약 70조 원 규모입니다)의 긴급 유동성 조치를 취했습니다. (무슨 묻고 더블로 가! 도 아니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긴축의 와중에 돈을 푼다니... 꽤나 모순된 정책이지만, 앞에서 미국의 buy-back 정책을 설명했듯 본 지원은 순간적으로 돈의 흐름이 막힌 상태에서 시장 안정을 위해 실시하는 조치로, 실물 시장에 돈을 직접적으로 푸는 것과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 분명히 영업을 통해 돈을 버는데, 단지 돈의 흐름이 막혀서 '흑자 도산'을 해버린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할 것이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금리 인하를 통해 부실기업까지 같이 살리지는 않더라도, 억울하게(?) 유탄을 맞아버린 기업들은 핀셋 정책을 통해서 살리겠다는 의지겠지요.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정책의 규모입니다. 위의 정책만 합쳐도 145조 원 규모입니다. 여기서 각 주체들이 개별적으로 내놓는 추가 대책을 망라하면 200조 원 규모는 충분히 되겠군요. 당초 채권안정 펀드 규모가 1.4조 원이었을 때, 시장의 반응은 '개미 눈곱만 한 규모로 뭘 하겠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물론 이런 유의 카더라는 그렇게 신빙성이 높지는 않지만)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4조 원이라는 규모가 작은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놀랐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 고위 당국자에 대해 뭐라고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자본 시장'의 규모가 '실물 시장'의 규모를 크게 넘어버렸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말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은 모두 '실물 시장'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자본 시장'의 규모가 월등히 커진 현재 만약 '실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자본 시장'을 크게 훼손하게 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도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실물 시장의 문제(대표적으로 인플레이션)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지금의 현실을 보면 조금 고민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를 놓고 마약으로 비유하면서 비난하는 분들도 많고, 점점 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문제를 키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듭니다. 다만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이 나온다라는 것은 엄연한 전제로 두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3) 인플레이션의 역기저효과와 미국 중간선거


 올해 내내 시장을 괴롭혔던 인플레이션 또한 내년 역기저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 12월의 인플레이션 절대치를 100으로 보겠습니다. 이것이 2021년 12월에 110이 된다면, YoY (전년대비)로는 10%의 인플레이션 상승이 있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2022년 12월에 112가 된다면 이것은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치이고, 계속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YoY로는 2% 미만의 상승률이 되게 됩니다. 이것이 역기저 효과인데요.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YoY로 7~8%대를 넘나들고 있으며 그에 따라 급격한 긴축이 진행되었지만, 내년 인플레이션은 역기저 효과로 YoY 상승률이 확 떨어지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년대비 (-) 인플레이션도 나올 수 있겠지요. 


 물론 '절대치' '전월대비'는 여전히 높을 가능성이 높고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이쪽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지만, 올해도 YoY 때문에 많이 힘들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내년에도 YoY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겠지요. 착시현상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심리에는 조금이라도 긍정적 효과를 주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봅니다.


 이번 주에 진행된 미국의 중간선거 또한 나쁘지만은 않은 결과입니다. 일단 12월 조지아주의 결과를 보아야 최종 결론이 나올 것 같아,  조금 애매하게 끝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민주당의 선방 / 공화당은 좋다 말았다' 정도로 볼 수 있을 듯하네요. 


 당초 예상했던 공화당의 독식보다는 효과가 약하겠지만, 일단 의회 구성이 바뀐 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프라 구축이나 미/중 패권경쟁을 위한 투자 등은 공화당에서도 크게 반대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양극화 해소를 위한 각종 정책, 친환경 전환 정책 등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는 일단 뒤로하더라도 결국 이전보다 미국 정부의 지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국채의 발행 규모도 축소될 것이며 이를 통해 1) 국채 금리가 끌어올린 시장 금리의 안정 및 2) 국채가 빨아들인 채권 시장의 수급 (채권 투자자들은 안정성이 높은 국채 금리가 회사채 등과 금리 차이가 크게 없다면 국채 투자를 늘리겠지요)도 조금 풀리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습니다.



4. 고난은 살아남은 이에게 선물을 준다. 

- 아직은 곳곳이 가시밭길이지만...


경기침체가 마저 시장에 다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면...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전에 긴급하게 취하는 조치가 다시 인플레를 자극한다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어디선가 예기치 못한 블랙 스완이 출현한다면...


 각종 가시밭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목에서 쓴 것처럼 이 길의 끝이 출구 일지, 폭포 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 투자의 길에서 버티라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감하다는 표현이 '겁을 상실했다'라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그 길에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콩닥거리더라도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것이 평범한 우리들에게 필요한 용기가 아닐까 합니다.


왕) 현금이 많다 

귀족) 현금 흐름이 훼손되지 않았다

평민) 부채 규모가 작다

거지) 셋 다 아니다


 위기가 오면 새로운 승자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지금 시장에서 현금이 많은 분들은 어느 방향으로 투자를 할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을 할 것입니다. 많은 돈을 쌓아놓은 기업들은 그동안 비싸서 망설였던 M&A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승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되었지만 인플레를 이유로 한번 올라간 비용은 침체가 와도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가격을 소비자에게 잘 전가할 수 있는 기업에게 인플레이션은 기회겠지요. 금리가 올라가도 현금이 많은 기업은 쌓아 놓은 현금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재무상의 큰 성과를 이루어 낼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내일의 해는 다시 뜰 것이고, 새로운 승자는 또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그 새로운 승자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동안의 준비를 믿고 용기를 내어 한 발을 디딘 사람일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최근에 본 흥미로운 주장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흥미로운 이론 (깊게 다룰 것은 아니고)]


- 앞에서 경기 사이클을 만드는 원인 중 하나를 통계의 시차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통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각 경제 주체들은 필연적으로 '과잉 투자' '과소 투자'를 하게 될 것입니다.  


- 기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수요와 공급 중 공급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과잉 투자와 재고의 문제는 기업의 실적을 크게 좌우하게 됩니다.


- 그런데 데이터가 많아지고 그 데이터를 가공, 해석하는 기술이 더 정교해진다면 이러한 시차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 점점 정부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각종 통화, 재정 정책의 타이밍을 더 정교하게 가져갈 수 있고, 기업의 경우 생산과 투자의 사이클을 더 정교하게 하여 불필요한 비용과 재고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언젠가 글에서 다룬 적 있는 새벽 배송의 경우 이러한 미스매칭을 줄이는 기술이 핵심 기술입니다.)


-  또한 점점 공개되는 정보는 많아지고 그 정보를 해석하는 방법도 폭발적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당장 2~3년 전과 비교해도 각종 정보를 소개하고 해석하는 통로가 크게 다양화되었지요) 그렇다면 많은 이슈들이 점점 더 빠르게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가 더 빠르게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는 경기 사이클의 폭은 조금씩 줄어들면서, 그 빈도는 조금 더 짧아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단 한 가지 요소에만 집중한 결론은 잘 들어맞지 않지만, 이 부분은 생각해보면 꽤나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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