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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팬더 Feb 10. 2023

고성능을 써먹을 곳이 있을까?

- 장인이 아닌 상인

 안녕하십니까. 일전에 적었던 브런치 글, '베르세르크, 반도체 그리고 웹툰' 글에서 생각을 더 이어나가 보고자 합니다. 아래의 글에서는 1980년대 글로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몰락한 이유로 그들의 반도체 품질이 열등해진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 고품질이었다는 것을 들어 보았습니다.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 이전 시대에는 일본을 세계 2등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 되어 버린 아이러니한 사례입니다.


https://brunch.co.kr/@d49f624066694e7/22


 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일본을 따라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게 공감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전 진행된 CES (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보고 조금 안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CES는 잘 아시겠지만 세계 최고의 '가전제품' 박람회입니다. 그런데 올해 CES에서는 아래와 같이 가전제품이 아닌 자동차 업체들의 전시공간이 과반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본 내용은 2023년 1월 11일자 삼성증권 Report_CES 2023 : 소비자는 모르게 연결되어 가는 세상을 참고하였습니다.)



 삼성증권의 이종욱 에널리스트님이 위 Report에서 적은 몇 가지 title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제목만 봐도 앞으로 기술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전 박람회에서 가전이 빠졌다.'
 
'제품의 사양을 강조하지 않는 TV 업체들'

 '가전과 모바일 : 이제는 제품보다 서비스'
 
'삼성전자 : 연결과 SmartThings의 강조'


 제가 물욕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몇년 전의 스마트폰 카메라와 TV 화질이 과연 올해 나온 신제품과 얼마나 성능 차이가 나는지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이 나빠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요...) 인터넷에서 영화 1편을 1초에 받으나 2초에 받으나... 분명 2배 빨라진 것은 맞지만 그것이 개인이 서비스를 바꾸는데 과연 결정적인 차이를 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진보된 기술이 사용되어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대규모의 연구소, 기업, 기반시설 등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성능이 좋고,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인 제품을 사용할 니즈가 충분히 있습니다. '미세한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처럼 아주 작은 발전을 위해서 거금을 투자할 이유가 있는 곳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쩌면 반도체의 경우 그동안 장인 → 상인에서 다시 장인의 영역으로 넘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인들은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장인들은 돈이 없군요. 결국 상인의 승리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 않을까 하네요)


 하지만 결국 '상인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중화가 필수적입니다. 그리고 대중화가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품이 개량, 개선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하나의 혁신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관련된 소재, 부품, 장비 산업과 그 몇 배가 되는 서비스 산업을 만들어 내었지요.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반도체 왕좌를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차지하게 된 것도 개인용 PC가 널리 보급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이후 냉정하게 말해 IT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태블릿 pc는 물론이고 각종 wearable device, VR기기까지 많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룰 가능성이 보이는 제품은 솔직하게 말해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이쪽 시장의 성장세 자체는 높아서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VR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자세히 공부를 해볼 생각입니다.)

아이폰은 시대를 바꾸었지만...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TV, 카메라 등의 화질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한들 그것이 거대한 수요를 새로이 창출할 만큼의 혁신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역시 이쪽에서도 판을 바꿀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예전에 구글의 창업자가 말했던 일화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내년에 10%, 30%의 성장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100%, 200%의 성장을 요구합니다. 그래야 (기존의 방식으로 2배, 3배 성장은 불가능하므로)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성능 향상은 이제 일반 인간의 지각으로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발전하였습니다. 이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주된 고객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래와 같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과 판매량은 급 성장세를 멈춘 상황입니다. (어느 자료에서 아프리카의 휴대전화 보급이 몇억대라는 말을 듣고 보고 꽤나 놀랐었습니다.) 세탁기의 예시를 들었는데 냉장고, 에어컨 같은 다른 가전의 추세도 하락은 아니지만 정체 상태입니다.


 반면 카메라 모듈의 수출금액은 최근 몇 년 급증하였습니다. 물론 이 자료만 봐서는 신수요의 증가인지, 기술력이 2017년 이후 순간적으로 경쟁국을 추월한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후자의 경우 이 정도의 급성장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출처 : 2022.12.19일 자 하나증권 김록호 애널리스트님 자료 중)

 

 자율주행차의 경우 시시각각 급변하는 도로 환경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자동차의 반응으로 전달이 되기까지의 속도가 느리다면 끔찍한 사고가 발생할 것입니다. 외부의 사물을 더 명확하고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각 기술도 필요하겠지요. 스마트 공장이 복잡한 공정을 섬세하게 조정하지 못하고 돌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공장은 문을 닫겠지요. 인간이 우주나 심해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수준의 고성능의 기계가 필요하겠지요. (테슬라 주주는 아니지만 일론 머스크의 행보를 보면 의외로 진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통신 기술의 황금기는 통신 기술을 기계와 IT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시점에 오게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5G 개인 통신은 큰 impact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고성능 제품은 연구실의 벽을 넘어서 대중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의 생존과 더 고도화된 기술을 통한 초격차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사회가 바뀌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 (이렇게 말하니 꽤 늙어 보이지만... 저는 1980년대생입니다 ^^;;;) 하는 것을 보면 저 또한 따라기지 못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라고 하였던가요? 도도한 변화를 억지로 막을 수는 없겠지요. 변화가 잔물결로 그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피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이번 글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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