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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Jan 18. 2023

용기가 필요한 어른이들에게

뮤지컬 <마틸다> 속 Revolting Children

어렸을 때 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지각은 손에 꼽을 정도로 한 적이 없었고 청소 당번은 물론 수업 땡땡이 한번 쳐본 적도 없었다. 수학시간에는 한없이 소극적인 학생이었지만 성적표와는 별개로 숙제나 수행평가를 성실히 해오는 편이었기에 칭찬도 줄곧 받았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말씀에 이유 없이 반항부터 하고 보는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조용하고 내향적인 내 성격이 한몫했을 뿐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평탄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만약에 내가 학생들을 대놓고 편애하며 성적에 영향을 주거나 부당한 처벌을 일삼는 선생님들을 만났다면? 나는 과연 크럼첸 홀 학생들처럼 트런치불이 행한, 옳지 않은 일들에 반항할 수 있었을까? 나는 어떤 방식의 반항을 택했을까?








사진 출처 - 신시컴퍼니 홈페이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지금, 나는 학창 시절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현실을 살고 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라고 생각되는 따뜻한 일들과 때로는 현실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냉혹한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모순적인 곳에서 반항할 용기가 필요할 때면 이 넘버를 찾아 듣는다. 





https://youtu.be/UtNRqHh9xIo


그때는 이럴 줄 몰랐겠지
일어나 외친다 우린
뒤틀리고 뒤틀렸어

이 세상이!

미친 춤을 춰!
지칠 수 없어

누가 틀렸어
뒤틀려 먹었어
틀린 틀은 비틀어 싹 다 깨부숴

<Revolting Children> 中




2막의 하이라이트.
말도 안 되는 스펠링 퀴즈를 낸 뒤 맞히지 못한 학생들을 '초키'라는 체벌 공간에 가두려는 교장 트런치불에 맞서 학생들은 일부러 오답을 외친다. 그리곤 마틸다는 염력을 사용해 트런치불을 두렵게 만들어 결국 쫓아내게 된다.
경쾌한 멜로디, 속 시원한 가사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군무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 넘버는 나에게 용기를 채워주는 에너지 드링크 같은 음악이다. 부당하게 체벌하기를 즐기며 학대하는 트런치불을 다 함께 무찌른 학생들이 보여준 용기의 힘이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경쾌한 멜로디 속에 녹아있는 신랄한 가사와 소리치는 듯한 학생들이 노래와 춤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없던 용기도 차오르게 만든다.  



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드럼 소리에 맞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노래를 시작하는 학생이 '브루스'인 점도 흥미롭다. (극 중 브루스는 트런치불의 초콜릿케이크를 몰래 먹다 들키는 바람에 엄청난 크기의 초콜릿케이크 하나를 다 먹어야 하는 체벌을 받는 인물. 통통한 외모는 브루스가 먹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트런치불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브루스가 큰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서 자유분방한 춤을 춘다는 점이 어떻게 보면 이 넘버에서 일종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인 것 같다. 혼자 핸드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며 장면을 이끌어가는 브루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다 중요한 반항의 아이콘이지만!) 두려움에 떨던 브루스에게도 이렇게 명랑하고 귀여운 모습이 있다니, 재미있는 넘버가 아닐 수 없다.








이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어른이들이 이 넘버를 통해 조금이나마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한다.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뻔하지만 옳은 것임이 분명한 권선징악을 외치는 용기를 말이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반항할 용기를 충전하고 싶을 때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 한잔 대신 <Revolting Children>을 들어보자! 생각보다 그 효과는 빠르고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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