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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Dec 22. 2022

말없이도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콰지모도의 사랑

사진 출처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페이스북



며칠 전 ‘알쓸인잡’이라는 프로그램에 정서경 작가님이 나오신 걸 우연히 보게 되었다. 작가님은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있었는데,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은 영화 <헤어질 결심> 그 자체였다. 사랑한다는 직접적인 말 대신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말하는 것. 그렇기에 어떤 행동과 동작들이 사랑한다는 말로 들리게 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셨고 고민의 결과물은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헤어질 결심> 속 사랑을 가득 담고 있는 수많은 말들을 곱씹으면서 생각했다. 사랑한다는 말 없이 어떻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과연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다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가 있기 때문이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성당 종지기 콰지모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내 집은 그대의 집 (Ma maison c'est ta maison)’이 그 예시이다.    




https://youtu.be/ONUaS2nT424





피할 곳이 필요할 땐 언제든 이곳을 찾아오세요.
이곳엔 언제나 맑은 날 뿐이죠.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도 있죠.
언제든 오세요 무슨 계절이든
그대가 원할 땐 내 집은 그대의 집

<내 집은 그대의 집> 中




1막 후반부에 나오는 이 넘버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듀엣으로, 자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을 사랑하는 에스메랄다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내어줄 수 있다고 노래하는 넘버이다. 사랑한다는 표현 없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장면.


   

콰지모도는 추한 외모를 가진 종지기이지만 자신이 베풀 수 있는 다른 것들을 통해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본인과 닮은 석상들은 에스메랄다가 우울할 때 웃음을 주는 친구가 되며, 노트르담 성당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안식처가 된다며 말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오직 사랑하는 사람이 마음 편히 웃고 쉴 수 있는 것, 그뿐이다.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희생과 사랑인 것이다.


항상 위축되어있던 콰지모도는 이 장면에서 처음으로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 대신 행복한 웃음꽃이 핀다. 그래서일까.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다.



이 넘버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것 같다. 내가 아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어 행동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을 해주고, 싫어하는 것들을 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 그들의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행동에는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가득 담겨 있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콰지모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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