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마주할 불교
지난 주말, 불교문화엑스포 행사장에 다녀왔다.
며칠 전 우연히 '대구에서 불교문화엑스포 즐기기' 도슨트 프로그램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떴었다. 지금 이 시간에 우연히 본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싶어서 바로 신청했다. 그러고 나서 확인해 본 유튜브 채널의 설명 소개는 이랬다. '불교여행자 강산-아이고절런, 수많은 알고리즘 물결 속,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알고리즘에 떴던 그 커뮤니티 글은 정말 우연이 아니었을까? 며칠 뒤 운 좋게 당첨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무료로 그리고 유튜버 '불교여행자 강산'님과 함께 약간의 기대를 갖고 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글을 쓴다.
현장에는 백 여개의 부스가 있었는 데, 그중 단연 첫 번째 부스를 가장 먼저 관람했다. 무언가 빼곡하게 표현된 예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 데, 자세히 보니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림을 그리신 작가님을 만나서 작품 설명을 들어보았다. "저는 기도하는 사람들, 명상하는 사람들을 주로 그리고 있는, 박청용 화가라고 합니다. 제가 꽤 오래 이런 작업들을 해왔는 데, 그린 사람을 얼추 세려 보니깐 100만 번 이상 그렸더라고요. 지금도 또 작업을 시작했고요."
"기도하는 사람들을 처음 그리게 된 내용은 대학생 때 부산에서 일출을 보는데, 그때 사람들이 다 기도를 하고 있더라고요. 사람들의 소원이 다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러고 졸업작품을 기도하는 사람을 주제로 만들게 되었죠."
"20대 중후반 때는 어느 날 tv를 보는 데, 스님들이 절을 엄청 하고 있더라고요. 스님은 대체 뭐가 궁금해서 이렇게 하지? 하다가 '나도 이번생에 태어난 이유는 알고 가야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도 하고, 그리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108배, 10000배 절하는 사람을 그렸는 데, 그래도 답을 못 찾겠는 거예요. 그래서 팔만대장경처럼 오기로 팔만사천 마음을 다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마음조차 비워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비워냄을 표현한 '여백' 작품, '순간순간을 알아차리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들을 그려냈죠. 지금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 나를, 이렇게 와주신 거에 기뻐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거죠. 그리고 그 마음을 바라보는 거죠."
이동해서 원통형으로 된 '마니차'를 돌려보는 체험을 했다. 소원을 생각하면서 한 칸 한 칸 돌리며 한 바퀴를 돌았다. "절에 가면 소원지 보셨죠? 가장 많이 쓰여있는 소원이 뭔 지 아세요? 네 맞습니다. 가족의 건강, 누군가의 성공을 바라는, 그게 바로 불교의 핵심 '자비'입니다."
문뜩, 아까 가장 먼저 빌었던 소원이 막내동생의 취업 성공이었고, 두 번째는 가족의 건강이었던 게 떠올랐다. (물론 그다음은 나의 성공과 평안을 빌었지만) 우연찮게 잠시나마 자비를 베풀었다.
"지금 앞에 여러 부스들이 있는데요, '전통적인 불교를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표현할까' 고심했을 작가님들의 마음을 보시면서 구경해 보시면 박람회를 더 잘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그중에서 '힙스터 부처님' 줄여서 '힙부즈' 브랜드를 만든 작가님을 만나 소개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21세기에 부처님이 살아계신다면?을 주제로 다양한 일러스트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굿즈들을 만들고 있는 브랜드고요. 티셔츠, 캘린더 등 다양한 상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 외에도 불교 굿즈를 파는 많은 부스들이 있었다. 너무 다양해서 하나하나 보다 보니, 발걸음이 계속 멈췄다. 구경하는 재미도,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불교가 요즘 힙하다'는 말이 딱 맞았다.
관람을 마친 뒤, 마지막으로 불교 상식을 알려주셨다. "사찰 가시는 거 좋아하시나요? 가시면 가운데 문으로는 들어가지 마세요. 어간이라고 해서 임금이 지금은 스님들이 들어가는 길이고, 여러분들은 양쪽 문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절은 삼 배를 하시면 돼요."
"부처님께 가서 '저 왔습니다.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하며 인사드리고 둘러보는 게 첫 번째 예절입니다. 이것만 아셔도 충분합니다."
도슨트 프로그램 마무리를 위해 출구로 가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오늘 친구분, 그리고 연인분이 함께 오셨잖아요. 불교에서는 '인연'이라는 걸 정말 소중하게 여겨요. 옆에 계신 분, 그리고 오늘 저희가 이렇게 만난 것도 큰 인연인 거죠. 오늘 하루 즐거우셨으면 합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친구와 재입장해서 천천히 못다 본 부스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박청용 작가님께 궁금한 게 있어서 부스를 다시 찾았다. 작가님께 물었다. "세세한 그림들을 그리시다 보면, 절 하는 자세나 동작을 잘못 그리셨을 때, 처음부터 다시 그리셨나요? 아니면 끝까지 하셨나요?"
작가님이 답하셨다. "초반에는 다시 많이 그렸어요. 그러다 받아들이게 됐죠. 사람을 그릴 때 체구가 작은 사람이 있고, 큰 사람이 있고, 표정도, 느낌도 다 다른 거니까요. 그다음에 흘러서는 '이런 문제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서 어떻게 가지고 가나.' 이걸 가지고 좀 더 고민했죠. 잘 수용해서 풀어나가고, 새로운 작품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랬죠.'
" 저기 보시면 태양에서부터 사람이 나가잖아요. 사람에게는 모두 불성이 있대요. 밑에 보이는 한 사람은 어떻게 보면 존재의 이유를 알아차린 거죠. 이유를 찾는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이겠죠. 내가 나를 만난 거죠. 광명을 얻었다 할 수 있죠."
사찰에 가면 항상 마음이 편했는 데, 부처님은 왠지 모든 것을 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 같아서였다. 성찰보다는 순수하게 소원을 빌고, 자연 속에서 잠시 멈추어 간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제는 일상에서도 불교를 생각해 보려 한다. 불교가 말하는 '알아차림', '자비',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을 계속 떠올리고 싶다. '업보'라는 단어도 생각해 보게 된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는, 삶에서 모든 선택과 행동이 나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업보. 그래서 요즘은 좋은 업보를 쌓는 '업테크'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나?를 고민해 보게 된다.
불교가 힙하다는 말을 직접 경험해 본 하루였다. 박청용 작가님을 알게 되었고, 글을 쓰는 지금 그때 작품 하나하나 좀 더 깊게 감상해 볼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글을 쓰면서 불교라는 종교가, 아니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더 좋아졌다.
무소유도 어렵고, 내가 왜 태어났는지 존재의 이유를 찾는 건 더 어렵다. 문뜩, 우리는 중생이니깐 당연히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중생이어서 참 다행이다. 불교가 왠지 모르게 재미있게 그리고 더 가깝게 느껴진다.
박람회 관람이 우연은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살아가면서 오늘의 경험이, 불교에 관한 생각이 문뜩문뜩 떠오른 테니깐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이 글이 유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