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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14. 2021

미국에서 리얼리티쇼가 인기있는 이유 Part Three

It's all about marketing

리얼리티 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는 영화를 진짜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초록색 공주가 아름답고 행복하다고 이야기해도, 사람들은 저건 영화니까 그렇지 합니다. 현실과 영화는 엄연히 다른 거라고요. 또한 소셜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클릭 하나만으로 타인의 삶을 구석구석 엿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컨텐츠는 텔레비젼 드라마나 영화 세트에서 촬영을 목적으로 제작된 영상이나, 출판을 목적으로 연출된 사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임팩트가 있습니다. 진짜이기 때문입니다. 자기 집 부엌에서 정작 밥 한번 안 해 먹어 반짝반짝한 주방과 근사하게 꾸며진 다이닝 룸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저런 데서 요리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니까요. 또한 보정을 했을지언정 멋진 드레스를 입고 적당히 탠(tan)이 된 몸매를 자랑하는 사진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니까요.


리얼리티 쇼는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의 현재 삶을 드라마틱하게 가공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리얼리티 쇼는 '리얼리티'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어도 진짜 그들의 삶은 아닙니다) 좀 연식이 있지만, 짐 캐리가 나왔던 <트루먼 쇼>라는 영화 아시는지 모르겠네요. 트루먼은 자신이 리얼리티 쇼 주인공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지만, 영화 속 <트루먼 쇼> 같은 게 바로 리얼리티 쇼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실제 인물 트루먼의 삶 자체가 드라마가 되는 것이기에 허구로 만들어낸 드라마를 시청할 때와는 달리, 시청자의 몰입도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를 보면 그가 첫걸음마를 뗏을 때, 온 세계가 환호했다고 하죠. 그리고 죽은 아버지가 다시 살아 돌아오는 장면에서 그것을 시청하는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모두 감동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수많은 리얼리티 쇼의 등장은 시청자들이 허구가 아닌 진짜를 보고 싶어 하는 심리에 기인합니다. 현실 속에,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의 삶을 보고, 그들의 말을 직접 듣고 싶어 합니다. 이 요구는 곧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텔레비젼 제작진은 이 요구를 십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리얼리티 쇼의 종류도 가지 각각이고, 그 숫자와 인기도 엄청납니다. 리얼리티 쇼 출연자들 중 영화배우나 가수 못지않은 수입과 명성을 얻게 돼 셀렙의 명칭까지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 시리즈 초반에 소개한 카다쉬안 자매들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얼리티 쇼의 기능


시청자들은 리얼리티 쇼를 시청하면서 텔레비젼 속 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 나와 같은 걱정,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리얼리티 쇼에 방영되는 가족 간 싸움을 보면서 우리 가족만 싸우는 게 아니라는 걸 느끼고, 지방 흡입이나 성형을 하려고 성형외과 의사랑 상담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만 외모에 컴플렉스 있는 게 아니구나 알게 되고, 부부의 이혼 과정을 시청하면서 부부생활에 나만 실패하는 건 아니구나 위로받게 됩니다. 따라서 리얼리티 쇼 주인공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헐리우드의 그것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는 거죠.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청률이 높게 나오고, 시청률이 높으면 광고도 많이 팔리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죠.


또한 리얼리티 쇼는 이상적 자기 이미지가 투사된 현실 속 인물을 보여줍니다. 내가 동경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며, 그 실제 인물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킴 카다쉬안과 그녀의 자매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상을 팔로우하는 리얼리티 쇼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는 이러한 심리를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실 속 나는 글래머러스하지 않고, 옷장 안에 옷도 그리 많지 않고, 친구와 가족을 대동하고 카리브해로 휴가를 가지도 않지만, 킴과 그녀의 자매들은 내가 상상하는 나의 모습이며 내가 동경하는 삶을 실제로 살고 있기 때문이죠.


긍정적 자아상의 딜레마


미국인들은 겸손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자신감은 큰 덕목입니다. 어디를 가도 부끄러워 말 못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크고 작은 모임에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 이야기하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쭈뼛쭈뼛하는 거 없이 궁금한 것 있으면 손 들고 물어보죠. 별로 잘난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당당해 보이기에 저들은 뭘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가, 그런 생각이 들 때조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게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른 세계 어느 나라나,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들여다보면 오십보 백보인 게 외국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일 것입니다.


미국인의 당당함이 미국 문화의 특징이지만, 모든 사람이 자부심으로 가득 찼다면 리얼리티 쇼가 텔레비젼에 발 붙일 틈이 없었을 것입니다. 남몰래 품고 있는 허황된 꿈이든, 가슴 깊숙한 곳의 열등감이든, 이상적 삶에 대한 동경이든, 다른 사람을 통한 대리만족이든, 리얼리티 쇼는 미국인의 심리 근저에 자리 잡고 있는 취약함(vulnerability)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리얼리티 쇼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인생 스타일, 내가 가보지 않은 곳, 그리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문화를 대신 체험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는 낚시 좋아하는 아저씨들을 위해 거대한 참치 잡는 리얼리티 쇼가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리얼리티 쇼의 범위(scope)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은 제 지인과 대화를 하는데, 가끔은 페북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이 분 영화배우는 아닐지 몰라도 외모가 준수합니다. (미국인들 40%가 비만인 걸 염두에 두시길) 궁궐 같은 집은 아니지만 자기 집도 있고, 결혼도 했고, 일 안 해도 될 상황입니다. (미국인은 남자가 수입이 월등히 많지 않은 이상, 부부가 다 경제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이 분의 아이러니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봐야 될 것 같은 강박관념(impulse)이 있다는 겁니다. 아마도 이것이 미국에서 리얼리티 쇼가 인기 있는 이유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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