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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ys Nov 12. 2021

미국에서 리얼리티 쇼가 인기있는 이유 Part Two

소셜 미디어와 자존감

자신감? 아니면 착각?


영화 속 주인공 입을 통해 당신은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스크린 밖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설파를 하는데, 영화를 본 사람들은 실제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만 할까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대체적으로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당당합니다. 그런데 이들의 자신감은 자신의 자질(qualifications)에서 비롯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하면, 잘난 게 많아서 자신감을 갖는 게 아니란 이야기죠.


외모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역시 그렇습니다. 미국에 처음 오신 분들 쇼핑몰에 가든, 레스토랑에 가든, 관광지에 가든, 몸집 큰 미국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솔직히 그냥 비만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할 때도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보다 다섯 배 더 무거운 몸무게를 가진 분들도 있으니까요. CDC 통계에 의하면 2017-18년 미국 성인의 비만율(비만과 과체중이 다 포함)이 전체 인구의 42.4%라고 합니다. 즉, 성인 인구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정상체중을 웃돈다는 이야기죠. 조금 과장해서 거진 인구의 반이 몸무게가 무겁다는 겁니다. 게다가 요즘은 어린이 비만도 큰 문젯거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다이어트하시는 여성들이 미국에 오시면 난 정말 날씬한 편이구나,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의 비만 인구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게 푸짐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여자분들 옷 입는 거 보면, 정말 자신감 있습니다. 이런 여자분들이 해변가에서 수영복 입고 돌아다니고, 외출할 때 노출 심한 드레스 이런 것도 잘 입고,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를 자신 있게 입고 집 밖을 나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2012년 18대 총선 당시 공지영 작가가 투표 독려를 위해 생얼 인증샷을 트윗하였을 때, 극우 정치인인 변희재는 '공지영이 투표 독려한다고 자기 생얼 올렸잖아요. 진짜 토할 뻔했어요. 오십 먹은 여자가 생얼 왜 올립니까? 공주병은 확실해 보여요'라고 트윗한 것 때문에 논란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오십 먹은 공지영의 생얼 트윗이 공주병이라면, 미국 여자 대부분은 공주병 중증 환자들일 거라 생각됩니다.


공주병, 왕자병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미국인들의 이런 자신감 (아니면 착각) 뒤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아이들은 성별 구분 없이, 어렸을 때부터 운동 리그에 속해 주말마다 게임을 합니다. 따라서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 게임에 가서 응원하는 게 주말 일과 중 하나죠. 왔다 갔다 하는 이동 시간 포함해서 최소한 두세 시간 정도 걸리는 게임이니 보통 아이가 두셋인 경우, 아이들 게임 쫓아다니다 보면 토요일 하루가 다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도 축구니 농구니 수영이니 이런 걸 했는데, 그때 만난 부모들을 보고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자기 자식뿐만 아니라 팀 전체를 본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이들 재미로 하는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인 자체가 매우 경쟁적인 습성을 가지고 있어서 승패에 매우 민감합니다. 아이들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고, 부모들(특히, 아버지)도 아이들 운동 경기하는데 와서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죠. 그래도 경기 결과에 대해선 군말 없이 깨끗하게 받아들이고, 같은 팀 내에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예를 들면, 달리기 느린 아이가 공을 몰고 가다 상대팀 수비수에게 공을 뺏겼을 경우, 경기 관람하던 부모들은 공은 뺏겼지만 다시 공을 뺏어 오려고 열심히 뒤쫓아간 건 잘했다고 칭찬합니다. 상대편 선수가 슛을 쏴서 골인되면 골키퍼가 공을 막지는 못했지만, 그거 잡으려고 점프까지 했다며 정말 대단하다고 또 칭찬하죠. 게임 끝나고 나서 코치(보통 자원 봉사자로 선수의 아버지나 어머니임)도 선수들 모아놓고 그날 경기 평가하면서 칭찬거리 찾아 선수들 하나하나를 칭찬해 줍니다.


진심에서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격려 차원에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월리 찾기처럼 눈에 불을 켜고 칭찬거리 찾기 게임을 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학부모 회의에 가도 선생님은 긍정적인 말만 합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가운데 성장하여 공주병, 왕자병이 든 건지 몰라도, 객관적인 눈으로 봤을 때 별로 잘하는 거 없는 것 같은 아이들도 주눅 든 애들이 별로 없고, 별로 잘난 거 없는 것 같은 어른들도 꽤 자신감 있어 보입니다.  


부정적 자아상의 장(場), 인스타그램


그런데 최근 월스트릿 저널이 입수하여 언론에 보도된 페북 내부 리서치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십 대 소녀 세 명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철없는 소녀들이 자신을 뚱뚱하다 못 생겼다 이런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죽고 싶다는 자살 충동마저 느낄 정도로 깊은 절망감에 빠져있다는 겁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또래 십 대 소녀의 날씬하고 이쁜 사진은 외모만 비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명품, 고급 자동차 그리고 그들이 사는 고급스러운 맨션을 낱낱이 다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겁니다. (실제로 만나보지도 않은 인스타그램 상의 불특정 틴에이져 때문에 삶의 의욕마저 잃는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지만,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기 전 십 대를 보낸 저로서는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것과 달리, 모든 미국인들이 자신에 대한 자긍심으로 가득 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실례입니다. 2015년 도브와 트위터가 손잡고 #SpeakBeautiful 캠페인을 펼쳤는데요. 이 캠페인에 따르면, 사람들은 ‘난 내 몸매 정말 싫어’ ‘ 저 여자 뚱뚱하고 못 생겼네’ 등과 같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부정적 트윗을 매년 수백만 건 이상 날렸다고 합니다. 이는 영화 속 초록색 공주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설파하여도 사람들 마음속엔 저건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고, 현실의 인식은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당신은 아름답다’라고 말하라는 이 캠페인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영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믿을 만큼 순진하지만은 않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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