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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리치 Mar 18. 2024

댓가가 힘들면 힘들어하겠어.

그렇게 작가가 된다

무엇이 문제일까? 퇴고를 한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피드백이 왔다. 


"작가님, 음,, 말씀드리기 좀 그런데 저는 샘플원고가 더 좋았어요. 공감되고 잘 읽히고, 퇴고한 원고는 중간에 맥이 끊깁니다."


주변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맥이 끊긴다. 맥인 끊긴다. 머릿속은 하얗게 되면서 벽에 기댄 채 주저 앉는다. 유난히 힘들었던 리더십 주제를 최대한 쉽게 써야한다는 컨셉인데 그렇지 못했다. 뭐가 문제이지? 나한테 맞는 옷일까? 어울리지 않는 옷 아닐까? 포기할까? 노트북을 열었지만 원고를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약 일주일이 흘러가는 동안 여전히 원고를 꺼내보지 않았다.


다시 봐야하지만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공감가지 않는다. 맥이 끊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니깐 움직이지 않았다. 편집자의 피드백을 내가 인정했다. 스스로 자신없어 하던 원고를 집어낸걸 내가 인정한 것이다. 나의 수준과 위치를 인정하라고 주위에게 말했지만 정작 나는 그러지 못했다. 피드백을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질책으로 받아들인다.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하지 않았지만 인정을 원하고 있었다. 


늘 원고를 써내려간 카페를 가는 도중 다시 집으로 왔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건채 오랫동안 네비게이션을 쳐다봤다.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물이 보고 싶었다. 바다는 멀고, 가까운 호수로 목적지를 찍는다. 한참을 호수를 바라보다 노트북을 꺼낸다. 열지 못했다. 가방을 뒤적이니 작은 이북리더기가 보인다. 리더십, 심리, 경제, 자기계발.. 나도 모르게 긴 호흡이 나와버린다. 베스트셀러를 연다. 그리고 소설을 열어본다. 지금 현실을 회피하려는 듯 추리소설 몇개를 다운받는다.


시간은 감정과 상관없이 일정하게 흘러간다. 사람도 물과 같이 자정능력이 있나보다. 포기하고 싶고, 다시는 못 쓸 것 같은 마음도 시간이 지나니 용기가 생긴다. 다이어리에 '공감 포인트 잡아보기'라고 적었다 지우고 다음날로 옮겨적는 일을 반복했다. 월요일, 나는 오늘 할 일에 다시 적어본다. 용기가 날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주위에서 맴돌고 있다. 노트북을 열고 원고파일에 커서를 둔채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다, 브런치를 연다. 그리고 지금 이시간...


내 마음을 써내려가니 마음속 물레방아가 마음을 정화한다. 그래, 난 아직 이 정도야. 실패도 성장이야라는 특에 박힌 이야기는 하지 않겠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로만 하루를 만들어보겠어. 지금 읽고 뭐라도 한자 끄적이는 거가 맞는 거 같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에 대한 댓가가 힘들면 힘들어하겠어. 그래도 죽지 않으니깐.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기대하는 누군가도 있기 때문에.. 다시 걸을 수 있는 시간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봄이다.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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