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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준 Feb 16. 2022

10월 25일~10월 31일

2차 수정완료

10월 25일 (월)


유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번 추석에 참석한 세계 평화의 날과 같이 유엔군 사령부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오늘 일정 계획을 보니 식순도 지난번 행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오히려 비둘기를 날리는 이벤트가 없어졌다. 더 많은 비둘기에게 자유를 선사하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09시 30분에 여유롭게 출발했다. 날도 흐리고 구름이 많이 끼어있어서 크게 걱정 없이 선크림은 바르지 않고 출발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태양이 가짓말처럼 내리 쬐었다.

선크림을 바를 걸 후회하였으나 이미 늦었고, 그늘에나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번 행사와 비교하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민간인들도 많이 오고 정장을 입은 인원들, 백인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많이 있다는 것. 현지 언론사 매체 리포터들도 대거 참석하였다.


첫 줄에는 유엔군 총사령관, 레바논 남쪽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South Litani Sector, SLS 사령관, 레바논 군  5여단장, 서부 여단장, 동부여단장, 랍비들과 시장단, 양복을 입은 많은 서양인들이 앉았다.


뭐 무조건 그렇게 앉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다들 눈치껏 앉았다. 둘째 줄에는 각 부대의 지휘관들, 셋째 줄은 민간인들, 넷째 줄이 군인 참모들이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 줄인 다섯번 째 줄은 햇살이 강하게 비추어서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한국군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서 비교적 사람이 많이 없는 넷째 줄에 앉기로 했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행사이고, 백신 2회 접종을 한 점, KF94 마스크를 착용한 점을 고려하여 2번째 줄에 앉으실 것을 강하게 권유드렸지만, 네 번째 줄에 앉으셨다.


통역장교는 한국군 지휘관의 뒷자리에 위치하여 바로바로 통역이 들어가야 한다. 이런 경우 나는 영락없이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다섯번째 줄에 앉거나 그냥 뒤에 서 있게 되었다.


뒤에 서보니 이탈리아 근접경호팀의 대위가 서있었다. 키는 190정도에 대머리였다. 그래서 머리가 빠지지. 두피에 열이 가는 것은 탈모에 정말이지 치명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근접경호팀은 선글라스라도 있네. 직사광선이 눈에 안 좋긴하지. 왜 하필 오늘 선크림을 바르지 않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선글라스라도 챙겼다면 적어도 지금 눈 마저 시렵지는 않겠지.


 일면식이 있는 이탈리아 중령이 넷째줄에 앉아있었다.  와서 옆에 앉으라는 사인을 웃으며 손짓으로 보내왔다.


“어우, 갈까?” 살짝 흔들렸다. 해도 해지만, 아직 연설은 시작도 안했고, 더운 날씨에 양말이 땀으로 젖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정신차리자. 직무유기다. 이건.” 2초간의 고민 끝에 정신을 다잡았고 여유롭게 웃어줌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당신의 배려와 호의는 감사하지만 난 지금 엄연한 임무수행 중이다. 키 190의 이탈리아 근접경호팀과 같이 나도 뙤약볕에 서있을 수 있다. 실은 나도 한국에서 한 가닥 했었다.라는 대답. 나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이탈리아 중령은 어깨를 한번 으쓱한 뒤 다시 행사에 집중하였다.


 만족스러운 답변 후 다시 자세를 바로 잡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어깨를 폈다. 이탈리아 경호팀 옆에 딱 서서 한 팀인양 서 있었다. 한 2분쯤 서있었을까 머리에 땀과 열이 차는 것을 느꼈고, 이는 탈모에 치명적이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베레모를 쓰면 두피가 열을 받는 것 같아서 벗고, 또 벗으면 직사광선을 바로 맞는 것 같아서 그늘이라도 만들어줄 생각에 썼다. 베레모만 벗었다 썼다 하다가 경호팀 옆에 서있는 것은 포기했다.


 다리도 아프고 유엔군 총 사령관이 뭐라고 하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연설 내용도 이전처럼 받아 적지 않았다.지난번 행사 때 보니까 이 정도 규모의 행사는 연설문을 나중에 유엔 홈페이지에 올리더라. 나중에 거기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고 공유해야겠다 생각했다. 그저 빨리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들어오니 태권도 교관이 오늘 점심으로 나온 소고기 국밥을 라면 포트기에  놓았다. 국물까지  마시고는 얼굴에 알로에를 듬뿍 발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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