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나에게 알려준 것

by pigeon choi

작년 싱가포르 에어라인 홈페이지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뉴욕행 프리미엄 좌석 프로모션과 함께 아름다운 뉴욕의 야경 썸네일을 보고 홀린 듯 클릭했던 적이 있다. 자연스럽게 예약 페이지는 나에게 캘린더에서 일정을 확인했고 나는 그 답을 구글에 물었다. ‘뉴욕을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언제인가’라고. 구글에게서 답을 얻은 나는 자연스럽게 5월 중순의 생명력이 만개하는 때에 맞춰 뉴욕행 비행기를 사고는 까맣게 잊었다.


그리고는 오월,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마침 싱가포르를 떠나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던 그 달. 마치 장난처럼 나는 그녀가 떠나고 그다음 주,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떤 기대나 목적이나 큰 플랜 없이, 그냥 그 도시를 만나보고 싶었다. 다들 그렇게나 사랑하면서도 혐오해 마지않던 그 도시를.


그 여정을 축약하자면, 나는 도시의 비둘기로서 나의 에너지와 그 거대한 사과의 에너지가 아름다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온 피부로 느꼈다. 그 커다란 도시의 잡음과 어두운 면면들, 거친 도시의 구석구석과 다소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개개인마저도. 그 도시의 단지 아름다운 마천루와 문화와 예술, 다양성만이 나로 하여금 그곳에 홀리게 하는 그런 에너지가 아니었다. 작년의 나는 13개 국가를 돌며 나의 에너지와 그 도시의 에너지를 관찰해 왔고 그 어떤 도시에서도 나라는 개인의 모습을 그 도시의 작은 카페테리아 구석에서, 로컬 바와 펍안에서, 심지어 공원 벤치와 같은 작고 쉬운 일상의 공간 안에 그려 넣어 봤지만 그 그림은 쉽게 완성되지 않았다.


뉴욕은 조금 달랐다. 처음 그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비행기에서 18시간을 보내는 동안 호텔은 내 예약을 마음대로 취소했고 도시는 이방인에게 불친절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착해서 갈 곳이 없어진 첫인상으로 다가온 그 도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제공했다. 그곳에서 나는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작은 시가 바 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나를 그렸고, 로컬 커피숍에서 매일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나를 쉽게 마주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관광객들과 그 모습에 지쳐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는 뉴요커들 간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행은 간혹 감기몸살처럼 나에게 그리움을 안긴다. 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그 도시를 그리워하고 그 도시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편. 하지만 내가 뉴욕에서 느낀 것은 단순한 열병이라기에는 강한 이끌림이었고, 나는 그 도시가 가진 아름다운 매력뿐 아니라 그 공평함에 매료되었다. 그 큰 어항에서 나는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다는 것. 그곳에서 큰 물고기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와 단순히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닌 아웃스탠딩해야 한다는 것을, 그 비범함을 가지고 싶은 허기를 다시금 느꼈고 그것이야말로 내가 싱가포르라는 작은 어항에서 큰 노력 없이 성취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나의 거만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하나의 경험이었다.


다시 돌아온 싱가포르에서의 삶은 많이 단순해졌다. 매일 운동하고, 밥을 잘 챙겨 먹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심플하게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축적하는 중이다. 내게 있어서 새로운 도약을 찾아 나설 수 있는 에너지와 체력을 비축하고, 그 도약이 눈앞에 왔을 때 온 힘을 다해 전력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다듬어진다. 뉴욕은 내게 그런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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