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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리 Jul 14. 2023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기

손 편지, 펜팔 248

〇〇님 안녕하세요. 저는 포로리입니다. 핑크색 다람쥐예요. 장보고대로 248번길 우편함에서 제 편지를 받으시겠지요? 저는 이 편지를 써서 광교중앙로 248번길 우편함에 넣어둘 예정입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우리의 인연이 이렇게 닿은 것이요. 그리고 봉투에 주소를 적을 때마다 같은 숫자 248을 보며 설렐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네이버 지도에 <완도살롱>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지도에 보이는 지명들이 모두 낯설었어요. 우리가 떨어진 거리가 얼마나 될지 알려면 마우스 스크롤을 계속 내려서 지도를 축소해야 했어요. 400km가 넘게 떨어진 곳이더군요. 차로 가면 4시간 30분이나 소요되고, 연료비와 통행료를 합치면 왕복 15만 원은 들겠더군요. 맙소사! 언젠가 여름에 한번 가봐야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지도로 거리를 확인하곤 마음을 접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신 제주도에 가면 위쪽을 한번 올려다보겠습니다. 〇〇님이 계실 거라 생각하고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완도라는 곳은 제가 살고 있는 곳보다 더 덥겠지요? 남쪽이니... 이것조차 가늠이 되질 않아 결국 또 검색을 해봅니다. 여름에는 어떤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세요? 저는 요즘 운동에 빠졌습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잖아요. 아니, 운동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고 그냥 몸관리라고 정정합니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매일 버피테스트 200개를 하고 있어요. 혹시 버피테스트를 아시나요? 똑바로 서서 엎드려뻗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이 동작이 전신운동에 효과가 좋다고 해요. 덕분에 저도 뱃살이 들어가고 몸에 탄력이 생기는 중입니다. 다가올 여름이 두려우시다면 〇〇님께 버피테스트를 추천드립니다. 처음엔 100개도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점점 체력이 좋아져서 요즘엔 200개씩 하고 맙니다. 다른 운동을 따로 하고 있진 않지만, 이 정도 운동을 하고 나면 땀이 매트에 떨어질 정도라 모든 음식이 다 맛있고요.


〇〇님은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완도에서는 해산물을 자주 먹나요? 만약 그렇다면 내려갈 의향이 있습니다. 해산물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밀키트 음식들을 자주 먹습니다. 요리를 잘 못해요.) 하얀 비닐이 깔린 널따란 식탁에 반찬들이 푸짐하게 깔리는 곳을 좋아합니다. 한정식집이나 횟집 같은 곳이요.


아! 저는 지금 편지를 쓰면서 유튜브에 ‘사교클럽 완도살롱’을 검색해서 [바다를 닮은 칵테일과 해변의 오후] 플레이리스트를 듣고 있어요. 분위기가 죽입니다. 제가 책 보면서 맥주 마시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부산 여행을 가면 꼭 책맥 하러 가는 책방도 있는데, 완도살롱은 맥주보다는 칵테일이 더 어울리나 봅니다. 칵테일과 책이라. 왠지 밤새 책을 볼 수 있겠어요. 이런 무드와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선물님이 부럽습니다. 완도가 주는 모든 일상이 선물처럼 느껴지는 건 저만 느끼는 걸까요? 완도는 제게 모르는 것 천지이고, 환상 속에 있는 곳 같아요. 그러니 〇〇님도 제게는 '환상 속에 그대'입니다.



2023년 6월, 육지에 사는 포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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