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과 베프 맺기
손 편지, 펜팔 248
모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친근하게 쓰기 있는 거야? 편안한 마음으로 앉아 썼다고 했는데 그 마음이 나에게 전달되었어. 첫 문장 ‘안녕, 포로리’부터 마지막 문장 ‘잘 지내, 포로리’까지 이미 나는 너의 친구였고 너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고, 비밀은 지켜주고 싶더라.
아픈 건 좀 괜찮아졌어? 이별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고작 해줄 수 있는 말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인데, 나는 그 말을 다 믿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들은 덤덤해지더라도 결코 없어지진 않더라고. 어쩌다 가끔씩 떠오르는 상처는 바다 위에 반짝이는 물비늘처럼 잔잔하지 않아. 그래서 매번 아프지. 네가 없던 에너지와 관심을 끌어다가 펜팔을 시작했다는 건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어. 아픔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아픔은 삭힐수록 병이 되더라고. 나는 그런 병을 경험해 봤어. 사랑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순간, 어느 누구와의 관계도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해서 모든 관계를 끊어버린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비밀 폴더를 만들어놓고 혼자서 나의 아픈 감정을 타자로 쳐서 쏟아부었어. 아무도 읽을 수 없는 그 공간에 나 홀로 외로이 말이야. 그런데 누군가 한 명이라도 들어줬으면 좋겠더라고. 내 아픔을 말이야. 누가 나 좀 안아줬으면 좋겠더라고. 누가 내 고민을 덜어가줬으면 좋겠더라고. 참나.
사실 편지를 받자마자 바로 답장을 하고 싶었는데, 아니.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든 알아내서 카톡을 하고 싶었어. 전화를 걸어 미주알고주알 나에게 얘기해 보라고, 다 들어줄 테니 털어내라고 하고 싶었어. 하지만 어떤 때에는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고, 떨어져 있기에 전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는 말보다는 편지를 쓰라고 말이야. 그래서 몇 번을 읽고 고심하다가 편지를 써.
〇〇〇의 아픔이 건강하게 극복되길 바라. 편안하게 나를 써먹어.
아! 그리고 그곳은 바다가 정원이라고 했는데, 내가 사는 곳은 회색빛 건물과 아파트들만 눈에 보여. 하지만 호수가 가까이에 있어서 〇〇〇가 봤을 법한 '물비늘'이 반짝여. 아니, 바다의 일렁임보다는 더 고요하고 잔잔하니까 나는 '윤슬'이라고 표현할게. 아무튼 여기도 예쁘게 반짝이고 있어. 우리가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작은 인연의 시작으로 말이야.
2023년 6월, 육지에 사는 포로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