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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Feb 05. 2024

#03 가지 않은 길처럼 평생 아쉬운 것도 없죠

종말에 대처하는 캐럴의 자세, 3화 <삼각연애>

2화 마지막엔, 캐럴에게 ‘토너’ 재고의 위치를 알려주는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


그리고 3화에선 캐럴이 그녀가 갖고 있던 외로움과, 결핍된 소속감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바나나 빵을 만들어 그녀에게 전해주는 상상을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바나나 빵이라는, 다소 사소한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들이 여럿 나오는데, 그건 모두 캐럴의 꿈일 뿐이었다. 실제는 사소한 것에 사소하게 대응하는 ‘동료’가 그려진다. 각자가 서로를 ‘심리적으로 애틋하게’ 생각하고 싶어 하는데, 그것들은 모두 꿈속에서 일어난 일뿐이었다. 막상 만나서는 그들은 가장 현실적이고, 비판적이며, 이성적인 사람의 대화를 한다. 또 한 명이 더 등장하는데, 그 덕분에 알게 된, 새로운 ‘망가진 태닝샵’에서 그들은 조금 더 과거에 가까운,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며 조금 친해진다. 외로움을 갖고 표정변화가 없던 캐럴의 얼굴에 옅은 홍기가 그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3화는 그녀가 다른 사람과, 회사와 친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렇게 1개월 정도가 흘러 6개월 정도가 남은 무렵으로 애니메이션은 크게 점프한다.


캐럴의 육지 이야기가 진행되는 도중, 크루즈 여행을 떠난 부부의 장면도 지나간다. 노부부(=캐럴의 엄마아빠)와 밀접한 관계인 간호사는, 그가 왜 노부부와 함께 살고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진실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그것을 무시하고 갈 수 없었던 간호사는 자기의 직업윤리도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환자’ 또는 ‘클라이언트’가 아닌 ‘인간 000’으로 그들을 대하게 되면서 노부부와 간호사, 삼각관계가 형성이 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3화 속 누군가가 그에게 이야기를 던졌다.

가지 않은 길처럼 평생 아쉬운 것도 없죠.

3화 속 누군가는 30여 년 동안 똑같은 일을 해왔기에, 더욱 강렬하게 작용했다. 그 반응을 끝으로 3화도 마무리된다.


캐럴의 입장에 공감할 때마다, 계속해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어, 나는 외로운가? 나는 소속감이 결핍되었다고 생각하나?

나도 그녀처럼 친구가 필요한가? 나도 내 마음속 중요한 무언가를 잃었나?

나도 남은 시절이 얼마 안 되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도, 나는 내게 질문을 해댔다.

나는, 오늘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아쉬워할까?


아! 그래도 다행인 건, 오늘은 운이 좋게도 가지 않을 뻔한 길을 갔다. 그래서 그 결과가 참 마음에 들었다. 안 했으면 아쉬웠을 것이고, 해서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그런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 그 사람의 다음 운명이 조금 더 기다리려 지는 그런 밤에 리뷰를 마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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