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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Apr 14. 2024

컴백런 : 달리기의 목표

다음 달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기

이 벅찬 감동의 시작점엔 피크닉에서 하는 전시회가 있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라는 문장을 앞세워 다양한 달리기의 모습을 보여준 전시회에서 얻었던 건, 다양한 모양새의 달리기와 국제 마라톤, 그리고 나이키 추천 음악 리스트였다.


정말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시간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하프 마라톤을 뛰었던 작년에도 이렇다 할 ‘러너스 하이’를 느낀 적은 없었다. 그걸 느낄 수 있는 달리기를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옷을 입고 무작정 바깥으로 향했다. 걸어 다니던 길을 뛰어 강가까지 도착했다. 뛸 수 있게 만들어둔 트랙이 있는 곳을 따라 뛰다 걷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이걸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키 앱을 켰던 건, 그리고 트레이너 가이드를 들으려 찾았던 건 참 우연이었다. 기존에 듣고 있던 다른 가이드도 있었고, 내가 들으려고 했던 건 가장 안쪽 슬라이드까지 가야 보이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가이드의 이름은 “컴백런”이었다. 이미 뛴 구간이 있으니 조금 쉽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눌렀다. 12분이라는 러닝 타임에 가이드는 무슨 이야기를 할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계처럼 특정 구간에 다다르면 응원해 주는 녹음된 목소리가 나올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최경선 마라토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파이팅이 넘치는 목소리, 운동을 하는 ‘선수들’ 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 너머로는 (피크닉 전시회에서 추천받은) 나이키 추천 음악 리스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돌아와서 반갑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만 했는데도 벌써 1km를 뛴 나를 보곤 놀라웠다. 그녀의 이야기 중간에 [목표]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번 달리기엔 목표가 있어요. 달리기엔 다 목표가 있고, 이번 달리기의 목표는 ‘다음 달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을 만들기’입니다. …. (중략) 그러니 꼭 완주해야 합니다.


달리기에 어떤 목표가 있다는 사실에 의아했고, 그 목표가 ‘다음번에도 하고 싶게 만드는’ 거라는 건 충격적이었다. 그런 ‘마음 상태’를 목표로 잡아본 적이 별로 없던 내겐 정말 신박했다. 갑자기 찔끔 눈물이 났다.

내 인생에 다시 시작한 무언가의 목표를 이렇게 잡아본 적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눈에 멈춰 눈물이 되었다. 달리다 말고 땀을 닦는 척하며 눈물을 닦았다. 다시 시작하는 나는 이전보다 더 많이 잘, 실패와 실수를 최소화하며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더 민첩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던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 눈물을 흘린 후로 남은 시간까지 마라토너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더 집중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였다. 어제보다 더 나아진 오늘을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 ‘나아지는 방향’ 엔 마음가짐이 포함되었다는 것 말이다. 그렇게 남은 시간을 뛰어 카운트 다운만을 남겨두었었다. 5, 4, 3, 2, 1 하고 끝난 첫 번째 달리기, 컴백런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혼자 마무리 한 느낌보다 같이 즐거워해주고 칭찬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반가웠다. 정말 마라토너의 이야기였던 컴백런 달리기의 목표가 달성된 순간이었다.


내일도 너무나 달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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