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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Nov 01. 2021

이탈리아에서 먹는 녹두전 맛 피자  

ITALY (간장 대신, 나에겐 올리브 오일이 있네)

한국에서 종종 한식과 이탈리안 음식이 비슷하다고 비교하는 말을 듣곤 했다. 특히 피자와 빈대떡의 유사함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사실 그렇게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빈대떡과 피자 모양이 둥그렇게 비슷하긴 하지만 맛은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피자의 기본은 토마토소스를 베이스로 하는데, 토마토소스의 새콤한 맛과 어우러지는 토핑들에서 나는 맛들과, 해산물 빈대떡 혹은 녹두전에서 나는 구수한 감칠맛에서는 유사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생각을 바꾸게 된, '피자와 빈대떡은 정말 비슷한 거 같아!!! '라고 눈이 떠지는 경험을 한 건 토스카나 지역에서 '콩을 갈아 만든 피자'를 먹었을 때였다. 토스카나의 '엘바 아일랜드' 에는 유명한 피자 집이 있는데, 내가 머물렀던 이탈리안 친구 가족은 이곳을 즐겨 찾았다. 이탈리안 친구인  '마이클'과 '루비나' 부부는 우리 오늘은 피자를 먹으러 가자! 항구에 정말 잘하는 피자집이 있어. 그곳에 가면 'Farinata(파리나타)' 라는 피자를 꼭 먹어야 해! 콩으로 만든 피자인데 정말 맛있다구 !! 들떠하는 친구를 보니 나도 그 피자가 궁금해졌다.


깔조네, 혹은 로마식으로 튀긴 피자까지는 먹어 봤는데, 콩으로 만든 피자라.. 그날 저녁 나와 남편, 그리고 이탈리안 친구 커플의 세 아들, 양가 어머님까지 총출동하여, 포르토 페라이오 항구로 향했다. 항구에는 멋진 야트들이 정박해 있었고, 정박지를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니 오래된 Pizzaria(피자리아) 가 보였다.

포르토 페라이오 항구
피자 화덕

피자리아 입구에서부터 숯이 시뻘겋게 이글이글 대는  화덕이 보였다. 그리고  화덕 앞에는  요리한 '직사각형' 모양의 피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직사각형 모양의 피자접시들 옆에는  거대한 지름 50 센티는 되어 보이는 노릇노릇한 토마토소스가 없는 빈대떡 같은 모양을  피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친구들이 설명했던 '파리나타' .


(좌) 포르치니 피자, (우) 파리나타 피자

이 파리타나 피자는 토스카나 지역의 피자로, 병아리콩(Chickpea)을 갈아 올리브 오일과 물을 넣어 반죽하여 구워 낸 피자다. 생김새는 너무도 녹두전과 비슷해 보여 시각적으로 한번 놀란다. 콩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맛도 혹시나 비슷할까 기대를 했다. 주문하고 20분 정도를 기다려,  조각조각 투박하게 찢어진 따끈따끈한 파리나타를 받았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 해 얼른 잘라서 한입에 쏙 넣어 보았다.


아니 이것은!!!! 녹두전이 아닌가!!!! 정말 한식과 이탈리안 음식은 비슷했던 것인가!!! 


녹두전은 맷돌로 갈아 작게 으스러진 녹두 알갱이가 느껴지고, 도톰하게 구워내어 전을 먹을 때 버석버석한 식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콩의 고소함과 특유의 담백함이 특징이다. 반면에 파리나타는 콩을 밀가루처럼 아주 미세하게 갈아내고, 얇게 화덕에 짧게 구워낸다. 입에 넣었을 때 텍스처가 부들부들하고 살짝 수분감이 더 많다. 이런 차이점이 있지만 콩을 갈아서 만들어서 그런지, 콩에서 나오는 그 특유의 투박한 담백한 맛, 그리고 누르스름한 노랑빛의 비주얼은 너무나도 닮은꼴이 많았다.


파리타나를 먹으면서, 아니 이건 간장을 찍어 먹으면 더 맛있겠는걸? 이라는 생각이 아니 나의 뱃속에서부터 강렬한 욕구가 끌어 올라온다. 한국에서 9년을 산 그리고 한식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이탈리안 국적의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이 파리나타 피자, 간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을 거 같지 않아?’ 그러자 '전혀' '이 그대로가 맛있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런.. 밀려오는 이 배신감... '아니 간장이 있어야지. 이런 녹두전 맛에. 간장이 없으니 참으로 아쉽네.' 난 아쉽게 입맛을 다시었다. 그래도 이 따뜻한 녹두전 맛 피자를 먹고 있으니, 한동안 한식을 못 먹었었던 나의 영혼이 달래지는 느낌이다.


내가 이탈리아에서 간장을 찾은 건 오늘뿐만이 아니다. 시칠리아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이탈리아 남부에 위치한 시칠리아 섬에서는 생선회를 즐겨먹는다. 이탈리안 친구 커플과 함께 그 지역 유명한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흰 살 생선, 참치 등 붉은 생선들이 얇고 길게 포를 뜬 형태로 접시에 우아하게 올려져 서빙되었다. 생선회를 즐겨 먹는 나에게는 익숙한 재료이지만, 서빙된 접시에서 익숙함과 동시에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아하게 포가 떠진 생선 위에 투명한 초록빛으로 빛나는 올리브 오일이 뿌려져 있고 후추도 살짝 뿌려져 있었다. 초장 혹은 간장과 와사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올리브 오일이 대신하고 있었다.


오 마이 갓.. 이 때도 나는 마음속으로 간장을 애타게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톡 쏘는 와사비와 간장의 조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때론 이 맛에 생선회를 즐겨 먹기도 한다. 그때도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물었다. (참고로 남편은 한국식 회와, 일본식의 초밥을 매우 좋아한다.) 그러면 말이지.. 생선회만큼은 올리브 오일보다는 '간장' 이랑 함께 먹는 게 더 맛있지 않아? '어 맞아. 당연하지.'라고 답변이 올 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는데, '전혀' '올리브 오일이 뭐니 뭐니 해도 생선회와는 최고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남자 내가 아는 내 남편이 맞는가?  나의 남편은 청국장, 비빔냉면, 된장찌개, 육개장, 미역국 등 한식을 사랑하는 아재였기 때문이다. 간장보다 올리브 오일이 좋다는 모습을 보며 '올리브 오일' 이 이탈리안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재료인지, 그리고 얼마나 그들 입맛에 깊숙이 베어져 있는지 깨닫는다.


이탈리안과 한식. 그 유사함 사이에는, 올리브 오일의 강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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