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ALY (그라빠는 언제 마시는 거에요?)
이탈리아에서의 포멀한 식사는 대게 아래와 같이 진행된다.
Antipasti (안티파스티) : 애피타이저
Primi (프리미) : 전체요리 후 먹는 첫 번째 코스로, 보통 파스타/리조또 종류로 구성되어 있다.
Secondi (세콘디) : 두 번째 코스로 보통 육류의 스테이크, 혹은 새 요리, 지역에 따라 생선 요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Dolci (돌치) : 디저트
Caffe (카페) : 에스프레소
Digestivo (디제스티보) : 식후주
Antipasti. Primi. Secondi.
보통의 식사 주문시 디저트를 제외한 두 개의 음식을 먼저 고른다. 안티파스티 & 프리미, 또는 프리미 & 세콘디, 혹은 안티파스티 & 세콘디, 이렇게 주문할 수 있다. (그날 그날의 배고픔의 정도(?)와 입맛에 따라 가볍게 샐러드와 파스타를 주문할 수도 있겠고, 배가 많이 고픈 날이라면 파스타를 주문후, 스테이크로 마무리 할 수도 있겠다.)
웨딩 피로연이나 생일에는 혹은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이 모든 코스를 서빙하기도 한다.
혹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음식의 양이 적게 나온다면, 손님 대부분이 두 가지의 음식을 시키기 때문에 그 양을 고려해서 적게 나올 수 있다. 가끔 두 개의 메뉴를 시켰음에도 인심 좋게 푸짐하게 양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맛까지 좋으면 정말 곤란하다. 왜냐… 맛이 좋아 그만 먹을 순 없고, 배가 부른데도 계속 접시를 비우다 보면 어느새 뱃살이 늘어나 있다.
Dolci
세콘디를 마친 후에는 디저트 옵션을 선택한다. 보편적인 티라미수나 파나코타 젤라또를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서는 수파 데 잉글레제(리큐어를 머금어 푸딩같이 촉촉한 빵), 이탈리아 남부 섬 사르데냐에는 세아다스(치즈를 안에 넣고 튀긴 반죽 위에 꿀을 흠뻑 뿌려 먹는 디저트), 시칠리아엔 까놀리 등 지역에 따라 그 지방을 대표하는 디저트가 있다.
Caffe
이탈리아 가정집에서나, 레스토랑에서나 식후 절대 빼먹지 않고 호스트가 물어본다. “카페?" 즉, 커피 마실 거지? 점심 후에도, 저녁 후에도, 꼭 빠짐 없이 물어본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는 저녁은 9시 이후부터 먹는 경우가 많아 꽤 늦은 시간에 식사를 마침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인들은 식사 후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이들은 카페인에 무딘 유전자를 지닌 것인가. 나는 남편이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는지는 또 처음 알았다. 한국에 살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카페? “라고 물어보면 항상 대답은 “ Si” 즉, “응 마실래요” 로 대답한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쿵쾅 뛰지 않아? 그렇게 늦게 마시면 잠이 안 오지 않아?'라고 물어보는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마냥, ‘아니 전혀’라고 대답이 돌아온다.
아, 여기서 문화 차이는 식후의 커피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까페라떼나 카푸치노는 이탈리아인들에겐 아침에만 마시는 커피의 형태다. 식후에 혹시라도 라떼나 카푸치노를 마시면, 굉장히 따가운 눈총이나 믿지 못하겠다며 입을 떡 벌리는 이탈리아인들의 오버스러운 제스처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Digestivo
카페를 마신 후의 순서는 Digestivo(디제스티보) 다. 디제스티보는 소화를 잘 되게 하라고 샷으로 마시는 약 40도 정도의 높은 도수의 술이다. (실제로 소화가 잘 된다는 과학적 증거(?)는 별로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증거들이 더 많다). 이 디제스티보만 해도 수십 종류가 넘는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하나씩 마셔보며 내 입맞에 맞는 나만의 디제스티보를 찾아보라 말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디제스티보로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많이 마시는 ‘그라빠’, 그리고 온화한 기후로 레몬이 많이 생산되는 남부에서는 ‘리몬첼로’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아마로 아 베르다’, 블루베리가 많이 생산되는 사르디냐에서 블루베리로 담근 ‘밀또(Mirto)’ 등이 있다.
리몬첼로(Limoncello)는 이탈리아 가정에서도 집집마다 쉽게 담가먹는 술이다. 친구들끼리 서로 선물로 주기도 한다. 리몬첼로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고 한다. 약 1킬로의 레몬의 껍질을 흰색 속살이 붙어 있지 않을 만큼 겉면만 살짝 식 도려내어, 순도 100 프로의 알코올에 일주일 정도 우려낸다. 그리고 끓는 물에 설탕을 녹여 시럽형태로 만들어 레몬향과 맛이 우러난 알코올에 섞으면 리몬첼로가 완성된다. 물로 만든 시럽 대신 끓는 우유에 설탕을 넣은 크림을 섞으면 '크레마 디 리몬첼로'라는 술이 된다. 분명 집집마다 숨어있는 비법이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전수받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디제스티보는 ‘크레마 디 리몬첼로 (Crema di Limoncello)’ 다. 리몬첼로는 레스토랑마다 구비하고 있어 마시기 쉬우나, 크레마 디 리몬첼로는 영 찾기가 쉽지 않다.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잔씩 마시는 크레마 디 리몬첼로는, 식후 먹는 부드러운 레몬 소르베와 같은 맛이다. 신맛이 덜하고 부드러운 크림 형태여서, 레몬 소르베보다 더 달콤하고 목 넘김이 걸쭉한 크림처럼 부드럽다.
종종 레스토랑에서는 디제스티보를 비용을 청구하지 않고 서비스로 내주는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 디쉬의 가격이 높을 때 종종 디제스티보를 후하게 주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주는 곳에서도 디제스티보를 서비스로 서빙한다. 가끔 어떤 웨이터는 그라빠 병을 통째로 내주며, 알아서 먹고 싶은 만큼 따라 마셔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컨디션이 좋으면 두 잔 정도 마셔준다. 캬아.
이렇게 이탈리아의 식사는 종료 된다.
즐거운 식사가 되었길 바란다.
Aperitivo
이탈리아인들의 저녁 식사는 저녁 9시 정도로 꽤 늦다. 그럼 밤 9시까지 어떻게 굶주린 배로 참을 수 있는 거지?라는 의문이 든다. 이 의문이 답이 아페리티보 문화다. 오후 5시 ~ 6시 사이 간단하게 바에서 칵테일 혹은 맥주를 하며 요깃거리를 먹는다.
아침에 커피와 크라상을 팔던 카페가, 늦은 오후부터는 Bar로 바뀐다. 이때 간단하게 식전주를 주문하면 미니 사이즈의 피자, 그리고 살라미 샌드위치, 살라미, 프로슈토 등의 요기 거리가 함께 나온다. 여름에는 이탈리아의 샴페인이라 할 수 있는 Prosecco(프로세코)나, 강렬한 다홍빛의 캄파리 술과 소다를 믹스한 캄파리 소다, 아페롤 스프릿츠, 혹은 와인등을 마신다. 아페롤 스프릿츠는 오렌지 빛의 아페롤 리큐어와 프로세코 혹은 소다를 믹스한 칵테일이다.
동네마다 여러 개의 작은 광장이 있는데 이곳에는 대게 바(Bar)들이 모여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아페리티보를 하며 식전에 배도 채우지만, 이 시간에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수다를 떤다. 지인들과 약속을 잡을 때 저녁식식사를 잡게 되면 긴 시간 동안 함께 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그 시간이 즐겁긴 하지만, 때로는 1시간을 짧고 굵게, 술 한잔 마시며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문화가 '아페리티보'다. 아마 우리로 따지면 커피 한잔 할래? 티 한잔 할래? 와 비슷한 거 같다. 이탈리안 친구들이 생겼다면, '커피 한잔' 대신, 우리 오늘 아페리티보 어때? 라고 말해 보자.
[이탈리아에 이어,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아래 책을 추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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