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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Apr 23. 2024

해방감을 느끼다. 영화 '가여운 것들' 영화 리뷰

The poor thing.

(개인적인 의견을 담고 있는 영화 리뷰이며,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영화 ‘가여운 것들’ 포스터

아름다운 한 여인이 그녀만큼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강이 내려다 보이는 다리 한가운데 서 있다.


지중해의 바다를 연상시키는 블루 칼라의 드레스가 한눈에 봐도 그녀가 상류층의 부유한 여성임을 알려 준다. 그런데 무슨 사연일가? 그녀는 이 세상엔 희망이란 전혀 없어 보이는 굳은 표정으로 풍~덩 강에 몸을 던져 버린다. 그녀의 뱃속의 아이와 함께…


그 여인의 이름은 '벨라'. 자살을 기도했던 주인공 벨라는, 정확히 말하자면 벨라의 신체는 외과의사 '갓'에 의해 새 삶을 찾는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엽기적인 방법으로 말이다. 벨라는 그녀 자신이 품고 있던 뱃속 아이의 뇌를 이식받으며 새 삶을 얻는다.


성인 여성의 몸에 아이의 뇌를 이식받은 그녀는 당연하게도 아이와 같은 행동 양상을 보인다. 아이처럼 울고, 아이처럼 떼쓴다.


보통의 아이들과 한 가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면 성인 여성의 육체에서 느끼는 본인 스스로의 성욕을 발견하고 성욕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때론 고릴라처럼 울부짖고, 본인의 육체적 성욕을 온전히 표출해 내는 그녀의 모습은 어찌 보면 기괴하지만 동시에 매력적이다. 성인의 몸을 가진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욕구를 훌륭히 표현한 엠마 스톤의 연기는 관객을 몰입시키고 그녀의 앞으로의 행방을 궁금하게 만든다. 그녀가 입은 아름다운 드레스들과 판타지적으로 담아낸 영상미는 이 영화가 선사하는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게 아름다운 영상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벨라는 이 세상의 사회적 편견과 통상적인 정기 교육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녀 스스로의 경험과 책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의 행동엔 거침이 없다.


인간 여성에게 심어져 있는 보편적인 수치심, 편견, 두려움 따위는 없다.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그녀가 얻은 두 번째 삶에서 식욕 다음으로 느낀 욕망인 성욕. 그녀는 본인의 쾌락을 만족시키는데 열정을 다한다. 자위도 하고, 그녀를 유혹하려는 남성과 적극적으로 섹스를 한다. 아주 많이 한다.


성과 성욕이라는 주제는 결코 가볍게 말하고 다뤄지는 주제가 아니다. 더구나 여성의 성욕은 자주 다루어지지 않는다. 자라오며 남성이 겪게 되는 성욕에 대해서는 성교육을 통해서도, 영화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접해 왔다. 그렇다면 여성은? 여자들의 성욕은?


남성의 성욕이 당연한 욕구인만큼 여성의 성욕 또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임이 당연하다. 벨라 캐릭터는 여성의 성욕 또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욕망이며,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가질 필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인간 여성이라면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것들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받은 느낌이다.


더불어, 주인공 벨라는 여성 또한 그녀가 선택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몸을 파는 창녀이던, 사람을 살리는 의사이던. 그녀 자신이 원하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무엇이든 성취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의 첫 번째 삶에서 '자살'은 지옥 같고 숨 막히는 가정 폭력에서 탈출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지였다면, 두 번째 삶에선 그녀는 매우 용감하고 재치 있다. 그녀의 성기를 도려내고 그녀를 가둬두려 계략 한 악마 같은 남편을 지혜롭게(?) 피해, 그를 엄벌한다. (어떻게 벌하는지 만큼은 영화 속에서 확인하길.)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벨라.

여성이 코르셋을 입지 않은지는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신체와 지위에 오랫동안 입혀진 보편적이고 보이지 않는 속박을 이 영화가 시원하게 그리고 위트 있게 해방시켜 준다..


여러분은 어떠한 시선으로 이 영화를 바라보았는지, 그 의견이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리스본에 살고 있는 '리스보에따'로서 기. 승. 전 리스본으로 글을 마쳐본다..


[Lisbon]


벨라의 자유분방함과 와일드함, 그리고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녀를 유혹하려 했던 '던컨'. 벨라는 던컨을 따라 '갓'의 집에서 나와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그 첫 번째 행선지가 공교롭게 내가 현재 살고 있는 '리스본'이다. 리스본에선 달콤하고 바삭한 '파스테이스 드 나타' - 포르투갈 에그 타르트- 의 맛에 눈을 뜬다. (이 맛은 정말 못 참지.. 그 누구는 포르투갈에 온다면 꼭 먹어봐야 할 디저트)


리스본은 아직이라면,

여러분도 벨라처럼 포르투갈,

리스본으로의 모험을 떠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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