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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Nov 08. 2021

이탈리안 세례식에 초대받은 우리 집 강아지

ITALY (축복을 빌어주는 아몬드 캔디)

우리 가족은 포르투갈로 이주 전 이탈리아에서 한 달 여간 여행을 했다. 먼저 여기서 우리 가족은 나와 남편, 그리고 8세의 우리 집 강아지 '쨈'을 포함한다. 처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한 해외여행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했는데, 그 이유엔 반려견에 관대한 이탈리아인들 덕이 컸다.

 

Parma

우리가 머물렀던 이탈리안 친구들의 집에서도, 부세토(Busseto)의 고풍스러운 호텔에서도, 심지어 앞서 쓴 글 속의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서도 쨈이 와 함께 숙박을 할 수 있었다. 약국에도 터벅터벅 함께 걸어 들어가 줄을 서서 약을 샀고, 슈퍼마켓에서 몰타델라와 프로슈토를 사는 순간에도 나의 반려견은 문 밖이 아닌 내 옆에서 장을 함께 보았다. 멋지게 펼쳐진 해변에는 달마시안, 레브라도 등 덩치가 큰 강아지들이 주인들과 함께 수영을 하는 광경을 보기도 한다. 자연에서 그리고 일상 속에서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익숙한 생활 속 풍경이다.

 

(좌) 레스토랑 (우) 슈퍼마켓 Pet 코너


저녁식사에 동반하고 싶을 때엔 레스토랑을 예약 시 미리 문의를 했다. '실례지만, 강아지와 동반이 가능할까요? ' 많은 곳들에서 '물론이죠. 동반할 수 있어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테라스가 큰 레스토랑이 많은 것도 반려견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 같다.)


레스토랑에는 우리 집 강아지 외에도, 다른 손님들이 데려온 강아지들이 발밑에서 주인이 건네는 빵조각을 꼿꼿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거나, 혹은 엎드려 주인의 식사가 끝내길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레스토랑의 의자에 2시간 정도를 얌전히 앉아 있는 쨈이를 보고, 이탈리안 웨이터가 '강아지가, 나의 손님들 보다도 매너가 좋네요.'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리고 쨈이가 목이 마를 때 마실 수 있도록, 물을 그릇에 담아오는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칭찬받은 쨈


이탈리아에 머무르는 동안 우리 가족은 두 번의 경조사에 참석했다. 첫 번째는 남편의 가장 친한 친구 '마르코'의 결혼식이었고, 두 번째는 결혼식 바로 다음날인 일요일에 열린 '마르코'의  귀여운 조카 '이렌느'의 세례식이었다. '마르코'의 부모님에게는 올해 최고의 한주가 아닐 수 없었다. 아들의 결혼식과 손녀의 세례식이 한 주말에 함께 개최되었으니 말이다. '마르코'와 그의 여동생 '프란체스카'는 나와 남편뿐 아니라, 우리 집 반려견 쨈이도 그 세례식에 함께 초대했다.


일요일 아침,  나와 남편은 쨈 이가 성당에서 배변 실례를 하지 않도록, 세례식 참석 전에 충분히 산책을 함께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외출 전,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리고 한국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2만 원 정도에 미리 구매한 네이비 칼라와 리본이 달린 강아지용 턱시도를 입혔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퀄리티가 매우 훌륭했고 네이비 칼라라 고급스러움까지 풍기는 귀여운 턱시도였다. 심지어 입히기도 수월했다. 쨈이도 이렇게 옷을 입혀줄 때는 의외로 얌전히 잘 따라 준다. 옷을 입는 걸 즐기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로 말이다.


(우) 4 Gentlemen
세례식이 열린 성당에서


동네의 작은 성당은 프란체스카의 양가 가족들과 친척 그리고 친구들로 북적였다. 성당 뒤편에 우리 세 가족은 자리를 잡았다. 아이를 가진 부모들도 아이가 울면 밖으로 안고 나갈 것을 대비해 뒤편에 많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도 혹시나 모를 일에 대비해, 그리고 다른 이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맨 뒤쪽에 자리 잡았다. 세례식은 경조사인 만큼 한 것 멋을 내서 차려입은 이탈리안들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세례식이라도 이탈리아에선 음식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세례식에 참석한 친지들과 친구들은 다시 프란체스카 부모님 댁에 모여 준비된 음식을 함께 나누었다. 참석한 손님들에게 이탈리안 가족들은 아몬드 사탕 주머니를 하나씩 나눠주었다. 이 사탕의 이름은 '죠르단 아몬드', 이탈리아어로는 콘페티(confetti) 다. 이탈리아에서는 결혼식 혹은 아이들의 돌잔치, 세례식 때 이 아몬드 캔디를 나눠준다. 딸아이일 때는 주머니 위에 핑크 리본이 위에 곱게 묶여 있고, 아들일 때는 하늘색 리본이 묶여 있다.


이 아몬드 캔디는 '살짝 데친 생아몬드' 위에 우유와 설탕을 녹여 만든 눈처럼 흰색의 캔디를 입혀 완성한다. 이탈리아 남부에는 올리브와 함께 아몬드를 많이 생산하는데,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맛보는 로스팅된 아몬드가 아닌 '생아몬드'를 흔히 찾을 수 있고, 이 '생아몬드'를 활용한 디저트류가 많다. 새알처럼 생긴 이 아몬드 캔디의 맛이 궁금했다.


로스팅된 아몬드가 텁텁한 맛과 구수한 맛이 공존한다면, 생아몬드는 텁텁함 없이 촉촉하고 은은한 달콤함과 넛트 특유의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사탕은 흰색 또는 파스텔 칼라로 장식하는데, 맛이 궁금해하고 덥석 깨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매우 매우 딱딱해서 이가 상할 수도 있다. 조금씩 사탕을 빨다 보면 연유와 비슷한 맛이 느껴지고, 사탕 부분이 얇아지면 그때 깨물어 먹기 좋다. 그럼 향긋하고, 설탕과 뒤섞여 달콤한 아몬드를 맛볼 수 있다.


독실한 가톨릭이 많은 이탈리안 인들에게 '세례식'은 우리나라의 돌잔치만큼 의미 있는 경조사다. 그런 행사에 우리 반려견까지 초대를 받았으니 이탈리안 친구 가족들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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