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리 집 강아지 쨈이 와 함께 이탈리아로 출국 하기
남편과 내가 유럽으로 이주할까?라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건 올해 5월이었다. 삶은 기니깐. 유럽에서 살아보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남편은 이탈리아 혹은 포르투갈로의 이주를 원했고, 나는 나의 친구가 살고 있는 그리고 나의 로망이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의 이주를 원했다. 한 달 정도 찬찬히 고민을 했고, 우리가 마음을 굳힌 건 6월이었다. 데스티네이션은 포르투갈! (왜 포르투갈인가.. 이 얘기는 다른 기회에 하도록 하겠다.)
이왕 유럽으로 옮기는데 여름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마침 이탈리아에서 친구가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그 결혼식에도 참석하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몇 달 남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지 않았고, 해외 이주라는 게 뭐 쉬운가. 당장 살고 있는 집은 전세였는데 계약은 아직 1년이나 남아 있었고, 비행기 티켓도 사야 하고, 이삿짐도 부쳐야 하고. 속사포처럼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며 이 모든 해야 할 일들이 부담감으로 밀려왔다. 재밌는 건, 막상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제일 어려울 거라 생각한 일들이 의외로 스르륵 쉽게 해결되곤 한다는 거다.
그중 내게 가장 큰 걱정이 있었으니, 함께 살고 있는 '8세 반려견 쨈'이와의 동반 가능 여부였다. 마음이 조급해진 나는 EU의 동물 반입 규정을 스터디했고, 유럽으로 반려견을 데리고 출국을 한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샅샅이 찾아보았다. 그리고 바로 그날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동물병원의 수의사들과 상담을 했고, 농림축산 검역소에도 문의를 넣었다. 대략 방법은 이렇다. (반려견과 유럽 출국 계획이 없는 분들은 이 부분은 생략하고 읽으셔도 좋다. 혹은 주변의 지인들을 위해 상식으로 알아 두셔도 좋다.)
1. 반려견에 마이크로 칩 표식 심기
2. 광견병 주사 맞히기
3. 2주~3주 후 광견병 항체 여부 혈액 검사 하기 (일정기간이 경과해야 항체가 충분히 생긴다.) 이 과정도 몇 주가 소요된다. 혈액 검사하는 국가 공인 기관의 수가 몇 개 되지 않는다. 혈액 채취 후 항체 검사 결과지를 받기까지 약 2 주 정도가 소요된다. 3주에서 1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한다.
4. 혈액을 채취한 날부터 3개월 동안은 유럽에 출입하지 못한다. (EU 규정이다)
5. 출국 1~5일 전 수의사가 작성한 EU 부속서류 작성 / 건강 검진서 작성
6. 5번의 서류와 3번의 항체 검사 결과지를 가지고 반려견과 함께 공항의 농림축산 검역소를 방문한다. 이곳에서 영문 Health Certificate을 받는다. 그렇다. 6번의 건강 증명서를 받기 위해 1번부터 5번의 과정을 완료한 것이다.
** EU 국가 중 3~4개의 국가에서는 광견병 외 추가 예방 접종을 요구한다. **
출국하는 나라의 규정 및 요청하는 포맷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그 나라의 규정 그리고 농림축산 검역소에 직접 연락을 해서 알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럼 친절하게 이메일을 보내 주신다. 검역소 또한 인천 공항뿐 아니라 전국에 여러 곳이 더 있기 때문에 본인의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선택 해 방문이 가능하다. 보통은 출국하는 날 6번의 서류를 준비한다.
나의 경우엔 새벽 1시 비행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의 서류 발급이 어려운 상태였다. 출국 3일 전 집에서 보다 가까운 김포 국제공항으로 반려견과 함께 방문하였다. 코로나 시국이었기 때문에 김포 공항은 대낮이었는데도 불이 소등되어 다소 어두웠고,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공항은 텅텅 비어 있었다. 어둑어둑하고 텅 빈 공항은 낯설면서도 외로운 풍경이었다. 그 쓸쓸한 공항을 2명의 군인처럼 보이는 베레모를 쓴 분들이 셰퍼드와 함께 순찰을 돌고 있었다. (*군인이 아닐 수도 있다. 궁금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이 모든 과정은 약 4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나는 약 40만 원 정도를 지불한 것 같다. (동물병원마다 가격은 꽤 차이가 났다. 아마도 더 알아보면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평소에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행했다. 그것도 나름 장점이 있으므로) 반려견과 출국하는 첫 경험이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유럽에서 너무 까다롭게 심사하진 않겠지? 반려견이 보다 깔끔하고 관리가 더 잘 돼있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까 봐, 출국 일주일 전 예쁘게 미용도 했다.
6번의 Health Certificate을 가장 꼼꼼하게 확인 한 사람은 인천공항 에어프랑스 항공사의 한국 직원이었다. 혹시나 문제가 생겨 입국 거부가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 상황의 책임을 항공사가 부담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으므로 서류를 제일 꼼꼼하게 검사를 하며 의무를 다하셨다. 그리고 줄자로 쨈이의 케이지를 가로. 세로. 높이 꼼꼼하게 길이를 체크하셨다. 그리고 Health Certificate 서류를 반려견 캐리어에 케이블 타이로 묶어주셨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이탈리아를 1개월 여행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서류에 암스테르담, 밀라노 두 개의 도시가 기재되어있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 도착한 나는 긴장을 했다. 얼마나 꼼꼼하게 쨈이의 서류를 검사를 할지, 혹은 우리의 서류에 딴지를 걸진 않을지. 하지만 공항에서는 이 서류를 아무도 요청하거나 확인하지는 않았다. 다행인 거 같기도 하고, 4개월의 준비가 다소 허탈해 헛웃음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밀라노에 도착한 후의 상황도 비슷하다.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이라 출입국 하는 사람들의 코로나 검사에 더 열중해서 그랬으리라 사료된다.
그렇다고 이 서류를 준비하지 말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이 서류가 없으면 아마도 꼼꼼한 항공사의 직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 연장선으로 유럽에서 코로나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여행을 한 9월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유럽 내의 비행기를 타고 출국하는 사람들은 PCR 테스트 혹은 신속항원검사 결과지를 체크인 데스크에 제출해야 했다.(혹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에게 발급하는 그린 패스를 지참하면 된다. 이 규정은 계속해서 바뀌니 참고는 하질 말길 바란다.) 티켓팅을 해주는 분들은 이 걸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가끔 체크인 데스크에서 이 서류 검사를 놓쳤다 하더라고, 비행기 탑승 전 한번 더 이를 검사했다.
바로 내 눈앞에서 어떤 커플은 탑승 직전 이 검사지가 없어서 비행기를 탑승을 거부당했다. 이분들의 뒷얘기를 그리 심하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공항 내에 검사소가 있기 때문에, 검사를 마치고 2시간 뒤 다른 비행기를 타라고 승무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했다. 이 얘기를 길게 한건, 비행기 탑승전에는 매우 꼼꼼하게 서류검사를 거치지만, 막상 도착한 지역에서는 이 서류를 또 검사하진 않았다. 출국 시에 철저하게 검사하고 도착지에서는 살짝 검사 절차에 힘을 빼는 유럽 내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탈리아에 이어,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게 아래 책을 추천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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