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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Oct 18. 2021

이탈리아인들의 뜨거운 치즈 사랑

ITALY


이탈리아인들의 치즈 사랑은 대단하다. 가만히 지켜보자면, 우리 한국사람들의 김치 사랑과 비슷한 정도이지 싶다. 이탈리아 가족들과 휴가를 같이 보낸 지 5일째. 가만히 지켜보니 점심때도, 저녁때에도 치즈가 빠짐없이 테이블 위에 오른다. 그냥 테이블 위에 오르느냐. 그러면 김치와 비교를 하지 않았지. 이들에게 치즈는 애피타이저이자, 양념이자, 메인디쉬에 올라가는 파이널 터치이자, 디저트다.


먼저 애피타이저로 가볍게 치즈를 먹기 시작한다. 마치 요거트 같이 생긴 새하얀 이 치즈가 눈에 띈다. 스트라치아텔라 (*Stracciatella)라고 불린다. 버팔로 밀크로 만들어진 이 치즈는  모짜렐라와 비슷한 식감인데 다른 점은 걸쭉하게 응어리진 치즈가 요거트 같은 형태로 우유와 섞여 있다. 한국에서도 젤라또 가게에서 이 치즈로 만든 젤라또를 맛볼 수 있었다. 맛은 상쾌한 느낌의 촉촉한 모짜렐라를 먹는 느낌이다. 느끼함 없이 고소하고 씹는 맛도 부드럽다.


그들의 주식 중 하나인 리조토를 만들 땐,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우리에게 파마산 치즈로 알려진 치즈를 듬뿍 갈아서 넣는다. 그리고 완성된 리조토 위에 가루로 갈아 놓은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한번 더 뿌려서 혹은 그 자리에서 그레이터로 갈아서 식사를 한다. 파스타를 서빙하기 전에도 파르마지아노 치즈를 뿌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나면 본인들이 좋아하는 치즈로 입가심을 하며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지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탈리아 가족들은 리코타를 디저트로 오물오물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가만히 지켜보자니 감탄스럽다. 이렇게나 치즈를 좋아하다니. 수퍼마켓에 가도 가히 수십 종류의 치즈가 진열대에 나열 되어 있다. 이 치즈를 하나씩 다 먹고 나면 그들을 더 잘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라는 실없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북부 지방 레죠 에밀리아 (Reggio Emilia) 지역에 사는 또 다른 친구의 초대를 받아 일주일간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 지역은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생산하는 지역이다. 운전하다 지나가다 보면 누렇고 둥근 파르마지아노 치즈 모형이 우뚝 세워져 있어, 우리가 파르마지아노 치즈의 고장이야!라고 지나가는 이를 상기시킨다.

이 친구의 집에서는 식사의 마무리를 페코리노(Pecorino)라는 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로 마무리하거나,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로 마무리하길 좋아했다. 1kg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커다란 치즈를 사과를 칼로 베어 내는 것 마냥, 한 손에 잡고  칼로 스윽스윽 베어서 각자의 접시에 올려놓는다.


페코리노 치즈는 내가 느끼기엔 파르마지아노 치즈와 맛이 비슷하지만, 덜 짭짤하고, 딱딱한 파르마지아노 치즈보다는 보다 부드러운 텍스처를 가졌다.


양을 이탈리아어로 페코라 (Pecora)라고 한다. 양의 젖으로 만든 치즈라 이름이 비슷하다. 페코리노 치즈를 먹을 때 양을 떠올리면 맛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페코리노 치즈는 한국에서도 요즘 브런치 메뉴에 자주 등장하는 바질 페스토를 만들 때 쓰는 재료다. 바질, 올리브 오일, 마늘, 잣, 페코리노, 파마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소금 이렇게 재료가 쓰인다.


한국에서 페스토를 만들어 먹고 싶어 하는 남편과 함께, 바질을 사러 가락시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마트에서는 1500원에 바질 몇 장을 모아 판매하고 있지만, 그 양으로는 페스토를 만들기에 어림도 없다. 가락시장에서 바질 1킬로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만 사천 원 정도에 구입했다. 물론 바질이 생산이 잘 되는 여름에 가야 구하기가 쉽다.


처음엔 절구로 찌어서 페스토를 만들었는데 힘이 들긴 하지만 돌로 찌으면서 바질을 으깨니 바질의 향이 화려하게 피어오르며 입안 가득 머무른다.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양의 페스토를 다 절구로 만들기엔 고행이다. 두 번째부터는 전기 믹서로 갈아 만들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맛은 절구로 찐 페스토가 압도적으로 맛있다. 고생을 해서 얻어 내는 보람이 있다.


이탈리아의 남부 ‘사르데냐’ 섬에서는 양들을 유독 많이 키운다. 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페코리노 치즈를 ‘Fiore Sardo’라고 부른다. 프로슈토와 곁들여 먹으면 맛있게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맛있었던 페코리노 치즈는 Fiore Sardo Smoked cheese 였다. 최소 3개월을 성숙시키는데 짧게 성숙시킨 치즈는 좀 더 보드랍고 담백한 맛이 나고, 6개월이 넘게 길게 성숙시킨 치즈는 깊은 풍미의 살짝 드라이한 텍스처를 가지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어떤 이는 어린 치즈를, 어떤 이는 길게 성숙한 깊은 맛의 치즈를 선호한다.


혹시나 궁금해하실까 봐 남긴다. 전 부드럽고 촉촉한  짧게 성숙한 Fiore Sardo smoked cheese 가 맛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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