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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llyscooter Oct 25. 2021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에서 보고, 먹고, 잠자는 여행

ITALY (Agriturismo)

Agriturismo (아그리투리쓰모)를 처음 알게 된 건 남편의 이탈리안 친구 결혼식을 통해서다. 이탈리안 친구는 한국인 여자 친구와 이탈리아 북부 Parma(파르마)에서 멋진 야외 결혼식을 올렸다.  


Agriturismo (아그리투리쓰모)

이탈리아어로는 Agriturismo, 영어로는 Agritourism 인 이 단어는 Agriculture (농업) + Tourism (관광업) 의 합성어이다. 농사를 지어 생산한 작물들로만 이윤을 내기 어려운 작은 농장들이 다양하게 'Farm stay' (농장에서 지내는 체험), '요식업', '승마', 혹은 '과일 수확' 하기 체험을 제공하며 발전한 산업이다.


친구의 결혼식 장소였던 'Antica Corte Pallavicina'라는 이곳은, 레스토랑이며 호텔이며 그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Cullatello (쿨라텔로) 라는 햄을 생산하는 곳이다.


결혼식 참석을 위해 네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해서 이곳을 찾아왔다. 도로를 달리다가 어느새 비포장 길의 작은 시골길로 들어섰다. 먼발치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 보이기 시작하고, 성 밖에는 처음 보는 몸 전체가 바닐라 아이스크림 색처럼 하얀 흰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물어보니 이 소들의 젖으로 치즈를 생산해 낸다고 한다. 신랑의 배려로 우리는 이곳에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고 하루를 묶게 되었다.


Antica Corte Pallavicina 1층의 손님들을 위한 공간


2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1층은 미슐랭 원스타를 가진 레스토랑으로, 2층은 호텔로 이루어져 있다. 호텔룸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 입구부터 뭔가 쿰쿰한 냄새가 올라왔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향기였다. 꽤 강한 쿰쿰한 냄새다. 그 쿰쿰한 냄새의 정체는 바로 Cullatello(쿨라텔로)였다. 이곳에서 가장 제일 중요한 장소는 바로 쿰쿰한 냄새가 나는 지하에 숨겨져 있다. 세계적인 쿨라텔로가 이 성의 지하에서 숨 쉬며 숙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쿨라텔로는 프로슈토/ 또는 하몽과 유사한 염장한 이탈리아의 햄이다. 차이점은 프로슈토는 돼지의 지방 부분이 함께 섞여 있는 반면, 쿨라텔로는 돼지의 허벅지 부위로만 만들어지며, 돼지의 방광에 넣어 숙성된다. 처음 방광에 넣어져 숙성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되지만, 짭조름하면서도 입에서 스르르 녹는 이 쿨라텔로 한 점을 입에 넣고 나면, 엄지 척을 하며 이 얇고 선홍빛의 햄을 입에 계속 넣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쿨라텔로


쿰쿰한 냄새를 따라 지하계단을 내려가면, 박쥐가 동굴에서 거꾸로 매달려 있듯 상당한 크기의 (돼지 허벅지만 한 크기다) 쿨라텔로가 주렁주렁 매달려 성숙되고 있는 다소 기괴하면서도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각각의 쿨라텔로에는 주문자의 이름이 나무판자에 표시되어 함께 매달려 있다. 이름을 읽다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영국의 찰스 황세자, 모나코 황실, 미슐랭 3 스타로 유명한 알랑뒤카스 등이 낡은 나무판자 위 검정 마카로 쓰여 있다. 유럽의 로열 패밀리, 주요 인사들이 이 쿨라텔로가 완성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식사를 위해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달콤한 포도향이 솔솔 나기 시작한다. 위를 쳐다보니 등나무인 줄 알았던 나무가 포도 덩굴이었다. 초록색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 있고 너무 익어 살짝 터진 포도들에서 달콤한 포도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이 포도 종은 ‘우바 프라골라’라고 불리는데 ‘프라골라’는 (딸기)를 의미하며 그 맛은 딸기처럼 달콤하다. 포도가 포도맛이지 왜 딸기와 비유하냐고 물어도 할 수 없다. 정말 포도 알을 깨물어 먹으면, 익숙한 딸기의 달콤 새콤한 맛이 입안을 퍼져 나간다. 포도 덩굴 아래 그 어떤 디퓨저 보다도 향긋한 향기와 함께 한 저녁은, 도심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아름다운 경험이었다.

(좌) 머물런던 방 (우) 포도덩쿨 아래서 하는 식사


아그리투리스모의 또 하나의 묘미는 시골 풍경 속에서 머무르는 숙소에 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나이만큼 될 것 같은 오래된 유럽의 고풍스러운 건물에서 머무르는 경험은, 우리로 치면 한옥 스테이를 하는 느낌이다. 그 장소에서 일하는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Antica Corte Pallavicina 안팎을 한가롭게 걸어다니는 공작새. 아침엔 2층 지붕 위에 올라가 한가롭게 걷기도 한다.


Antica Corte Pallavicina 의 '오너 쉐프' Massimo Spigaroli (마시모 스피가롤리)의 증조할아버지는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적인 오페라 작곡가 '쥬세페 베르디'의 농장에서 일했던 소작농이었다. 그는 쥬세페의 농장을 떠나, 현재 이곳의 농장 및 장소를 빌려 자립적으로 농사일을 하게 된다.


1990년, 오너 셰프 마시모는 지금의 이 장소를 구매하여 폐허가 되었던 곳을 20여 년에 걸쳐 끈기 있게 복원해 낸다. 그뿐 아니라 멋진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 및 세계 최고의 쿨라텔로를 생산하는 농장으로 탈바꿈을 시켰다.


2층에 마련된 방안에는 오래된 고가구들로 채워져  있었고, 농부들이 사용했던 채반들이 벽에 걸려있었다. 이 방 안으로 들어오면, 시간을 초월해 예전의 이곳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어렴풋이 상상이 된다.


타이밍만 맞으면 이곳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공작새와 마주치게 된다. 우아하고 긴 신비로운 초록색 빛깔의 깃털은 공작새가 걸을 때마다 아래 위로 좌우로 신비롭게 흔들린다. 아침에는 이 공작새가 어째서인지 2층 지붕 위에 올라가 있었다. 큰 몸짓 때문에 날아오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아침의 상쾌하고 서늘한 공기를 느끼며, 공작새가 지붕 위에서 걸어 다니는 광경을 보는 모습은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이곳에서의 1박은 일반호텔에서의 숙박보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경험이다.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아그리투리스모에 숙소에 머문적이 있다. 구비구비 언덕 능선 위에서 포도와 밀을 재배하고, 그 능선 위에 자리 잡은 농부의 오래된 고택에서 머무른 경험은, 도시의 소음과 시각적 공해에서 벗어나 토스카나의 정취를 느끼며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들이 직접 재배한 밀로 만든 파스타를 구매해 갈 수 있는, 혹은 그 집에서 바로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다.


토스카나에서 머물렀던 농부의 집


이탈리아에서는 현재 2만 여개의 '아그리투리스모' 가 운영 중이다. 이탈리아의 시골 곳곳에서 머무르며, 바로 현지에서 재배한 농산물, 치즈, 고기로 요리한 찐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거나 혹은 그곳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로 떠나는 여행자들에게 이런 여행의 선택지가 있음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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