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설명과 설득을 통한 아군의 확보
정치적 행위는 설명과 설득을 통해 아군을 확보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정당성을 가지고 설명하고 설득해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정치적 행위의 핵심이다. 칼날에 근거한 전근대 사회에서조차 사람들을 모아 세력을 형성해 권력을 잡기 위해서는 적이 아닌 친구가 되어 함께 일해야 하는 이유와 명분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했다. 그것이 칼날을 준비하는 일보다 더 근본적인 일이었다. 말 자체가 칼날의 역할을 하게 된 오늘날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작은 일만 있어도 벌떼처럼 일어나 말로 총공세를 하는 야당은 그런 본질적인 정치 행위에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복해서 말하다보면 의혹이 사실처럼 여겨지고 결국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한동훈이 온갖 공격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그때그때 따박따박 대응하는 것은 작은 전투에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어 패배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저기서 한 마디 하면 여기서도 한 마디 해야 하지만 온갖 의혹들이 불거지는 때에 자세하게 설명하고 설득해 의혹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탄핵에 이른 것도 온갖 의혹들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결국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이 호텔에서 섹스를 했고 청와대에서 굿판을 벌였고 비아그라를 먹었고 이상한 주사를 맞아 얼굴이 퉁퉁 부었다고 믿었다.
윤대통령의 '별의 순간'은 국회에 나와 탁자를 치며 당당하게 억울한 점을 토로하고 국회의원들과 맞선 그 순간이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이 구현된 모습에 사람들은 갈채를 보냈고 그에게 대권을 맡겼다. 즉 설명과 설득을 통한 아군의 확보라는 정치적 본질에 충실해 권력을 잡았지만 오히려 이제는 그 본질을 망각하고 만 것이다.
한동훈의 요구는 대통령이 여사에 대해 더 많이 설명하고 설득해 의혹을 해소하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정치의 본질로 되돌아 오라는 것이다. 여당의 대표와 비서실장을 앞에 앉혀 놓고 설교하는 듯한 저런 모습은 정치적인 모습이 아니며 저런 모습으로 일관할 때 결국 대통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당대표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례적인 발표도 없으니 이제 김건희 특검 통과와 탄핵은 한걸음 더 가까워졌다. 다시 정치의 본질로 돌아와 정치적인 비극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