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치규 Oct 23. 2021

신경숙의 <아버지에게 갔었어>

부모의 마음

지은이가 책읽기 모임에 가입했다면 두꺼운 책을 너무 열심히 읽고 있길래 봤더니 신경숙의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네요. 표절시비 이후 소식을 몰랐는데 2019년에 다시 복귀를 했군요.


우연히 책을 펼쳐 본 곳에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절절한 편지가 실려 있어 이 편지 한 구절로만으로도 책값을 다 한 것 같다고 했더니 다 읽지도 않고 아는 체 하지 말라고 야단치네요.


승엽아 보거라.


몸은 건강하냐


오늘 서점에 가섯다

생전에 책방에 드러갈 일은 업것지 햇는데 드러가보니 책 냄시가 조터라

리비아라는 나라는 어뜨케 생겼는지 책에는 나오까 해서 갓다

여기 서점에는 리비아에 대한 책이 없섯다

너는 리비아가 바다 중심이라는 뜨시라고 알려주엇는디 나에게는 리비아가 어째 꽃 이름 가꾸나 사루비아 가튼 꽃


이에게 리비아에 대한 책을 구해서 보내라 햇다

니가 있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냥 아라두고 싶다


니 어머니가 자주 운다

니가 보고 시픈 모양이다

알 수 업는 말을 한다

울고 나면 누아피 환하다네


(신경숙, 아버지에게 갔었어)


멀리 아들이 간 나라를 알고 싶어서 평생 가지 않는 서점에 들러 책을 찾는 촌부의 모습 , 리비아 사루비아의 운율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처럼 읽히는 편지를 쓴 시적인 아버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책을 구해 달라며 소통의 집념을 보이지만 그냥 알아두고 싶어서라며 애둘러대는 모습, 알 수 없는 말을 할 정도로 아들이 보고 싶지만 울고 나면 눈 앞이 시원하다며 애써 자식의 마음을 배려하는 모습 등 짧은 편지 속에 부모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도처에서 이런 아버지 어머니들을 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모가 되면서 조금씩 겨우 그 마음을 느끼지만 다 느끼기도 전에 또 그 자식들이 부모가 되어 그런 과정을 따르는 것이 인생이고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내일 출근 전에 오랜만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 나팔이나 한곡 불고 가야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싸움을 피할 수는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