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책읽기 모임에 가입했다면 두꺼운 책을 너무 열심히 읽고 있길래 봤더니 신경숙의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네요. 표절시비 이후 소식을 몰랐는데 2019년에 다시 복귀를 했군요.
우연히 책을 펼쳐 본 곳에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절절한 편지가 실려 있어 이 편지 한 구절로만으로도 책값을 다 한 것 같다고 했더니 다 읽지도 않고 아는 체 하지 말라고 야단치네요.
승엽아 보거라.
몸은 건강하냐
오늘 서점에 가섯다
생전에 책방에 드러갈 일은 업것지 햇는데 드러가보니 책 냄시가 조터라
리비아라는 나라는 어뜨케 생겼는지 책에는 나오까 해서 갓다
여기 서점에는 리비아에 대한 책이 없섯다
너는 리비아가 바다 중심이라는 뜨시라고 알려주엇는디 나에게는 리비아가 어째 꽃 이름 가꾸나 사루비아 가튼 꽃
헌이에게 리비아에 대한 책을 구해서 보내라 햇다
니가 있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그냥 아라두고 싶다
니 어머니가 자주 운다
니가 보고 시픈 모양이다
알 수 업는 말을 한다
울고 나면 누아피 환하다네
(신경숙, 아버지에게 갔었어)
멀리 아들이 간 나라를 알고 싶어서 평생 가지 않는 서점에 들러 책을 찾는 촌부의 모습 , 리비아 사루비아의 운율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래처럼 읽히는 편지를 쓴 시적인 아버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책을 구해 달라며 소통의 집념을 보이지만 그냥 알아두고 싶어서라며 애둘러대는 모습, 알 수 없는 말을 할 정도로 아들이 보고 싶지만 울고 나면 눈 앞이 시원하다며 애써 자식의 마음을 배려하는 모습 등 짧은 편지 속에 부모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듯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도처에서 이런 아버지 어머니들을 보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모가 되면서 조금씩 겨우 그 마음을 느끼지만 다 느끼기도 전에 또 그 자식들이 부모가 되어 그런 과정을 따르는 것이 인생이고 역사가 아닐까 합니다. 내일 출근 전에 오랜만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 나팔이나 한곡 불고 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