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어낸 이야기

by 가득

엄마가 깨우는 소리가 들려요. 엄마가 우리 집에 왜 있지 하며 벌떡 일어나요. 그런데 이상해요. 나는 책상 앞에서 잠들었는데 침대 위에 있네요. 아 그건 꿈이었나 봐요. 꿈. 너무 생생한 꿈 말이에요.


꿈속의 나는 쌍둥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아줌마였거든요. 남편은 어젯밤 나에게 왜 이렇게 결정을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냐면서 투덜대다 잠이 들더니 새벽 일찍 울산으로 출장을 갔고요. 1호와 2호로 불리던 아이 둘도 학교에 갔어요. 1호가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있더니 오늘 할 일 다 했다 그러는 거예요. 의아하기도 하고, 안 하던 행동이라 칭찬도 해주려고 가까이 가보니 오늘 일기를 미리 써놓았더라고요. 이건 다음 주 금요일에도 쓸 수 있는 일기라 했더니 다음 주에는 피아노학원을 안 갈 거라나요.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할 일을 하려 했던 시도는 괜찮았다라고 말해주었는데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에요. 학교에 늦었는데 여전히 꾸물거리는 아이에게 네가 제일 늦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짜증을 내면서 눈물을 흘려요. 한숨이 나와요. 그래도 이뻐요. 나가는 길에 아이가 차키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나를 잡아끌어요. 나는 안녕하며 인사를 했지요. 아이가 뾰로통 해져서 인사도 하지 않네요. 벌써 사춘기가 오는 건가요.

2호는 알람을 맞추고, 벌떡 일어나서 자기 할 일을 해요. 준비를 스스로 하고 학교를 간다고 현관 앞에서 배꼽인사를 이쁘게 하지요. 그러면 내가 물어요. 이는 닦았니? 그럼 2호는 응 하고 대답해요. 가까이 가서 보니 입술에 아까 먹었던 김가루가 여기저기 묻어있어요. 빨리 가서 이 닦고 가라 말하니 그제야 가서 이를 닦아요. 가까이 가서 어금니, 윗니, 아랫니 빡빡 닦으라고 잔소리를 해요. 말하지 않으면 3초 만에 끝날 거니까요.

그리고 나는 아이들이 먹은 밥그릇, 접시를 치우고, 청소기를 돌리고, 아이들이 벗어놓고 간 내복, 여기저기 널려진 책 등을 정리하고, 노트북 앞에 앉았어요. 사실은 막바지 가을을 만끽하러 놀러 나가고 싶거든요. 그런데 할 일들이 나를 붙잡아 앉혀요. 지어낸 이야기라는 글감을 생각하니 멍해요. 나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이 어렵거든요. 2호가 엄마, 과거로 돌아간 이야기를 써봐라고 말하던 게 생각나요. 과거로, 어떻게... 그렇게 멍하니 있다 잠든 거예요.


그런데, 깨어보니 꿈이네요. 모든 게 꿈이었어요. 남편을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해서 쌍둥이를 낳고 기르고 했던 모든 것들이 다 꿈이라고요. 학교 잘 다녀오라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2호를 꽉 안아주고, 늦은 1호에게 빨리 가라며 엉덩이를 두들겨주던 그 감촉이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말이에요. 참 좋네요. 정말 좋아요. 벌떡 일어나 보았는데 몸이 무척 가벼워서 날아갈 것 같아요. 젊음이 이래서 좋다고 하는 거군요. 엄마가 들어와서 말해요. 오늘 소개팅하는 날이래요. 그런데 이렇게 낮잠이나 자고 있으면 어떡하냐고 하네요. 얼른 씻고 오라고 엄마가 고데기를 말아주겠다고 해요. 엄마 소원은 빨리 내가 결혼을 하는 거예요. 공부만 하던 내가 소개팅을 한다 하니 엄마가 예쁘게 꾸며줄 생각을 하며 신이 났지요. 딸내미가 꽃다운 청춘에 방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는 게 속상했거든요.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딸이 좀 재밌게 살았으면 했나 봐요. 엄마랑 어제 같이 고른 예쁜 원피스도 내오네요. 달력을 보니 오늘은 2010년 9월 17일이에요. 꿈속의 남편을 만났던 날이죠. 오늘 소개팅 장소에 가면 정말 그 꿈속의 남편이 나오는 걸까요? 그렇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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