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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 Mar 08. 2022

포기하고 싶다면 아이스티

난관 앞에서 마시는 핵 사이다 한 잔


 

아이스티를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

아이스티가 뭔지 모르는 사람!!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여름이 되면 편의점 냉장고에 아이스티 종류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카페나 레스토랑에서도 아이스티의 매출이 쭉쭉~ 올라가는데요.

보기만 해도 시원한 아이스티의 포스터가 곳곳에서

달콤하겠지? 향긋하겠지? 이래도 안 마실 거야?’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소비자들을 유혹합니다.

이처럼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아이스티가 

예전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음료였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아이스티의 과거,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상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태생이 예쁜 것들에 대한 오해

 

한 때 전 세계 홍차의 80%가 영국에서 소비되었다는 통계자료가 있습니다. 

그래서 ‘홍차’하면 영국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영국인들에게 홍차는 오래전부터 삶의 일부이자 최고의 기쁨이었습니다.

이러한 문화 속엔 가장 좋은 홍차의 향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 아주 특별한 낭만이 녹아 있지요.

1900년대 초만 해도 홍차는 매우 고급 음료였는데요.

홍차의 온도가 따듯하게 유지될 때 향과 맛이 가장 좋고, 

또 따듯한 차가 몸과 마음의 깊은 갈증을 해소해준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엔 홍차를 차갑게 마신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던 홍차가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을 오롯이 감당해야 했던 위기의 순간이 있었는데요. 

한 상인의 무모한 도전으로 그 위기의 순간에 홍차의 역사는 다시 쓰였습니다. 

 

 

세상 쿨해 보이는 아이스티의 쭈굴 시절

 

1904년 유독 무더웠던 여름,

리처드 블레친든(Richard Blechynden)이라는 영국 출신의 홍차 상인은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열린 한 국제박람회장에서 인도의 홍차를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준비한 홍차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불티나게 팔릴 수도 있다는 부푼 꿈에 설레기도 했었죠.


아시다시피 박람회장은 전 세계의 진귀한 제품들이 모이는 자리이잖아요.

박람회장 안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신박한 아이템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화려하고 분주한 분위기 이면엔 제대로 빛 한번 발하지 못하고 존재감 없이 사라져 가는 상품들도 굉장히 많았는데요. 

블레친든의 홍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람회장의 무더위 때문에 홍차는 그다지 매력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죠. 


싸늘한 주위의 반응에도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는 그의 홍차와 함께 시들시들 힘을 잃어가게 되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은 따듯한 홍차를 시음하는 거 조차 내켜하지 않았어요. 

기대와는 너무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블레친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큰 실망감에 빠졌습니다.

 ‘이런 날씨라면 나라도 홍차는 마시고 싶지 않겠다’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그는 우려 두었던 홍차를 바닥에 쏟아버립니다. 우려낸 홍차가 오래되면 향이 날아가고 맛이 없어지는데, 사람들이 도통 찾지 않으니까 시식용으로 만들어진 홍차는 수도 없이 버려져야 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축 처진 어깨로 아무도 찾지 않는 홍차를 또다시 우려내고 있던 블레친든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홍차를 차갑게 만드는 것이었죠. 

이렇게 좋은 홍차를 시음조차 못하고 다 버리느니 시원하게라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전해보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지금 이 이야기를 들으면 뭐 그렇게 대단한 생각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당시에 홍차를 시원하게 먹는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마치 콜라를 데워서 먹는 느낌이랄까요? 아무튼 고정관념을 완전히 깬 아주 과감한 시도였죠.

블레친든은 잘 우려진 향긋한 홍차를 냉각파이프에 통과시켜서 아주 빠르게 식혔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식히면 홍차의 향과 맛이 날아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요. 차갑게 식혀진 홍차를 얼음과 함께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던 박람회장에서 시원하고 향긋한 홍차는 순식간에 아주 큰 인기를 얻게 되었죠. 

아시잖아요. 쌉싸름하고 향긋한 홍차의 그 마력.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존재감이라고는 1도 없었던 홍차가 편견을 깨고 나니 순식간에 슈퍼스타가 되었습니다. 한 상인의 무모한 도전으로 말이죠.

 

 

환골탈태를 위해 필요한 것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포기를 왜 굳이 지금?

 

이 슈퍼스타의 위대한 탄생 스토리는 무모함과 행운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아래엔 탄탄한 발판이 있었죠.

 그 첫 번째 발판은 블레친든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었습니다.

그는 인도차생산자협회의 위탁을 받은 전문가였는데요.

그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도 홍차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 것입니다. 

품질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죠.

또한 빠르고 차갑게 식히는 급랭법을 사용해서 차의 향과 맛을 유지한 것 역시 전문가로서 그가 가지고 있던 내공이 아니였을까요?

판매자의 전문성과 상품에 대한 확신은 슈퍼스타를 픽. pick 할 수 있는 안목과 최고의 시드머니. Seed money가 됩니다.

 

두 번째 발판은 난관을 만났을 때도 포기하지 않은 그의 간절함이었습니다.

농부들이나 소상공인들이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요.

오랜 기간 흘린 땀과 눈물로 야심 차게 준비한 상품들은 판매자에겐 흡사 자식과 같습니다.

브레친든에게도 홍차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쪽같은 내 새끼’였을 텐데요. 

이런 홍차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해보지도 못해보고 내 손으로 쏟아버리는 그 심정.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실망이 몰려왔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멈추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가운데 편견을 이겨내는 도전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도전은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일상에서 만나는 편견의 벽도 넘기 힘들어하잖아요. 

하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을 한다는 것은 결과를 떠나서 너무나 위대한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뭐 엄청난 도전이 아니더라도 포기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혹시 '포기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은 하지 말아 봅시다.

 

 

빅히트와 YG가 되는 방법

내 안에 있는 BTS와 블랙핑크 소환하기

 

커다란 두 발판을 딛고, 크고 작은 우연과 행운이 겹쳐지며 탄생한 우리의 슈퍼스타.

이렇게 차가운 홍차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이스티’라는 이름을 가진 상품으로 개발이 되었는데요. 

아이스티는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게 되었고, 그 인기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져 미국에서 소비되는 차의 85% 이상이 바로 아이스티라고 합니다. 정말 놀라운 성공 스토리이죠.

뿐만 아닙니다. 미국을 시작으로 아이스티의 인기는 전 세계를 휩쓸었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지금 우리에게까지 와있네요.


자칫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었던 이 슈퍼스타는 준비된 한 사람의 무모한 도전으로 탄생하게 되었는데요.

이 아이스티의 스토리는 마치 벼랑 끝에 있던 한 예술가가 훌륭한 프로듀서를 만나 일약 스타가 되는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주위에 항상 있어서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들도, 너무너무 대단해 보이는 근사한 것들도 태생부터 그런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요. 누군가의 가슴 아픈 희생으로, 편견에 맞선 놀라운 도전으로 지금 우리 곁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요?

 

가끔은 BTS가 소속된 빅히트, 블랙핑크가 소속된 YG가 가슴 시리도록 부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슈퍼스타를 발굴하고 키워내기 위한 과정을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있지만, 그들이 지금의 BTS가 되고, 블랙핑크가 되기 위해서는 용기 있게 내딛어야 했던 저마다의 한 걸음은 꼭 필요했을 테지요.

 

각자의 인생에서 꼭 필요한 그 한 걸음의 시작은 난관 앞에서 생겨나는 ‘쭈굴이’ 같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혹시 내 안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된 편견이 있다면 용기 있게 걷어 내 보세요. 그 안에는 슈퍼스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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