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수행

by 이용기


글쓰기는 종종 타고나는 재능의 문제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수행’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혼탁을 끌어안고 앉아 있어야 하는 시간, 아무리 쥐어짜도 단 한 문장도 나오지 않는 고통, 그리고 가끔 떠오르는 한 문장이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쁨까지

글쓰기란 적요한 순환 과정을 견디는 일이다. 수행의 길처럼, 글쓰기도 거울 앞에 자신을 세워두는 행위다. 처음에는 낯설다. 서툰 문장이 부끄럽고, 자신의 표현력에 실망한다. 때로는 ‘글을 쓰는 이유’ 자체를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편한 시간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마음의 먼지가 걷히고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게 된다.

좋은 문장은 단번에 쓰이지 않는다. 마치 수도승이 매일 새벽 같은 자리에 앉아 호흡을 고르듯, 작가도 책상 앞에서 오랜 시간을 고뇌해야 한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을 다듬는 과정이며, 동시에 자신을 길들이는 과정이다. 그 길에는 속도가 아니라 ‘머무름’이 중요하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 인내, 영감보다 지속성이다.

처음 문장을 적어 내려갈 때, 흔히 자기 생각을 쓴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문장은 생각보다 먼저 그 사람의 두려움과 욕망, 조급함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을. 군더더기 많은 문장은 핑계를 대고 눈치를 보던 시간을 드러내고, 과하게 꾸며진 문장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글을 고쳐 쓴다는 것은 결국 이 거울을 닦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좋은 문장은 ‘영감’이 찾아왔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용기를 얻었을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매만지고 지우고 다시 쓰는 그 지루한 반복 끝에서, 오래 숨겨 두었던 진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든다. 글쓰기가 수행이라는 말은, 바로 이 진심을 마주 볼 때마다 생기는 부끄러움을 견디는 일이라는 뜻이다.

속으로는 이렇게 기대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곧 잘 쓰게 되겠지.’ 그러나 글쓰기는 그런 식의 단기적인 성취를 허락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씨름해도 남는 것은 두세 문장뿐인 날이 반복되고, 때로는 며칠, 몇 주를 버텨야 할 때도 있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글을 쓰는 일을 쉽게 포기하고 만다. 좋은 글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건축물이 아니라, 수없이 허물어지고 다시 쌓인 흔적 위에 겨우 자리를 잡는 것이다.

작가는 이미 알고 있다. 오늘의 문장이 내일의 기준에서 보면 초라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그럼에도 계속 쓰는 이유는, 잘 쓰게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지 않으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질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쓰기는 결국,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다.

나는 지금도 남의 문장을 부러워하고 그만큼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한다. 그러나 수행처럼 자기를 소진하지 않는 속도로 완전히 멈추지 않는 꾸준함과 매일 한 문장이라도, 매일 한 줄의 메모라도 남기는 사람이 된다면 문이 열릴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