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 정착하기 무렵부터 풀리지 않고 일이 쌓일 때면 별생각 없이 바다 내음 맡으며 한 주간 쌓인 피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자주 방문하던 곳이다.
당시 거제에 온 후로 주말마다 거제가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방을 하던 의례 행사 중이었는데, 정말 가슴이 탁 트이고 지독할 정도로 아름다워 오히려 후련했던 신선대가 당시 다녔던 거제의 절경 중에 단연 제일이라는 생각엔 아직도 변함이 없다.
15년도 더 전이었던 것 같다. 아마 그날도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고 다시 한주를 시작하며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신선대에서 잠시 힌트를 얻으려 했다 보다.
신선대 전망대 (지금은 무슨 일인지 흔적만 있고 전망대를 허물어 버렸지만 그래도 소문으로 아름아름 많은 분들이 찾아오신다)에서 맞은편 해식 동굴에 네다섯 명의 동호인들이 바다 수영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수영을 잘한다는 감탄과 함께 햇빛에 투영된 파도를 자유형으로 헤쳐 나오는 게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당시는 수영을 배우기 전이었다. 아니 물을 무서워하던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수영이라는 것을 배우고, 바다에서 수영을 꼭 한번 해보겠다는 동경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는지 모르겠다.
함목해수욕장으로...
실은 신선대를 바다 수영의 목적지로 갔던 건 대략 1년 반 전의 일이다. 당시 7월의 초입에 이제 막 해수욕장이 개장을 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쓸쓸하리 만큼 사람이 없는 함목 해수욕장으로 새벽부터 발길을 돌린다.
목적지는 신선대 아래에 있는 작은 몽돌해변인데, 내심 훨씬 예전에 본 그 해식동굴이 목적지이길 바랬지만 작은 몽돌 해변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깎아지른 듯이 키재기 하는 절벽들과 바닷밑 손 닿을 듯이 보이는 풍부한 어종이 마치 이곳에 신선이라도 내려와서 능히 질투를 할만한 풍경이라 착각을 할 만하다.
함목에서 신선대 아래 작은 몽돌 해변으로...
함목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이정표를 따라 해금강 방향으로 가면 된다. 해금강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좌회전을 하면 바로 오른편에 함목해수욕장이라는 팻말이 보이는데, 신경을 쓰지 않고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작은 해수욕장이라 그런지 제대로 갖추어진 주차장이 보이지 않는다. 해수욕장 앞 펜션에 일박을 하면 그곳의 주차장을 쓸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이 당일치기로 온 손님에게는 어디 주차장을 제공할 구세주는 없는지 난감하다.
본래 계획은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 앞에 '함목 중화요리'라는 식당이 있는데, 그 식당의 도움을 받아 수영 후 이른 점심을 그곳에서 하는 대신 차를 잠시 주차할 요량으로 문을 두드렸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나오셨는데, 요 며칠간 식당 운영을 안 하신다고 말씀하신다. 식당의 유일한 세프인 할머니께서 수술 차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아쉽지만 다음에 이용해 달라고 간결하지만 서비스가 몸에 밴 친절한 목소리로 말씀하시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불편하지 않으면 3시간 정도 차를 식당 앞에 주차해도 되겠냐는 양해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흔쾌히 허락하신다.
그게 벌써 1년 반 전인데, 할머니는 이제 잘 완쾌되셨는지 모르겠다. 다음에 신선대에 올 일이 있으면 꼭 다시 한번 들러야지 했는데, 아쉽게도 신선대 가는 차수에 애매하게 항상 다른 일이 생겨 방문하지는 못했다.
작은 몽돌로 출발...
신선대 아래 작은 몽돌 해변은 함목해수욕장에서 직선거리로 1km 남짓 그리 먼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조류와 파도에 떠다니다 보면 1.5km는 족히 나올 것이다. 왕복으로 따지자면 대략 2.5~3km의 거리인데, 그리 멀지도 않고 거리만 보면 그리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어종이 풍부해 중간중간 낚시하시는 분들이 많아 낚싯대에 드리운 낚싯줄도 경계 대상 중의 하나다. 사실 낚싯줄이 수영을 하고 지나는 사람에게 위험하다기보다 월척을 기대하며 오랜 기다림에 지친 분들에겐 우리 같은 수영객은 절대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입수 (오른쪽에 보이는 흰색 건물이 화장실이다. 따뜻한 물도 나오고 다녀 본 거제 관내 해수욕장 중 제일 좋은 것 같다.)
조금만 수영을 하고 지나가니 이런 기암절벽이 우리는 맞는다. 황홀하다는 표현 밖에...
신선대 앞 작은 몽돌 해변으로 들어가니 비가 와서 그런지 약간의 한기가 느껴지지만 두런두런 살아가는 얘기들과 함께 커피와 당을 섭취, 이것 또한 꿀맛이다.
비 오는 날 신선대는 아름다운 자연을 덤으로 선사한다. (사진에 소질이 있는 동호회 분이 신선대에서 작은 몽돌로 내려가는 길에 예쁜 사진을 몇 장 올려 주셨다.)
돌아오는 길도 분명 몇십 분 전에 갔던 길임에도 또 다른 매력과 경치의 장관을 보여준다.
함목 중화요리가 잠시 문을 닫는 바람에 급조한 라면 파티...
아무리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맛집이라도 결코 이 맛은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작년엔 아쉽게도 여기 신선대와 함목을 놓쳐버렸다. 올핸 반드시 신선대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흠뻑 빠져 버릴 것이다.
어서 빨리 3월이 지나 4월이 왔으면 좋겠다.
다음 이야기는 첫 번째 입수하던 날의 설렘을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분명 다이빙을 시도 했는데, 제대로된 배치기를 시연하고 주위를 경악하게 만든 사연도 함께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