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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coM Mar 22. 2022

바다 수영 - 구조라에서 첫 입수

구조라에서의 첫 입수


2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코로나 전이기도 했고, 몇 년을 실내 수영장에 운동삼아 다니던 연수반이 좀 지겹기도 했고, 주위에 아는 분들이 바다 수영으로 갈아탄다는 말을 간간히 들어오던 터라 혹시 바다 수영에 연결이 될 만한 분이 계시면 한번 꼭 도전하고 싶었다.


마침 연수지인분께 우연찮게 말씀드린 바다 수영에 대한 막연한 관심이 '안 그래도 생긴 지 얼마 안 된 바다 수영 동호회가 있는데, 이번 주말에 바로 같이 한번 가보시겠어요?'라는 말로 자연스레 화색이 돈.


더군다나 하시는 말씀이 다들 아시는 분들이라 (같은 반에 계시던 분들이 바다 수영으로 옮기신 거라 낯익은 얼굴이 대부분) 부언하신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정말 좋은 기회다.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낯을 가리는 편이라 모르는 분이 많으면 면을 트는데 시간이 걸릴 어색함도 없을 것이고, 더구나 실내 수영장에서 뵙던 분들을 바다에서 다시 뵌다는 위치만 좀 바뀌었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조건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장에 참석하겠노라 말씀을 드리고, 동호회 카페에 가입하고 (가입하니 격하게 환영해 주신다. 역시 대부분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안내해 주신대로 몸에 맞는 슈트를 구매하고, 안전에 대한 주요 사항들을  귀담아듣고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입수 준비를 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드디어 당일


장소는 바다 수영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구조라 해수욕장


대략 800m 가까운 거리에 떨어져 있는 윤돌섬까지 왕복 거리이고, 중간에 윤돌섬에 상륙하여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커피 한잔 담소를 나누는 한 시간 반 가량의 짧은 여정이라 안내해 주신다.


수영을 한지는 나름 오래되었지만, 바다 수영은 완전 초짜라 바다에서 정면으로 숨 쉬는 법, 깊은 바다에서 쉽게 적응하는 법, 앞사람 오리발이나 부이 따라가는 법, 스노클 사용 방법, 비상 상황 발생 시 구조 요청 법 등 선배님들의 가르침이 장난이 아니다.

 

하긴 누가 보기에도 물 앞에 내놓은 나이 먹은 어린아이로 보였을 것이다.


집합시간은 9시였고, 입수 시간은 9시 반이다.

긴장된 마음으로 역시 군기 바짝 들어 제일 처음으로 구조라에 도착해서 일행을 기다린다.


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고, 신입의 낯익은 출현에 모두들 (아는 얼굴이 대부분이었지만) 한결같이 따뜻한 웃음과 정겨운 미소로 반겨 주신다.


슈트 등 뒤의 지퍼도 채워 주시고, 목 어깨 근처에 바셀린을 손수 발라 주시며 (바셀린은 슈트에 쓸린 피부를 보호하는데 제격이다), 부이를 직접 불어 주시기까지 한다.


근육을 충분히 풀어 주어야 쥐가 나지 않는다. 준비 운동은 제대로...


그래도 첫 입수인데, 설정 사진 한 컷...


단체 사진도 한 컷, 코로나 전이라 그런지 마스크 없는 표정이 하나 같이 행복이 묻어난다.


첫 입수 주인공이라고 중간 자리를 내어 주시는데 왠지 어색하다.

* 오른편 뒤쪽이 목적지인 윤돌섬이다. 



드디어 입수를


정말 초여름 첫 바다의 감촉을 잊을 수 없다. 한여름 피서의 목적으로 바다에 간혹 간적이 있었지, 당시 해가 중천에 오른 늦은 아침이라 하더라도 초여름 바다에 담그는 파도의 상그러움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퇴약볕이 비치기 시작한 9시 반 무렵 그 시원한 파도의 내음은 마치 하늘을 품에 간직한 소년의 감성으로 세월을 역행하기 충분하다.


당시 첫 입수 Buddy(후견인)으로 정해진 분 뒤를 열심히 따라갔지만, 아직은 삐뚤빼뚤 하긴 바다는 표식을 할 수 있는 레인이 없으니 팔 꺾기 4~5번마다 목표를 보고 정면 호흡을 하며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첫술에 배 부를 리도 없고 아무리 Buddy의 오리발, 부이를 따라간다 하더라도 가다 보면 어느새 반대 방향으로 가는 나를 Buddy가 되돌아와서 다시 바른 방향으로 채어간다.

  


여곡절 끝에 윤돌섬에 도착


많이 긴장을 했나 보다 아무리 조류와 파도 그리고 바람이 있다지만 중간에 몇 번을 반대 방향으로 간 것을 감안해도 직선거리로 800m면 갈만한 거리인데도, 도착하니 숨이 턱에 찬다. 실내 수영과 바다 수영은 이렇게 다른 건가?

 

같이 온 동료 분들은 성가시기도 할 만한데, 자기도 처음엔 당연히 그랬다며 따뜻핫 격려가 마음을 녹인다.


덕분에 윤돌섬 콧구멍(애칭)이라고 불리는 해식동굴에 들어가서 가지고 온 커피 한잔과 초콜릿 하나씩 떨어진 기운을 보충한다.


바다에서의 커피, 색다르고 또한 약간은 짭짜롬한게 간은 제대로였던 것 같다.

 



큰 웃음을 드리고


윤돌섬에는 다이빙을 하는 전용 자리가 있다고 한다. 수심이 깊기도 하고 주위에 튀어나온 암초가 없어서 모두들 멋진 자세로 다이빙을 시연한다.

 

다이빙은 레슨 시간에 배우기는 했지만 별로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우선은 다리가 굽은 자세가 보기 싫었고, 그렇게 뒤로 빼다 보니 어느새 다이빙이라는 게 싫어하는 하나의 수업 방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신입'을 연발하는 선배님들께 마냥 뒤로 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내 다이빙 실력이 이미 형편없다는 걸 같은 반에 수영 수업을 받으신 분들은 알고 계셨지만, 그래도 야외에서 더군다나 첫 입수에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경이 뒤집어져도 나름 멋지게 물보라를 치며 간결한 '첨벙'을  상상하며 뛰어들었는데, '첨벙' 소리는 간데없고 '짝~~' 하는 시원하게 등짝 패는 소리(배치기 할 때 나는 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주위 분들께  제대로 된 웃음을 시연하였다.


입수와 동시에 '아이쿠' 하는 그 안타까운 감탄사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후로 다이빙과는 더 멀어져 버렸다.


하지만 올해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멋진 폼으로 다시 한번 시도해 보려고 한다.  



작년과 재작년 거의 거르지 않고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주말이면 찾았던 거제 곳곳의 바닷가.


물론 바다 수영을 시작한 뒤 얼마 안돼 시작한 코로나의 여파도 있었지만, 올해는 가보지 않은 더 많은 곳으로 거제의 아름다움을 찾아다니려 한다.




다음 이야기는 구조라 방파제에서 윤돌섬 돌아 찾아본 비경을 소개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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