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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은 한때 벽이었던 곳에 창문을 만드는 것이다

by 고석근

내 일은 한때 벽이었던 곳에 창문을 만드는 것이다 (미셸 푸코)


나를 잡지 말아요

표본상자의 곤충처럼

(…)

나는 바람입니다


- 신카와 카즈에, <나를 묶지 말아> 부분



20c 프랑스 철학자 푸코는 대학 시절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알고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지도 교수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러자 교수 왈 “자네가 한번 동성애를 연구해 보게.”


그 후 푸코는 동성애를 연구하며,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동성애는 ‘시대마다 다르게 규정되었다는 것’을.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동성애는 비정상이 아니었다. 푸코는 연구의 범위를 넓혀갔다.


광기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사람’을 규정하는 것도 시대마다 달랐다. 푸코는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문제가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항상 자신의 문제로 고민한다. 그러고 나면 이 세상이 다 나의 박해자로 보인다.


스스로 고립되고, 자신의 ‘생각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 몸에서 가시고 돋고 독기가 뿜어져 나와 스스로 망가져 가거나,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서로 힘을 합쳐 우리를 가뒀던 벽에 구멍을 내고 창문을 만들고 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표본상자의 곤충’이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 바람이다. 하나이면서 여럿이 어디든 날아가고 무한히 변신할 수 있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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