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神話)의 힘

by 고석근

신화(神話)의 힘


신화는 영원한 현재를 살게 한다. - 조셉 캠벨



신화학자 조셉 캠벨은 그의 저서 ‘블리스로 가는 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냥꾼은 가젤을 그렸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 그림 속의 가젤의 목을 쏘았죠. 그러고 나서야 그는 산에서 내려가서는 진짜 가젤을 사냥했습니다. 그는 개인이 아니라 태양의 힘, 생명의 힘의 대리인 자격으로 사냥을 한 것입니다.’


그는 ‘신화의 기본 모티브는 대극합일의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한 현재’를 살 수 있게 된다.


신화의 의례를 하지 않고 사냥을 하는 현대의 사냥꾼은 어떨까? 그는 태양의 힘, 생명의 힘의 대리인 자격으로 사냥을 한 게 아니다.


그는 사냥을 하면서 충만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냥을 할 때의 쾌감, 승리감, 성취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피곤이 몰려오고 허탈해질 것이다. 허허벌판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느낄 것이다.

신화의 의례를 행하고 사냥을 하는 원시시대의 사냥꾼은 사냥을 하며 우주와 하나기 되어 있는 숭고한 자신을 느낄 것이다.


동학의 주문에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가 있다.


‘하느님(天主)을 모시고(侍) 천지자연의 운행(造化)에 맞는 삶을 영원히 잊지 않고(永世不忘) 살아가면(定), 세상만사를 다 알게 된다(萬事知).’


원시시대의 사냥꾼이 동학의 주문대로 사는 사람이다. 그는 천지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천지자연이다.

봄에 피어나는 나뭇잎 하나도 천지자연의 조화다. 그는 천지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천지자연이다.


그래서 그 나뭇잎은 태양의 힘으로 한껏 자신을 피워 올렸다가 태양의 힘이 수그러지면 함께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진다.


천지자연의 운행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대인은 천지자연의 운행과 관계없이 자신의 시간표대로 살아간다. 자신을 낳은 천지자연의 품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살아가는 고아다.


그는 삶의 의미를 모르게 된다. 매순간이 공허해진다. 그래서 그는 말초적 쾌락에 탐닉하게 된다.


이 시대의 멘토들은 이들을 향해 외친다.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겨라)!” 그래도 견디지 못하면 부르짖는다. “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


그들은 니체의 가르침을 완전히 왜곡하고 있다. 니체의 가르침은 몸으로 실천해보며 깨달아한다. 머리로는 알 수 없다.


현대인은 다시 신화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현대의 종교가 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종교는 세속화되어버렸다.


천지자연과 하나였던 인간은 자의식이 생겨나면서 자신이 천지자연과 동떨어져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고아가 되어버린 인간을 다시 천지자연과 하나로 연결해주는 게 2500여 년 전에 등장한 종교의 정신이다.


우리는 다시 천지자연과 하나였던 본래의 마음, 본성(本性)을 회복해야 한다. 공자는 말했다. “하늘의 명령은 우리 안의 본성에 있다.”


우리가 고요히 본성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이면 우리가 곧 천지자연과 하나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찰나를 사는 인간이고

밤은 거대하다.

하지만 나는 고개 들어 하늘을 본다.

거기 별들이 글을 쓴다.

〔......〕

이 순간에도 누군가 나를 풀어쓴다.


- 옥타비오 파스,《친교(親交)》부분



시인은 글을 쓰며 별들이 글을 쓰듯이 ‘이 순간에도 누군가 나를 풀어쓴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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