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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근 May 15. 2024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아름다움이 인류를 구원하리라     


 무관심한 관심에서 미(美)적인 것은 탄생한다. -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          



 인터넷을 여행하다가 마주친 ㅎ 신문 기사 제목,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은 수능 만점 의대생’     


 수능 만점 의대생, 얼마나 많은 주변 사람들에게서 찬사를 받았을 것인가? 다들 그의 앞엔 꽃길이 환하게 놓여있었으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한순간에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머리에 지식이 가득한 전도유망한 의대생, 그 지식이 추락하는 그에게 전혀 날개가 되어 주지 못했단 말인가?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근대산업사회의 ‘이성(理性)적 인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이성으로 완전 무장을 한 인간이 선(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성은 판단하는 정신적 능력이다. 그 의대생의 이성은 여자친구에게 분노했을 때,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내가 이러면 안 돼! 멈춰야 해!’ 하지만 그는 멈추지 못했다. 내면의 폭력성이 이성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충동, 욕망의 존재다. 충동, 욕망을 다스릴 수 있어야 선한 인간이 될 수 있다.     


 칸트는 ‘아름다움(美)’이 선한 삶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이성을 넘어서는 ‘큰 나’가 된다.     


 우리의 학교 교육이 그 의대생에게 아름다움을 알게 해주었더라면, 그의 내면에서 여자친구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왔더라도, 그 분노를 멈출 수 있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오로지 지식 위주의 공부를 한 그는 아름다움을 아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그의 뇌세포들은 거의 퇴화했을지도 모른다. 칸트는 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관심한 관심에서 미(美)적인 것은 탄생한다.”      


 우리는 항상 어떤 관심을 갖고 살아간다.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의 관심은 오로지 ‘출근’이다.     


 출근과 관계가 없는 것들은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 오로지 의대 입시에만 관심이 있으면, 다른 것들은 전혀 보이지 않게 된다.     


 그 의대생은 의대 입시에 관한 관심을 놓은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보도블록 사이로 솟아올라오는 풀들을 유심히 본 적이 있을까?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본 적이 있을까? 무심히 천지자연을 바라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우리는 자주 무관심한 관심, 마음을 다 내려놓고 삼라만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면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을 것이다.     


 그의 깊은 내면에서 아름다움이 솟아 올라왔을 것이다. 그 아름다움으로 그가 살아왔더라면, 그는 그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의사가 되었을 때, 무수한 환자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앞에 그야말로 꽃길이 환하게 열렸을 것이다.   



 중요한 건 가장 적당한 거리를 찾는 것입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한 발 살짝 물러서거나 아니면 한 발 더 다가서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이 말이져..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될 겁니다.     


 - 황동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부분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 순간.. 사랑은 시작될 겁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우리의 어깻죽지에서 날개가 솟아 나온다.      


 우리는 마음껏 온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다. 우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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