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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다정 Jan 24. 2023

눈을 질끈 감고

최근 두 달 전쯤부터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걷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것이다. 그게 달리기를 하다가 생긴 습관인데, 트랙 위를 달리다가 힘들 때 한 2, 3초 정도 눈을 꼭 감았다가 뜨곤 하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마도 눈 근육에 힘을 주고 세게 감기 때문에 누군가 보고 있다면 아주 찡그린 표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그런 동작을 했을  나는 달리기를 쉬지 않고 15 정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달릴  나는 달리기 코칭 앱을 사용하곤 하는데  앱을 이용하면 달리기와 걷기를 교차적으로 하면서 오래 달래도록 단련할  있다.  내에서 코치 역할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달리기, 걷기의 시기를 알려주거나 응원을 보내주곤 한다. 나는 '30 달리기' 목표로 하는 계획의 훈련을 거의 끝내가고 있어서 초반 몇 주 동안 2분 단위로 달리기와 걷기를 번갈아서 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연속으로 30분을 달려야 한다. 그래서 '눈 질끈' 습관이 시작되었다.


달릴 때 외에 걸을 때, 예를 들어 우리집에 가는 언덕길을 오르거나 그날의 에너지를 다 써서 힘이 들 때도 '눈 질끈'을 하곤 한다. 그러면 힘든 것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이 느껴지곤 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서 내 몸 어딘가에 조금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운을 펌프질로 끌어올리는 기분이다.


눈을 감았을 때 짧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나는 앞을 볼 수 없어서 그렇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러면 또 얼른 눈을 뜬다. 어떤 날은 짧지 않은 시간 , 아니 모든 순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이런 습관이 생긴 것에 무서운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내 다시 눈을 뜨면 그 생각을 잊는다.


아직은 '눈 질끈'을 할 때 힘든 것이 줄어드는 경험이 더 많다. 사실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을 내가 자주 하고 있던 것도 모르다 알아차린 지는 얼마 안 되었다. 실제로 기운이 없던 날이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좀 나아지더라.


힘이 없을 때, 그래서 힘을 끌어올려 보고 싶을 때에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자. 조금 힘든 것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으랏차차!' 같은 주문과 함께.


(아참, 교통법규는 꼭 준수하고 주변에 차나 사람이나 위험한 지형물이 있는지는 꼭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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