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전쯤부터 새로운 습관이 생겼다. 걷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는 것이다. 그게 달리기를 하다가 생긴 습관인데, 트랙 위를 달리다가 힘들 때 한 2, 3초 정도 눈을 꼭 감았다가 뜨곤 하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마도 눈 근육에 힘을 주고 세게 감기 때문에 누군가 보고 있다면 아주 찡그린 표정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 번 그런 동작을 했을 때 나는 달리기를 쉬지 않고 15분 정도를 달리는 중이었다. 달릴 때 나는 달리기 코칭 앱을 사용하곤 하는데 그 앱을 이용하면 달리기와 걷기를 교차적으로 하면서 오래 달래도록 단련할 수 있다. 앱 내에서 코치 역할을 하는 성우의 목소리가 달리기, 걷기의 시기를 알려주거나 응원을 보내주곤 한다. 나는 '30분 달리기'를 목표로 하는 계획의 훈련을 거의 끝내가고 있어서 초반 몇 주 동안 2분 단위로 달리기와 걷기를 번갈아서 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연속으로 30분을 달려야 한다. 그래서 '눈 질끈' 습관이 시작되었다.
달릴 때 외에 걸을 때, 예를 들어 우리집에 가는 언덕길을 오르거나 그날의 에너지를 다 써서 힘이 들 때도 '눈 질끈'을 하곤 한다. 그러면 힘든 것이 조금 줄어드는 것 같이 느껴지곤 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서 내 몸 어딘가에 조금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기운을 펌프질로 끌어올리는 기분이다.
눈을 감았을 때 짧지만 두렵기도 하다. 하나는 앞을 볼 수 없어서 그렇다.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까 봐 걱정이 된다. 그러면 또 얼른 눈을 뜬다. 어떤 날은 짧지 않은 시간 , 아니 모든 순간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전엔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이런 습관이 생긴 것에 무서운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이내 다시 눈을 뜨면 그 생각을 잊는다.
아직은 '눈 질끈'을 할 때 힘든 것이 줄어드는 경험이 더 많다. 사실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을 내가 자주 하고 있던 것도 모르다 알아차린 지는 얼마 안 되었다. 실제로 기운이 없던 날이었는데 눈을 감았다 뜨니 좀 나아지더라.
힘이 없을 때, 그래서 힘을 끌어올려 보고 싶을 때에 눈을 잠깐 감았다 떠보자. 조금 힘든 것이 나아질지도 모른다. '으랏차차!' 같은 주문과 함께.
(아참, 교통법규는 꼭 준수하고 주변에 차나 사람이나 위험한 지형물이 있는지는 꼭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