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는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였다. 서른이 된 나는 아직까지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가벼운 연애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결혼 상대도 아닌 적절히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만한 그런 사람과 함께 말이다. 자신의 취미와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가벼운 연애를 하기에는 동호회가 알맞은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더 이상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전처럼 자주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 자신 스스로가 동호회와 같은 외부활동을 하는 것도 노력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마냥 동호회를 가벼운 연애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지만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해당될 것 같다.
부모님은 청년시절 교회에서 만나 결혼하셔서 지금까지 같은 교회에서만 무려 40년 째 신앙생활을 이어나가신 분이시다. 특히 어머니는 골수 신앙인이시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무척이나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특히 한 교회에서 오래도록 신앙생활을 하신 어머니가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진다. 요즘 시대에 하나님을 믿는 굳건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어느 몇이나 될까.
교회라는 공동체가 주는 미래지향적인 삶은 때때로 나를 피곤하게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인 천국의 삶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두고 기도해야했고, 보이는 것을 쫓아가는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야했다. 이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도 아주 크게 작용을 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면 먼저 연애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일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의 연애는 끝을 보지 않아도 뻔하다는 그런 마음이었을 거다.
어떻게 보면 '교회를 다니는 기독교인' 이라는 카테고리는 하나의 까탈스러운 조건에 불과했던 것 같다. 가끔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분할 때가 있다. '아예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이었더라면 그 기준을 가지지 않았을텐데.' 라는 허무맹랑한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있음에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1인가구의 시대가 자리잡히고 이른바 '혼행'(혼자서 여행하는 것)까지 유행하는 것을 본다면 이 시대가 흘러가는 흐름에 나 또한 '혼자서 인생을 여행'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30대가 된 나에게 '혼자서 인생을 여행' 하기로 한 시점에서 연애란 다소 감정소모가 많은 귀찮은 취미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신앙이라는 가치관이 결혼이라는 굴레와 맞아떨어져야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내 신앙을 지킬 수 있을까? 자유로운 가벼운 연애를 하고 싶은 나에게 잘못된 생각인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