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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자까 Feb 25. 2022

서른이 주는 새로운 도전

미술심리상담 5회차를 진행하며 느낀점

작년 여름, 코로나 1차 백신을 접종한 이후로 입원을 했었다. 그때는 몰랐던 심각성을 서른이 되어서야 느끼게 되었다. '내 몸은 내가 잘 챙겨야겠구나.' 라는 생각과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겠다' 라는 절박함이 생겼다. 서른이 되면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대하는 태도에도 달라지는 모습이 있어야만 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대학생 때 미술심리치료사 자격증도 공부했던 적이 있었는데 불현듯 심리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산역 근처에 있는 상담센터에 문의를 하였고, 10회차를 결제했다. 상담 1회차는 PT 1회차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그러나 현재 5회차를 수강한 나는 PT를 받을 때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자부한다.


상담센터는 미술심리상담을 기반으로 한 작은 상담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4회차에 했던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3회차에 숙제로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오라고 하셨다. 사실 한 번도 나한테 편지를 써본 적이 없기에 새로웠다. 쑥쓰러움도 잠시 술술 편지를 작성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에 참석하였다.


먼저 과거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찰흙으로 점토작업을 했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만진 적이 없었는데 손에 힘을 가득 주어 만들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나는 과거 미대생이었던 모습을 비추어 미술도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과거의 나의 모습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떠오르는 것을 상담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과정에서 나의 아팠던 과거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가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거를 미련없이 떠나보내는 과정을 진행했다. 그리고 써 온 편지를 읽어주셨는데, 내가 썼던 글에 믿어지지 않게 멋진 표현들이 있어서 흠칫 놀랐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던가. 나무인형에 과거의 나의 모습을 네임펜으로 그린 후에 상자 안에 밀봉하여 버리기로 하였다. 불에 태워서 버려도 된다고 하셨는데, 혹시나 캠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태워버릴 생각이다.





직장도 안정적으로 다니고 일정한 수입도 생기다보니, 내가 직접 번 돈으로 큰 돈을 쓴다는게 막상 쉬운일이 아님을 느낀다. 특히 교무행정사가 받는 급여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다보니 더욱 그렇다. 여태껏 번 돈을 열심히 모아왔는데 월급에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돈을 한번에 쓰려니 어찌보면 배가 아픈 셈이었다. 그럼에도 비싼 돈을 들여 심리상담을 받는 이유는 내면의 나의 모습이 더욱 바로 서야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2022년, 서른이 주는 또 다른 의미로는 나를 향하는 새로운 도전들로 가득하다. 미술심리상담을 기점으로 스스로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갈 생각이다. 특히 브런치와 블로그라는 공간에서 쓰는 글이 쌓였을 때와 이웃과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꾸준한 글쓰기에 더욱 책임을 갖는다.


30년을 살아보니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면 스스로 일어서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의 한 방편이 된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러 헤매이기보다 나부터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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