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채록 Oct 24. 2021

<희수> IT기술의 발달,
AI의 섬뜩한 경고

KBS 드라마스페셜 - TV시네마 <희수> 리뷰

*이 글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KBS의 단막극 프로젝트인 <드라마 스페셜>이 다시 시작되었다. 올해도 예년과 같이 10편의 작품이 선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극장과 OTT플랫폼인 웨이브에서 선공개 한 뒤 TV 방영을 한다는 멀티플랫폼 전략 아래 <희수>, <F20>  등 총 4편이 'TV시네마'라는 이름으로 70분이라는 기존 단막극 러닝타임의 제약을 걷어내고, 보다 긴 호흡으로 담아내는 시도를 하였다고 한다. 'TV시네마' 4편 중 이 글에서 다루는 작품은 <희수>이다.


<희수>는 여섯 살 난 딸을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VR로 죽은 딸을 복원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난 해 방영되어 호평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MBC),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엠넷)이 떠올랐다. 그래서 스토리적인 부분도 앞서 공개된 다큐와 유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다큐멘터리는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었다면, 드라마는 과학 기술의 발달에 대한 이면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 듯 하다.


가상의 인물의 자신의 딸이라고 하며 AI에게 집착하는 엄마 '주은'의 모습이 섬뜩하게 다가오면서도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지게 되고,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상실과 애도', '잊혀질 권리'에 대한 키워드도 함께 떠올랐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유한함에도 손을 뻗치는데, 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산물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지는 한계 등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스펜스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평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극의 전개에 있어 동의할 수 없는 지점 또한 있었다.


종국엔 VR과 AI로 구현된 희수가 개발자의 사적 복수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아무리 희수라는 존재는 이제 세상에 없고, 하나의 기기 데이터가 되었다고 한들 희수는 어린아이이고, 또 누군가가 그토록 사랑한 존재이다. 개발자 역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불륜과 같은 어른들의 속사정 같은 내용을 아이라 부르고 데이터라 할 수 있는 희수에게 입력 시키고, 출력되게 만들어야 했을까.


가상의 인물의 자신의 딸이라고 하며 AI에게 집착하는 엄마 '주은'과 AI로 구현된 '희수'를 불편해 하는 아빠 태훈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켰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에는 찰나의 순간, 사고로 인해 딸 '희수'를 잃은 엄마 '주은'에 전소민, '희수'의 아버지이자 '주은'의 남편 '태훈' 역에는 '박성훈' 배우가 출연한다. 두 배우는 <드라마스페셜 2018 - 나의 흑역사 오답노트>에 함께 출연한 적 있는데, 전작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였는데 상반된 이번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었는데, 전소민 배우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엄마의 모습부터 VR과 AI로 구현된 딸을 자신의 딸이라고 집착하며 광기 어린 모습까지 양극단을 오가는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잘 전달해주었다. <런닝맨>, <식스센스>에서 뛰어난 예능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녀의 연기도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마케팅 노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