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할 수 없는 편지 : 준비 끝

너에게

by 민서

오빠 나는 말이야

우리가 시간을 가지는 게 오래인 만큼,

정말 좋은 모습, 최고의 모습으로 오빠를 마주하고 싶었어


사람들이 이 정도면 헤어진 거 아니냐고 물어봐

그러면 나는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해

이 시간이 꼭 필요했던 것 같다고.

그래서 동일한 시간을 겪는 오빠와의 나눔을 기대하고 기다린다고.

덤덤한 척했지만 사실 나 많이 힘들었어


더 내려갈 곳 없음을 인지한 후

마음에 병이 들었다는 걸 알았고, 와중에 시험은 끝났어

슬슬 오빠한테 연락이 올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최고의 모습이 아니라 너무 두려웠어


성장한 모습, 변한 모습, 반성한 모습으로

멋진 이야기를 마음을 울리게 전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냥, 준비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어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더 많이 사랑하게 될 거라고 했던 말 기억나?

그 사랑은 늘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는 건 아닐 테니까

뭐, 나 조금 아프긴 해도 해줄 이야기가 아주 많기는 해!

물론 실망할까 봐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있는 짐을 좀 내려놨어


그리고 말이야

오빠는 아주 좋은 사람이거든

오빠가 맞았어

그래서 우리 끝이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하더라도

다른 의미의 사랑과 응원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사실 더 깊어질 거라는 걸 믿어


준비가 된 것 같아

조급해하지 않고,

불안에 떨지 않고,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지금껏 이끌려 왔던 것처럼 지내고 있을게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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