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를 또 사다
우리 집 피아노 변천사를 참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다. 지난번 글에서 중국에 가게 되었다는 애기까지 썼다. 처음에는 1년만 있을 생각이었고 한국에 갈 일도 많을 거 같아 한국 집의 짐을 빼지 않았다. 중국에서 남편이 렌트한 집에는 기본적인 가구와 가전은 있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작동이 안 되는 게 많았다. 더운 여름에 도착했는데 에어컨도 고장났지, 냉장고도 고장났지, 며칠 간은 수리기사 오는 거 기다리느라 시간을 보냈다.
며칠 기다려 고치기도 하고, 영 안되는 건 중고 물품을 사기도 해서 기본적인 세간은 갖추기 시작했지만, 낡은 아파트가 너무 삭막하고 휑했다. 한국 집에 남겨두고 온 야마하 피아노가 눈에 어른거렸다. 아이들한테도 필요하고 나도 필요하다고 우겨서, 디지털 피아노를 한 대 사기로 했다. 중국에 살러 간 지 1주일 정도 되었을 때였다.
그런데 디지털 피아노를 어디서 사지? 중국어 까막눈으로 갔고, 내가 사는 동네가 칭다오 시내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가늠이 안 갈 때였다. 중국어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 들어가서 일단 영어로 'YAMAHA'를 쳐넣었다. 그랬더니 검색 결과가 여러 개 떴다. 중국어는 잘 몰랐어도 한자로 짐작해 가며 야마하 악기 대리점인 것 같아 보이는 주소를 몇 개 골랐고, 그중 아파트와 같은 행정구역인 '칭다오 시 남구'로 시작하는 주소를 찾아냈다.
주소를 알았으니 됐다! 남편에게 주말에 집 앞에서 출발하는 택시를 예약해 달라고 했다. 이 주소를 택시 기사에게 보여주면 야마하 악기 대리점에 데려다 줄 테니까. (구글맵이 중국에서 되었다면 사용했으면 되었을 것을. 중국어를 알았다면 중국 지도 어플을 사용하면 되었을 것을!) 남편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회사 직원에게 부탁해서 택시를 예약했다.
며칠 후 어느 정도 집 정리가 끝났다 싶어 느지막한 오후 처음으로 동네 탐험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를 일단 한바퀴 돌고 나서 단지 앞 큰 길을 따라 쭉 걸어가봤다. 꽤 큰 상가 건물들이 이어졌다. 우리 동네가 생각보다 번화한 곳이네 생각하며 걷다 보니, 앗, 눈 앞에 'YAMAHA'라는 간판이 보이는 것 아닌가. 설마 했더니 야마하 악기 파는 곳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이었다. 이런 곳을 택시를 예약해서 오려고 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급히 택시 예약을 취소했다.
다음날 아침, 온 가족이 걸어서 야마하 악기 대리점을 찾아갔다. 꽤 큰 곳이었다. 우리는 중국어 못하고, 대리점 사장님은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못하고, 그래도 어설픈 몇몇 단어와 손짓발짓 동원해 소통하고, 야마하 디지털 피아노를 한 대 샀다.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해서 악기를 하나 배워야 한다는 아이를 위해 플루트도 샀다. 피아노는 바로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드디어 중국 집에도 피아노가 생겼다!
(다음 편에 계속. 피아노 얘기가 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