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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언 Jul 11. 2022

호치민 현지인들의 포토스팟 빈꿔이

#6. 빈꿔이 관광지구(Khu Du Lịch Bình Quới 1)



여기가 베트남 현지분들의 포토 스팟이에요!


티비엔(tvN) 짠내투어에서 여행 설계자 박나래는 <빈꿔이 관광지구>(이하 빈꿔이)를 이렇게 소개했다. 

하지만 해가 저문 후 도착한 탓에 짠내투어가 보여준 빈꿔이는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결국 빈꿔이의 아름다운 풍광은 자료화면으로 대체되었다. 빈꿔이가 방송에 나온 건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송의 여파는 꽤 컸다. 현지 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던 엄마들도 짠내투어에 나왔던 빈꿔이가 어디냐며 궁금해했다. 그렇지만 깜깜했던 방송 장면만큼이나 빈꿔이는 한국인에게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다행히 빈꿔이를 방문할 기회가 몇 번 있어서, 그때의 기억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  

 




빈꿔이는 호찌민 외곽의 탄다 반도(Thanh Da Peninsula)에 있는 현지 토속 문화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사이공투어리스트 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빈꿔이 관광지구는 1구역에서 3구역까지 있는데, 방송에 나왔던 곳은 빈꿔이 관광지구 1이다. 세 구역 중에 가장 크고 아름다워 웨딩촬영이나 결혼 피로연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빈꿔이 1 : 빈꿔이 거리 끝에 위치. 도심 속 휴양 장소. 입장료 무료. 방갈로/카페 있음 
빈꿔이 2 : 39개의 방갈로와 수영장이 있는 리조트. 레스토랑은 300~500명의 손님 수용 가능.  
빈꿔이 3 : 꽌 쑤아(Quan Xua)라는 식당으로 알려짐.  규모는 작지만 그네, 시소 같은 시설이 있음
(출처: https://binhquoi.vn/en/


빈꿔이는 외국인이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곳에 있다. 빈꿔이가 있는 탄다(Thanh Da) 지역으로 들어가는 현지 버스가 있다고 하는데, 처음 방문한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버스비도 몇천 동에 불과해 아주 저렴하지만, 어디에서 내릴지 정확히 모르는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안내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느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경험한 이후로 버스는 푸미흥에서 동커이로 나가는 시티버스 외에는 타지 않았다. 버스를 제외하고, 현지인처럼 오토바이를 타는 방법을 뺀다면, 남은 방법은 자가용, 택시 또는 그랩이다. 자가용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도착지를 미리 입력해 현지인과 힘들게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그랩이 낫다. 


빈꿔이를 처음 방문하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어느 날 둘째가 학교에서 <빈꿔이 관광지구>로 소풍을 다녀왔다. 그 후 학교-학부모 소통 어플에 올라온 사진들은 꽤나 매력적이었다. 사람이 올라가도 될 만큼 커다란 연잎이 가득한 연못, 아슬아슬한 통나무 다리 위를 줄지어 건너고 있는 아이들, 낡은 나룻배가 떠 있는 큰 호수 등 사진발에 속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느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섰다. 우리 가족은 보통 주말 나들이를 가면 아침 8시 전후로 집을 나선다. 10시만 되어도 해가 뜨거워져서 쉽게 지치고, 아이들의 불평불만의 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빈꿔이를 갈 때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아침 8시쯤 집을 나섰다. 가기 전에는 구글맵으로 오픈 여부를 확인하고 가보는 게 좋다.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은 입구를 막아놓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기도 한다. 별생각 없이 갔다가 입구가 막혀 있어서 빈꿔이 3으로 간 적도 있다. 


베트남 농촌처럼 장식해놓은 입구가 인상적이었다. 허수아비가 세워진 작은 논에는 벼가 자라고 있었다. 천천히 걸어 들어가니 사진으로 봤던 커다란 연잎과 대나무 다리가 보였다. 몸이 가벼운 아이들은 겁도 없어 대나무 다리를 건너는데, 육중한 어른들이 건너려다 다리가 무너질 것 같은 기분에 금방 포기했다. 아이들을 시켜 대나무 다리를 다시 건너오라고 시킨 뒤 공원을 산책하듯이 한 바퀴 돌았다. 강가에 묶여 있는 나룻배도 보이고, 물 위에 세워진 방갈로에 드리워져 있는 낚싯대도 보였다. 낚시를 하자니,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것 같았다. 나룻배는 돈을 내고 타야 하는데, 금방이라도 가라앉을 것처럼 낡았다.  



카페에서 냉커피도 마시고 그네도 타보고 잠시 쉬었다가 밖으로 나와 새우 낚시하는 곳으로 갔다. 빈꿔이를 간다고 하니, 근처에 새우 낚시하는 곳이 있다고 주변에서 추천해줬다. 커다란 수조에 새우를 풀고, 돼지비계를 미끼로 걸고 낚싯대를 드리우면 새우가 잡힌다. 직원들이 자주 새우를 풀어서 한두 번 정도는 손맛을 느낄 수도 있었다. 잡은 새우는 비용을 내고 요리를 해달라고 하면 된다. 새우를 잡지 못해도, 새우 요리를 주문하면 된다. 새우 낚시를 하는 곳이 환경이 좋지는 않다. 종종 담배를 피우는 어른도 있고, 맥주를 마시면서 낚시하는 어른들도 있어 아이들을 적당히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어렸을 때부터 놀이공원에만 가면 낚싯대로 모형물고기를 잡던 첫째가 사랑하는 코스다. 아침 일찍 나가 빈꿔이에서 산책하고 사진도 찍고, 음료도 마시다가 10시쯤 빠져나와, 12시까지 새우 낚시를 하고 잡은 새우로 점심을 먹는 게 우리 가족의 코스가 되었다. 

한 번은 현지인 친구들과 호치민에 새로 생긴 교통수단, 사이공 워터버스를 타고 빈꿔이에 가보기로 했다. 일정에 앞서 D와 함께 1군에 있는 사이공 워터버스 선착장에 가서 버스시간을 알아봤는데, 운행 초기라 운행 시간이 일정하지 않았다. 아쉽지만 1군, 2군, 7군에서 따로 오는 친구들의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어 결국 각자 출발해 빈꿔이에서 만나기로 했다. 


후에 사이공 워터버스를 타고 근처까지 가본 적이 있다. 3만 동이라는 저렴한 교통비에 사이공강을 페리로 왕복할 수 있다니 개이득(?)이었다. 정거장에 내려서 다시 강을 건너는 배를 타야 했는데 아마도 빈꿔이 2에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번엔 2군에 가까운 선착장에서 사이공 워터버스를 타고 빈꿔이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강 너머에서 보고 추측만 해본 경로이므로, 실제는 다를 수 있겠다. 





빈꿔이를 다녀오면서 체득한 주의사항이 있다. 

1. 아침 일찍 서둘러 다녀오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호치민의 야외 장소들이 그렇듯이 10시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강렬한 햇살에 노출된다.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아이들은 쉽게 지친다. 사진을 찍어도 얼굴에 짜증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2. 모자, 양산은 필수다. 위와 같은 이유다. 햇볕에 너무 강렬하다. 호치민에서 사람들이 긴 팔 옷을 입는 이유는 바로 이 강력한 햇볕 때문이다. 특히 5월의 햇살은 너무 강력해 햇볕 알레르기로 피부가 뒤집힌다. 


3. 개인 물병은 필수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개인 물병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외출할 때면 물병부터 챙긴다. 물병에 물을 담고, 여분의 생수병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동하는 내내 아이들이 목마르다며 징징거리는 소리를 듣거나, 카페에서 과일주스를 사야 한다. 


현지인의 포토 스팟이라 불리는 장소에는 특징이 있다.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할 일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미니어처 월드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주변에 아무 시설도 없고, 넓은 공터에 미니어처로 만든 전 세계 유명 랜드마크들만 있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한다. 빈꿔이 관광지구 또한 그런 사진 찍기 좋은 포토 스팟이다. 이런 곳을 갈 때는 삼각대를 반드시 지참하고, 현지인들처럼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열심히 찍고 또 찍자. 다른 것은 기대하지 말자. 물론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거나, 나룻배를 타고 강을 따라가는 것도 좋겠다. 물론 사진 찍기 좋은 아름다운 장소들에 아이들이 만족할 리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새우 낚시라는 추가적인 재미를 추가했었다. 우리 어른들은 빈꿔이에 자연을 보며 힐링하러 가고, 아이들은 새우 낚시를 하러 간다. 


https://goo.gl/maps/ThKapuCitRfoM1N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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