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내외를 다니면서 쌓은 마일리지가 곧 소멸된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대한항공에서 마일리지 혜택을 축소한다는 기사를봤다. 설상가상으로 베트남 국내외를 다니면서 차곡차곡 쌓은 마일리지가 곧 소멸된다는 안내 메일까지 받았다. 기껏 모아놓은 마일리지를 본의 아니게 다 날릴 판이었다. 그 와중에 남편은 마일리지 소멸되기 전에, 애들 것까지 끌어 모아서 긁어 미국을 다녀오면 어떻냐고 했다. 이모가 시애틀에 살고 계시니, 거기서 머물면 되지 않을까라며. 참 쉽게도 이야기한다.
일단 마일리지로 끊을 수 있는 표가 있는지부터 봅시다. 여름방학 일정에 맞춰 알아보니 다들 그때 가는지 성수기라 요금이 비싸다고 했다. 그래서 성수기를 피해 방학 2주 전에 출발하기로 하고, 멀리 갔는데 한 달은 있다가 와야지 라는 생각으로 비행기 티켓을 끊었더니 6주 일정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 이모할아버지가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첫째가 미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던 참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미국 가냐고 신나서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와야겠다고 했다. 시애틀이랑 뉴욕이 가깝나? 아닌 것 같은데... 워싱턴 DC엔 박물관이 많다니 거기도 가보고 싶단다. 어리바리하는 사이에 남편은 LA에 대학동기가 살고 있느니 시애틀 간 김에 LA랑 라스베이거스도 다녀오면 좋겠다 했다. 응? 6주 동안 시애틀, 뉴욕, 워싱턴 DC, LA, 라스베이거스까지?
찾아보니 LA, 라스베이거스, 시애틀은 미국 서부 쪽이고,뉴욕, 워싱턴 DC는 미국 동부 쪽이었다. 동부와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이라니. 게다가 미국 경험은 신혼여행 하와이(남편이 다함), LA 문화연수(콘텐츠진흥원이랑 팀원들이 다 알아서 해 줌)가 전부라 아이들 둘을 데리고 미국 여행을 다녀야 한다는 게 가능할까 불안해졌다. 인터넷과 각종 책들을 보며 계획을 짜긴 했지만, 모든 것이 불명확했다. 현실감 제로, 전혀 와닿지가 않았다. 말이나 통할까? 호치민에서 영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미국은 베트남과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다행히 6주간의 무모한 도전을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무사귀환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가 미국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꿈결 같았다. 그때의 기억들을 되살려,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다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