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사장님
쌀쌀했던 날로 기억한다. 따뜻한 외투로 꽁꽁 무장했지만, 무언가 속이 허해서 오는 추위라 해결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야쿠르트 배달이 끝나면 냉큼 다음 일을 위하여 휴식을 취하러 퇴근을 했지만,
근무하고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라 좀 더 일이 능숙해지기 위해서 3-4시간을 쓰던 때라 얼른 이 추위를 달래고 싶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뭐라도 먹자는 마음에 세븐일레븐을 찾았다.
내가 배달하는 구역에 세븐일레븐 말고도 다른 편의점도 있지만 굳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유일하게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야쿠르트 20개를 사 주신 분이라서? :)
사람 마음이 그렇다. 한 번 나와 연이 닿은 곳에 한 톨만 한 정이라도 조금 더 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세븐일레븐 매장 옆에 코코를 주차해두고, 무얼 먹을까 하다가 새우탕면을 하나 집어 들었다.
카운터에 계시던 사장님이 나의 야쿠르트 복장을 보시더니 “젊은 친구가 이 일을 하네”라고 한 마디를 하셨다.
나는 이런 것 안 놓치는? 꼭 답변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정말 누가 봐도 I가 아닌 극 E의 성향이다)
“네네 오전에 하는데 재밌어요! 할 만하더라고요 “
새우탕면을 하나 사 들고 자리에 앉아 물을 붓고 익어가길 기다리고 있는데, 등 뒤에서 또 한마디가 들려왔다.
“이 일 하면 어느 정도 돈 벌어요? 이것만 해서도 생활이 돼요? “
아, 이 분. 지금 심심하시다. 대화를 하고 싶으시구나. 그럼 또 이건 내 분야지.
나 - 제가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부업으로는 어느 정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거기에 충족해서 하고 있어요.
사장님 - 아휴 나는 이 편의점 잘 될 줄 알고 여기서 시작했는데 나가려고 여기 내놓은 상태잖아요~
나 - 아니 왜요! 주변에 편의점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건가요?
사장님 - 그런 영향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여기 분들은 여기에 오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라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밤늦게도 있는 건 저기 큰길 쪽에만 그렇지, 여기까지는 동네 사람들하고의 장사라 아휴 안 돼. 얼른 팔려야 할 텐데. 야쿠르트 일이나 해 볼까 했지.
나 - 할 만해요! 저도 이 일이 저한테 맞을지 아닌지 몰라서 우선 시작해 보자! 하고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요. 할만하기도 하고.
사장님 - 그래도 다들 나이 드신 분들이 하던데 젊은 분이 참 열심히 산다.
나 - 저도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에 정착하려고 하니 한 가지 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이러려면 열심히 살아야죠. ^^
열심히 사는 청년으로 보여서 그랬을까.
아님 새우탕면을 다 먹어가는 나를 붙잡기 위함이었을까.
추운데 마시라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셨다.
그렇게 또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졌고, 오래 머무르다 보니 순간 나의 코코도 걱정이 되어서 이제 일어나려는 타이밍에
마침 편의점에도 손님이 들어왔다. (오랫동안 대화하는 동안 손님이 진짜 오지 않았다 ㅠ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사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나를 뒤따라 사장님이 가게를 나오셨다.
방금 들어온 손님도 원래 아시던 분인지 그 손님도 함께.
사장님 - 이 친구 열심히 사는데 뭐라도 사 줘~
손님 - 그럼 윌 있어요? 그거 10개 줘봐요.
(다른 손님들도 그러는 편인데, 1개 살 거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고 여러 개를 사신다. 럭키)
세상에. 음료를 팔아야 할 편의점 사장님이 내 음료를 팔아주려고 자신의 손님까지 데리고 나오시다니.
내가 사장님께 한 거라고는 야쿠르트 20개를 사줬던 기억이 나서 추운 날 새우탕면 사 먹으러 온 게 다였는데 말이다.
일회성 온기가 좀 더 오래갈 온기로 변화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