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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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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 Mar 06. 2024

초1, 바지에 오줌 싼 선생님

입학식 후 떨리는 첫 수업날,

우리 반에서 용변 실수를 한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교사인 나뿐이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의젓하게 잘했다.

용변 실수를 하지도, 교실에 안 온다고 우는 아이도 없었다.


나는 아이를 출산 후 요실금이 왔다. 그래서 재채기를 할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조심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바로 오늘 입학식 후 첫날이었다.


아이들에게 학교 사물함, 서랍 정리법, 화장실 이용법, 줄 서는 법 등을 가르치고 실습하는데만 4교시가 꽉 차는 하루였다. 나는 내가 용변이 마려운지도 못 느낀 채 긴장하고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점심시간, 급식판을 받아 들고 걸어가는데, 비염인 나는 재채기가 나왔다.


"엣-취"


아뿔싸.....



허벅지로 한줄기 주룩...




빠르게 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 바지가 젖어 티가 날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참 웃기면서도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반에 바지에 오줌 싼 한 명이 있는데 그게 나라니 ㅋㅋㅋㅋ



나도 많이 긴장했지만 1학년 아이들은 더욱 긴장했을 거다. 그래.. 아이가 바지 실수 한 거보단 내가 한 게 낫지.. 아무에게도 안 들켰어..


이 웃픈 사연을 동학년 선생님들에게 말하기도 어째 창피해서 여기 대나무숲 브런치에 올린다.


오늘은 이제 입학 후 둘째 날,

우리반 아가들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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