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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마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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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낙 Nov 10. 2024

기도로 버티는 교직 생활

교실에서 요새 태섭이(가명)가 흥분상태로 짜증과 화를 내고 있을 때, 아이의 머리나 등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마리아 님... 기도도 하고

하느님... 하고 기도했다.

신기하게도 그러면 태섭이가 차분해졌다.

신기하다 정말.



내가 하느님께 순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2024년이나, 나는 늘 어려운 순간 기도와 함께 교직 생활을 해왔다.

10년 전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아 출근이 매일 너무 괴로웠을 때 출근길에도 기도했고,

학교폭력사안으로 학부모에게 시달릴 때도 출근길마다 기도했고, 성가를 들었고

내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아이들의 갈등이 있을 때도 늘 기도했다.


내가 힘들 때만 찾았는데도, 하느님은 늘 그 일들이 지나가도록 도와주셨다.

하루 만에 아이들이 화해했다며 웃으며 말할 때는,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도움이라 생각했다.


나는 하느님께 하는 기도가 없었다면 이 교직을 어떻게 버텼을지 모르겠다.


올해는 교생실습 지도교사로 교생 대상 시범수업을 2차례 진행했다.


1학기 처음 시범수업으로 나의 주특기인 연극 수업을 준비했는데, ADHD학생의 반응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그의 반응이 너무나 예측불허라서 이 수업이 과연 제대로 될까. 극도의 긴장상태에 이르렀다. 나는 이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나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수업이 엉망진창이 돼서 교생들 앞에서 망신을 사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수업 잘하는 나 자신을 자랑하고 싶어 하고, 그렇지 못할 까봐 안절부절못하는 나 자신을 깨달았다. 나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이제는 하느님께 맡기리라 생각했다. 수업이 잘 되든, 못 되든, 그 모습을 보고 무언가 배움을 얻어가는 교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됐다고 생각했다. 하느님이 그 한 명이라도 위해 내 수업을 활용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졌다.


새로운 환경이나 긴장된 상황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ADHD학생이 긴장하지 않도록 미리 오늘 있을 상황에 대해 안내했고, 지켜야 할 것들을 함께 약속했고, 아이는 약속을 지키려 시범수업 동안 최선을 다해 주었다. 시범수업이 성공적으로 마쳤고, 선생님들의 칭찬과 교육연극 수업에 흥미를 가지게 된 몇 명의 교생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게 수업할 수 있냐고 물으셨다. 다 하느님께 한 기도 덕이다.


그리고 2학기에는 한번 더 연극으로 시범수업을 했고, 요새 약물치료 중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그 학생에게 다시 한번 사전에 상황을 설명했다. 배우를 하고 싶다면 수업 중에 손을 들라고 했고, 아이는 1학기와 달리 수업 중 배우를 지원했다. 아이는 장난꾸러기 동생 역할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연기를 마치자마자 친한 친구에게 " 나 괜찮았어??" 하고 바로 물었고, 친구는 "어!!" 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우리 교실에 늘 하느님이 함께 계셔달라 기도한다.

나에게 부족한 지혜를 주시고 제때에 적절한 말을 할 수 있도록 입술을 움직여 달라 기도한다.

신기하게도 기도를 한 날과 기도하지 않은 날은 다르다.


하느님 없이 나는 못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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