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 시간의 의미

by 하늬바람

(짧은 생각과 짧은 글)

기존에 쓰고 있는 글들 옆으로 짧은 생각들을 남기고자 합니다.


기차 안에서

- 시간의 의미


기차 안에선 모든 게 스쳐 지나간다.

내가 가는지 풍경이 가는지..


기차밖에선 모든 게 기다려진다.

기차가 오는지 그대가 오는지..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서로의 시간이 달라진다는데,

그래서일까, 시계만 본다.



얼마전 기차타고 오면서 느낌같은 느낌을 적어보았습니다. 기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많은데 제 감성에 가장 맞았던건 이 시 입니다.


사평역에서

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끝. .


이 시에는 서정과 서사가 함께 담겨있습니다. 눈앞에 자연스레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한편의 소설을 시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톱밥 난로에 저의 그리움도 함께 던져봅니다.

그 그리움은 타없어질지 더 타오를지 모르겠네요.

2025년이 추억속으로 타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