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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승 Dec 10. 2022

슈퍼스타 제도

" 다녀와."


아이를 보내고 걷기 시작한다.

'오늘은 뭘 들을까?' 귀찮지만 오디오북을 듣기로 한다.

'그래. 오늘도 가장 중요한 one thing'을 정하고, 그것을 방해하는 모든 일들을 차단해야겠어.'라는 다짐이 무색하게,


띠리리링~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누구지?' 선미 얼굴에 불안함이 감돈다.


분명 받지 않기로 했는데. 어느새 휴대전화 너머로 울려오는 고객님 컴플레인에 응대를 하고 있었다. 선미는 요즘 학원장도'고객 응대 근로자 보호 제도'에 의해 보호받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번 자기 아이가 수업시간에 기다린다는 불만이다. 자기 아이는 속도가 빠르니 그 속도에 맞추어했으면 좋겠는데, 왜 느린 아이들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말이다.


선미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그럼 학교는 대체 어떻게 보내는 거지? 그래. 우리는 사교육이잖아. 돈 내고 보내는 거니 그런 생각 할 만 하지. 그치만 나는 '오늘은 안되지만 내일은 될 거야.'를 가르치는 선생님인데. 잘하는 애는 쭉쭉쭉, 그렇지 못한 애는 함께 갈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뒤처지는 게 당연하다는 걸 초등시절부터 온몸으로 느끼며 자라도록 가르치는 게 너무나 당연한가? 아니 근데, 완벽한 맞춤 수업을 원한다면 돈을 몇 배는 더 주고 과외를 시키지.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면 그게 오히려 인지상정 아닌지? 에버랜드에서 기다리기 싫으면 퀵패스를 사야죠. -돈을 주고 시간을 사는 것이 정당하냐는 논의는 여기서는 하지 말기로 하자.- 나는 1도 손해보지 않겠다. 라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시겠다는 걸까. 전기세 내주기는 죽어도 싫으시겠지.


감정이 격해진다.

오늘은 친구에게 전화도 참아야지. 카페에 글도 올리지 말아야지.

아무래도 이번 일은 하루 종일 갈 것 같다.


"네 어머니. 보완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퇴근 후 선미는 아이를 챙기고, 남편과 가볍게 한 잔 하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그러다 공지사항 발행은 늦어졌지만, 축하하기로. 오늘 밤 필승수학학원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하나 추가되었으니.


바로 [슈퍼스타 제도].


간단히 말하면 할당량이 끝난 학생에게 추가 문제를 주는 것인데, 엄마 마음 알리 없는 학생들은 자기가 추가 문제를 더 푸는 것을 굉장히 불공평하다 여기고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추가 혜택을 부여하고 목표의식까지 함께 심어줄 수 있 모두에게 좋은 제도가 탄생했다.

역시, 위기가 있어야 발전이 있는 법. 나는야 해결사. 든 컴플레인은 시스템을 더욱 굳건히 하는 자양분이 된다. 필승수학은 오늘, 요만큼 더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쁘다. 너무나 기쁘다. 3년 차 수학 원장의 목표는 오로지 '시스템 구축'. , 이것은 나의 영업기밀이다. 엄마들은 영원히 모를 나의 영업기밀.



[사진출처-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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