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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승 Dec 16. 2022

어머니, 그건 욕심이세욧!

이번엔 또 어떤 부탁을 하시려고.


수빈이는 매일 10분가량 학원에 늦게 온다. 그리고 하원 시간도 다른 학생들보다 15~20분가량 빠르다. 결국, 남들보다 약 30분이나 수업을 덜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화 내용인즉슨,


"진도가 너무 늦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요. 제가 책 한 권을 더 보낼 테니, 한 달만 진도를 두배로 좀 빼주실 수 있을까요? 숙제는 제가 어떻게든 해서 보낼게요. 지금까지는 다른 일정 때문에 바빴는데, 이제 신경 바짝 쓰겠습니다."


어머니 마음은 백 번 공감하기에, 일단 그러시라고 했다. 물론 바쁘면 진도라도 나가야지. 내용이라도 훑어야지. 그러하다. 배운 것과 안 배운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학생마다 로드맵이 다르고 스케줄이 다르고, 가정의 대소사 등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맞춰 드리는 것이 '서비스 제공자'의 의무라 생각하니까.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문제는 숙제다.


선생님은 가정에서 얼마나 수학에 시간을 투자하시는지 학생이 얼마나 성실하게 과정을 따라오는지 체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숙제인데. 그렇게 진도를 맞춰드린 다음 주. 숙제를 아예 가져오지 않은 학생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당연히. 가져오지만 않았을 뿐 숙제는 다 했을 거라고 우리 '꼬마 고객'님을 믿고. 왜 가져오지 않았냐고 닦달하지 않은 채, 그 시간에 나갈 수 있는 최대한의 진도를 뽑아드리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므로. 또 그렇게 한다.


또 전화가 오면, 친절하게 받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하우를 전수해드리면 된다.

나의 의무는 여기까지. 철저히 돈 받은 만큼 서비스하자는 것이 나의 사업마인드니까.




나에게 왜 이런 마인드가 장착되었냐고?


한 번은 정규반 학생을 받지 않고, 특강만 하기로 마음었던 적이 있다. 너무 많은 정을 주고, 나의 시간을 갈아 넣어 아이들을 돌봐도 엄마들은 필요에 의해 우리를 선택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곳을 찾아 떠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물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사람이니까. 상처받는 게 싫어서 생각해 낸 것이 특강. 아예 끝을 정해놓고 시작하면 그들도 나도 상처받을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원데이 특강, 짧으면 주말만 4번 해서 한 달 특강, 길어도 12주 특강만 하기로.


그런데 내가 듣는 수많은 자기 계발 채널 중 한 군데에서 최근 뼈 때리는 말을 들었다. 사업은 당연히 상처받을 것을 염두에 두고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마음을 닫고 일을 하면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 이 역시 내가 계속 사업을 하고 있으니, 그리고 그 안에서 상처받은 경험이 있었으니 들리는 말이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 또 내 일이 있음에 감사하고. 나를 만나러 시간 맞춰 오는 그 '꼬마 고객' 님들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신기하여, 또다시 내 마음과 뜻을 담아 내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흘러넘치지만 오늘도 내일도 늦지 않게 출근을 한다.


그러고 산다.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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