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데일리 로그를 작성할 때 아날로그 노트 대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다. 휴대폰이 훨씬 간편하지만 노트북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유는 두 가지. 키보드의 키감과 보이는 외양 때문이다. 엄지로 휴대폰 화면을 타닥거리는 것보다 양손으로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쪽이 훨씬 있어 보이니까. 쓰는 내용이야 어찌 됐든 겉모습만은 그럴듯하게 자판을 두드리다 보면, 마치 삶이라는 작품의 초안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거창한 감상에 젖는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창조자, 곧 작가가 아닐까.
그러한 정체성을 잃고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면 나중에 가선 내 인생을 그저 관망하는 독자에 그칠지 모른다. 물론 작가와 독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두 역할 모두 좀 더 능동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그 자체로 단 한 번뿐인 기회 아니던가. 이번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조금 아쉬운 정도에서 그치진 않을 거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면 시간 여행 능력자인 주인공이 하루를 두 번씩 반복해서 살다가 결국 단 한 번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기로 결심한다. 시간 여행 초능력이 없는 우리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다짐이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에게도 하루를 두 번, 세 번 살듯 사는 방법이 있다. 하루를 미리 계획하고, 실천한 내용을 기록하고, 다시 돌아보는 게 바로 그 방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루 중 보지 못한 부분, 하지 못한 생각, 갖지 못한 감상을 다시금 얻을 수 있다. 일기장에 기록한 초고를 실천으로 퇴고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베스트 버전의 나와 나의 하루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내가 사람들에게 일기 쓰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두 번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