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작가의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제목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에 나오는 담임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다섯 문장으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 그중 하나는 거짓말이어야 한다. 소개가 끝나면 친구들이 어떤 게 거짓인지 알아맞히는 것이다. 각 문장을 두고 암시와 추측, 해명과 설명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발표자에 대한 정보가 쌓여 꽤 괜찮은 자기소개가 된다.
고등학교 2학년 소리, 지우, 채운이 있다. 셋은 같은 반이지만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해체된 가정의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우연한 기회에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 세 아이는 서로를 의식하게 되고 의지하게 되고 의심하기도 하면서 가까이 있지는 않지만 깊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하나의 비밀이 다른 비밀을 도우면서 말이다. 비밀을 위해서는 거짓말이 필요하다.
작품 줄거리 요약은 ‘이중 하나는 거짓말’ 게임으로 해본다. 다음 중 거짓말은 무엇일까요? 다르게 표현하면 다음 중 이 작품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험 문제처럼 보인다. 하하하. 책을 직접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정답은 알려주지 않겠다. 좋은 작품이니 읽어도 손해는 없고 감동만 있으리라. 보장한다. 김애란 작가의 작품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오.
1) 지우는 뇌암 판정을 받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 의심하며 괴롭다.
2) 가정폭력 피해자인 채운은 칼을 들고 엄마에게 달려드는 아빠를 밀치다가 아빠를 다치게 했다.
3) 생명체의 손을 잡으면 그 생명체가 곧 죽을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는 소리는 이 능력때문에 타인과 가까이하는 것이 힘들다.
4) 엄마의 죽음 이후 지우는 엄마와 사실혼관계에 있던 선호 아저씨와 함께 살고 있는데 선호 아저씨는 지우와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5) 채운의 엄마는 채운을 대신해 감옥에 갔고 채운 아빠는 병원에 있다. 채운은 엄마의 거짓말이 들키는 것도 들키지 않는 것도 괴롭고 한편으로는 아빠가 호전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두렵다.
6) 지우는 채운이네 집에서 일어난 사고를 목격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렸다.
7) 엄마의 오랜 투병에 지친 소리는 엄마의 죽음을 바란 적이 있다. 죄책감에 슬프다.
8) 소리의 능력을 우연히 알게 된 채운은 속마음을 숨기고 소리에게 아빠의 손을 잡아보는 것을 부탁한다.
이 소설의 주제는 ‘이야기’이다. ‘삶은 가차 없고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입힐 테지만 우리 모두 마지막에 좋은 이야기를 남기고. 의미 있는 이야기 속에 머물다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소설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고 서사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은 다르지만 삶의 서사를 어떻게 써내려 갈지는 각자의 몫이다.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으면 허무하다는 소리, 끝이 없는 이야기는 암담하다는 채운, 스스로에게 희망이나 사랑을 줄 만큼 강하지 못해 만화를 통해 이야기를 짓는 지우- 세 아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암담하고 허무한 이야기는 끝내고 자신을 사랑하고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새로 시작하면 좋겠다. 그들의 새 이야기에는 빛이 환했으면 좋겠다. 세 아이는 충분히 잘 해낼 것 같다.
더불어 나는 나의 이야기를 잘 쓰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쓰고 있다, 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나는 반짝거린다. 나는 ……’ 쓰다 보니 다 거짓말 같다. 뻥이야. 암튼 지간 나는 내 이야기를 쓰겠소이다. 내 삶을 잘 꾸려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