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서로를 들어올리며 빛나는-이지 잉글리시Easy Eglish
이보영과 주치가 진행하는 ‘이지 잉글리시Easy Eglish’. 쉽고도 알차며 시원하다. 편안히 호흡을 고르며 손발을 맞춘다. ‘케미’ 따위가 아니라 조화. 이음매도 없이 서로의 틈을 메우면서 기막히게 나아가고 있다. 설명을 주고받는 사이사이 톡톡 던지는 주치의 간결한 영어. 명료하고 편안한 발음에 알맞은 힘을 지닌 그의 음성. 우리말도 자연스럽다. 전반적으로 높고 쫄깃한 이보영의 목소리를 맞춤하게 완화시킨다. 이 양반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이들의 영어와 우리말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선명하거나 옅은 배경이 되어 받쳐준다. 서로를 들어올리며 동시에 빛나는 그들, 고수! 그 빛은 배우는 사람들에게로 온다.
재작년 이보영이 진행하던 스타트 잉글리시Start English는 내 입을 열게 했다. 강좌 끝마다 그날의 대화를 소리내어 따라 읽는 시간, 종종 옹알이만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목소리가 자신의 귀에 들릴 만큼은 소리를 내시기 바랍니다.” 나오는 단어들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서 대충 듣기만 하던 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쉽고 뻔한 단어들의 무궁무진한 순열로 만들어내는 가락이 바로 일상회화가 아닌가! 그러나 그 쉬운 단어들을 내 몸에 지니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러니 단어들이 미끄러지도록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 소리를 내야겠구나, 내 귀에 들릴 만큼 내 목소리로!
아! 이보영이 서바이벌 잉글리시Survival English를 진행하던, 옛날. 그때도 7시였던가. 그의 산뜻한 목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던 4학년·6학년 두 아이. 엄마~ 이게 왜 서바이벌Survival이야, 술비발(Survival)이지. 맞아, 영어 맘에 안들어. 발음이 제멋대로야. 와르르 웃은 다음부터 우리에게 그것은 술비발이 되었다. 아이들은 영어를 무섭지 않게, 우습게 가볍게 만나기로 했다. 술비발 시간 됐어, 엄마도 들어~. 됐다, 난 다 알아. 뭘 알아! 중고등학교에서 영어수업 받았다는 거지.^^
그 한참 뒤 2010년 가을, 뉴욕 여행 때였다. 맨하탄 5번가 티파니에서 보석 구경을 하는데 지배인이 다가온다. 도와드릴까요? 특별히 찾는 게 있나‘요? ...? 쑥 튀어나온 말, I'm just browsing!그냥 둘러보는 중. 애들이 술비발 공부할 때 들었던 게 아닌가 싶은. 이게 입력되어 있었던 거야? 이 말을 내가 한 거고? 그는 부드러운 미소로 천천히 보라고 했다. 특별히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달라면서. 뭐 이렇게까지? 내가 특별한 보석을 살 사람으로 보이나? 알고보니 당시 한국인들이 엄청나게 사다 날랐다는 소문.
하여간 엄마의 왕칭찬과 용돈에 넘어간 아이들이 술비발과 만났던 대여섯 달의 추억. 경쟁심을 부추기느라 일요일이면 쪽지시험을 보기도 했던. 그전 일 년쯤 아이들은 EBS 일본어를 신나게 들었더랬다. 그리고 네 식구 일본 여행. 스스로 길 묻고 만화를 사고 밥 주문했던 자랑스런 경험이 영어를 향해서도 싹텄으리라. 만화와 애니매이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일본어의 문을 열었고 일본어와의 만남에서 얻은 기쁨은 영어의 문을 흔들게 했을 터. 나도 함께 남의 언어와 숨바꼭질 했던 소중한 시간. 짧았지만 도톰하고 알뜰한 추억.
이보영은 다양한 일터에서 필요한 영어를 생각하고 우리 고유의 것을 어떻게 영어로 전달할까 고민한다. 너무 친절하고 애쓰며 조심스럽다고 흉을 좀 보고 싶은데 좀 거시기하다. 너무 겸손하다고 하기는 더욱 거시기하다. 겸손과 친절은 여전히 소중한 미덕이니까. 그럼 불특정다수를 향한 강의에서는 경어체 사용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말할까. 아니다. 완전한 이보영이 필요할까? 약간의 틈을 지닌 채로 이미 충분히 이보영인데? 보영샘, 맘대로 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