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심리학자의 이야기

프롤로그

by 눈별숲

2025년, 53세. 만 나이로는 51세가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으려고 책상에 앉았다. 무심코 서랍을 열었는데 노란 독서등 아래에서 다이아몬드 결혼반지가 나를 부르듯 반짝거렸다. 손가락에 끼고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이렇게 예쁜 것을 그동안 서랍에만 넣어두었다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 문득, 나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반짝거렸다.


48세 무렵, 완경 판정을 받았다. 마음의 준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소식이었다. 여성으로서의 삶이 공식적으로 끝난 것 같았고, 인간으로서의 삶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아쉬움과 불안,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몸이 여기저기 아팠고 병원을 자주 드나들게 되면서 마음이 더욱 피폐해졌다.


치열하게 공부했던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졸업 이후 20여 년간 정신건강의학과와 청소년 상담 센터, 학교에서 상담하고 강의를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자격증도 따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나의 가족과 내담자들을 열심히 돌보며 살았지만, 정작 나는 돌보지 못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모든 일을 정리하고 안식년을 가졌다.


이후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고 좋아했던 꿈분석과 발레,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동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미술치료 모임을 하고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를 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있다. 이제 나의 딸은 다 키웠으니 모두의 아이를 돌보겠다고 마음먹고 작은 놀이치료실을 개원하여 운영 중이다.


지금은 나의 삶에 주어진 하루하루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늦기 전에 내 안에 있으나 잊고 있던, 혹은 미처 알지 못하던 보물들을 찾아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오래전 부모교육 서적을 집필했으나 출판되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한다. 20여 년 간 한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겸손함을 배웠고, 이제는 전문지식을 전달하기보다 일상의 작은 소중함을 발견하고 나누는 일이 나에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익숙한 글쓰기는 중학교 때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일기 쓰듯 솔직한 내 이야기를 적어 보고 싶다. 그리고 나누고 싶다.


서랍 속의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운 것처럼, 이제는 글쓰기를 통해 내 안의 보물을 꺼내어 빛나게 하고 싶다. 어떤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와 반짝이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눈별숲 그림, 다이아몬드 반지